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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의 사랑은...(5화)

내가 미국에 오다니 (5화)

by LoveeGracieee

한참을 망설이다 사랑이야기를 하게 된다. 사랑, 글쎄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었는지 모르겠다. 어린 나이에 철도 들지 않은 나이에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사랑이겠지라고 한 사랑은 얼마 가지 않아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20대 중반에 교회에 왔는데 젊은 청년들이 많았다. 나는 교회중심의 생활권에서 살았기에 만나는 사람들이 거의 교회사람들 밖에 없었다. 클럽이나 어떤 남자들을 만나는 모임 혹은 술 마시는 음주가무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만나는 사람들이 교회로 한정되었다. 그러던 중 교회에 새로운 청년이 왔다. 키는 거의 190이고 얼굴은 손바닥만 하고 머리는 약간 긴 곱슬 장발머리, 어깨와 몸이 근육으로 다져진 머 거의 모델 같았다. 그는 이민오신 부모님 따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교회라는 곳에 한국육군복무를 마치고 오게 되었다. 나보다 2살 어려서 누나라고 부르며 청년부원들에게 수줍게 순진한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는 이미지로 말주변은 또 많아서 이런저런 얘기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맨해튼에서 청년부들이랑 수업이 비슷하게 끝나서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하고 청년부들이랑 거리를 걸었다. 화려한 멋진 맨해튼거리에서 모델 같은 사람이랑 나란히 걸으니까 기분이 좀 묘했지만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좋은 동생으로 지내고 싶었다.


그런데 그는 나에게 점점 핑크빛 기운을 내비쳤다. 시를 써서 주기도 하고 청년부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하고 전화를 계속하고 잘 챙겨주고 좋아하는 티를 내고.. 그런 모든 것이 나의 마음을 열게 하고 점점 설레게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청년부에 남자 청년들이 많았고 경쟁들이 은근히 있었다. 물론 나를 두고 경쟁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 자기 자신이 누굴 좋아한다는 표현을 하지 않으면 좋아하는 사람이 중복이 되니까 아마 그랬던 것 같다.

어느 날 이번에는 단둘이 만나기로 하고 맨해튼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데 나의 손을 꼭 잡고 데리고 가는 것이다. 오 뭐야? 오늘부터 일일인 거야? (사귀기로 한 첫 번째 날?) 난 당연히 설레었고 사랑이었다고 믿었다.

너무너무 잘해주었다. 나를 공주 모시듯 모시었고 자신의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 것 같았다. 표현도 많이 했고 말솜씨도 좋아서 재미있는 얘기가 항상 쏟아져 나왔다. 너무나도 완벽한 사람 같았다. 그 사람의 부모님도 나를 너무 좋아해서 나에게 다 주셨다. 심지어 자신들의 신용 카드까지 나에게 주시며 쇼핑을 하라고 하였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내가 이 사람과 사귀고 2년이 지나고 결혼이야기가 나올 때 나는 이 사람의 프러포즈를 받을 줄 알았다. 그러나 프러포즈는 없었고 이 사람의 아버지가 모든 결혼준비를 하시고 심지어 내 결혼드레스 메이컵까지 순식간에 준비되었다. 나는 내가 이 시절에 너무나도 순진했고 세상물정을 몰랐고 성격도 너무나도 순종적이어서 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따라갔다. 성격을 다시 생각해 보면 나의 어릴 적은 그냥 화초였다. 그냥 생각 없는 화초. 겉으로만 보고 그것이 다인 거처럼 믿고 물주는 데로 받아먹고 빛이 비치는 데로 받아 살아가는 그런 화초. 한국에 계신 나의 부모님에게는 쉽게 갈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해 나의 생각이나 느끼고 본 바를 그저 믿고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결혼날짜를 잡았고 한국에 가족들은 뉴욕으로 오게 되었는데 결혼하기로 한 사람은 이제 나에게 관심이 없어진 걸까 점점 시들시들 해지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다정하지도 않고 챙겨주지도 않고. 이제 결혼하게 되니 목표를 달성해서 관심이 없어진 걸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하였다.



이상하다 사랑이란 것을 하고 사랑한 거 같았고 사랑했지만 그 사람과의 좋았던 기억이나 추억은 나지 않는다. 무의식 속에서 아픈 과거를 삭제시킴으로 나에게 그 사람과의 좋은 시간이 재생되지 않고 추억되지 않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수년동안 같이 살았던 기억 속에서 어떤 기쁨의 모먼트나 광경은 없다. 내 기억 속에 기억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가 보다.



그래 그렇게 결혼했지만 우리는 헤어졌다. 아마도 첫 단추부터가 잘못 끼워졌던 것 같다. 그때는 나의 고집으로 세상을 내가 원하는 데로 살아가면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될 줄 알았다. 눈으로 보이는 "있는 척"하는 것에 쉽게 마음이 빼앗겼고 의심하고 싶지 않은 찝찝함을 그냥 그대로 덮어두며 괜찮겠지 하며 세상을 쉽게 보았던 나 자신이었다. 묻어두고 꺼내보고 싶지 않은 것들은 서서히 표면에 드러나기 시작했고 세상은 철저하게 모진 것임을 깨닫게 하며 다시 무릎 꿇게 하였다. 서서히 그 사람은 나를 만나기 전에 자신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나를 아프게 했고 수많은 용서에도 불구하고 고칠 수 없는 되돌아올 수 없는 터널에 빠져만 갔다. 이것은 우리의 관계를 완전히 파괴하였고 회복할 수 없었기에 나는 나를 떠난 그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나의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외롭고 힘들었던 그 길이었지만 후회가 되지는 않는다. 왜일까? 나도 잘 모르지만 이렇게 웃을 수 있고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아마도 그 아픔의 시간 동안 나는 참된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값을 치른 거 같아서이다. 철없는 나, 나 자신을 만나 성숙이라는 아픔의 내성을 기르며 깊은 침묵과 고통 속에 내가 알 수 없었던 내가 알지도 못했던 나를 만나 다시 연합하고 치유를 하였다. 당시의 아픔이 과거의 아픔을 만나 다시 일어서는 경험은 신이 나에게 주신 은혜와 은총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고통의 계절은 결국 나에게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이루게 해 준 원동력이 되었다


뉴욕에서 음악치료공부를 가장 힘든 이 시기에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졸업을 하였다. 그리고... 어느 날 전화가 왔다. 대학에서 일을 해보지 않을래? 내일 이력서를 당장 보내줘.. 내가 그냥 밤에 피아노로 친 음악이 그날, 교수가 되는 기적의 나비효과를 주게 되었다.


To be continued (6편을 기대해 주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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