단칸방에서 온 가족이 한 이불을 덮고 자던 어릴 적, 이불에서는 우리 가족 냄새가 났다. 엄마 머리카락 냄새와 아빠 담배 냄새가 묘하게 뒤섞인 냄새가 났다. 이불 냄새는 우리 집 냄새였다. 여행을 갔다 오면 이불에 코를 쳐 박고서야 집에 돌아왔다는 실감이 났다. 난 이불에 파묻혀서 코를 킁킁거리다가 귤을 까먹는 걸 좋아했고, 그러다 살구색 이불자락에 주황색 귤물이 들어 엄마한테 혼나고는 했다.
중학교 시절 아빠가 집을 나갔을 때, 이불에서는 엄마 냄새가 났다. 매일 새벽이면 엄마는 이불로 입을 틀어막고 끄윽, 끄윽하고 울었고, 나는 등을 돌린 채 자는 척을 했다. 끌어 오르는 무언가를 삼키는 소리가 끄으으윽, 짐승 울음처럼 샜고, 그 소리는 내가 학교에서 쪽잠을 자는 내내 귀에서 맴돌았다. 엄마는 자주 집을 나갔고, 혼자 덮은 이불에서는 묘한 침냄새와 젖은 채로 방치된 천에서 나는 냄새가 났다. 그 냄새는 눈물 냄새, 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만큼 낭만적이지도 아련하지도 않았다.
이제 이불에서는 내 냄새가 난다. 사실 내 냄새가 나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지,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내 냄새를 내가 맡지 못한다는 건 외로운 일이다. 그리하여 나는 밤이면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이불을 끌어안고 모로 눕는다. 가끔 샴푸나 향수 냄새가 올라오면 코를 천에 묻은 채로 무슨 냄새인지 생각한다. 그런 냄새조차 없는 날은 까만 천장을 바라보며 정적을 견디다가 눈을 감는다. 관 같은 방이요, 관 같은 침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