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토론에서 인상적인 문장들의 힘
독서 모임이 끝나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오늘 모임 어떠셨나요? 한 분씩 돌아가면서 오늘 모임에서 하고 싶었는데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해주시고, 오늘 모임 어떠셨는지 말해 주세요.” 나를 무척 잘 아는 내 친구 1은 그 시간이 오면 ‘H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나는 북토크가 끝나고 한 명씩 마무리 멘트 하는 시간을 참 좋아한다. 독서 모임에서 끝나는 그 시간을 제일 좋아한다니, 참 묘한 일이다. 심지어 ‘왜 독서 모임을 계속하는가?’ 그 질문의 답도 나는 모임의 마무리 토크에서 찾는다.
마무리 멘트를 통해 각자가 느낀 생각과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경험이 매번 새롭고 흥미롭다. 같은 책을 읽었음에도 사람마다 가슴에 남는 문장이 다르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책 속 문장으로 시작한 대화가 다시 문장으로 마무리된다. 일상에서 우리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는 대화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거나, 각자의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 드물다. 대화가 자연스럽게 책으로 시작하고, 마무리도 그날의 토론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간들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경험을 넘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특별한 순간이 되는 것 같다.
‘월간 위대함’에서 우리는 ‘위대함’을 주제로 한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 하지만, 그 위대함은 거창하고 먼 이야기가 아니다. 때로는 책 속에서 찾은 작은 문장이 그날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같은 책을 읽고도 사람마다 인상 깊은 문장이 다르고, 그 다름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관점과 경험을 엿보게 된다. 어떤 사람은 주인공의 고통에 공감하고, 또 다른 사람은 작은 사건에 숨겨진 희망을 발견한다. 멤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각자가 책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그리고 왜 그것이 그토록 중요했는지를 알게 된다. 책을 읽는 것은 각자의 내면에서 이루어지지만, 그 감상과 생각을 말로 나누는 것은 서로에 대한 더 깊은 연결을 만들어 낸다고 믿는다. 각자가 인상 깊게 받아들인 문장은 그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반영하고, 서로 다름 속에서 우리는 상대방의 시각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기 때문에. 같은 내용에 대한 각자의 삶이 담긴 해석은 다양하고, 그 차이점을 공유하고 이야기 나눔으로써 결국에는 서로 달랐던 우리가 더 가깝고 깊게 연결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감상을 돌아가면서 말하는 자리가 좋다. 마무리 멘트를 나눌 때는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토론을 다시 한번 반추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된다. 그 순간은 모두가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으로 나뉘지만, 토론의 참여 빈도와는 별개로 각자만의 관점으로 무언가를 얻어가는 시간이다. 매번 "말을 너무 많이 했다"며 후회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또 다른 깨달음을 얻는다. 그날의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문장을 말로 표현하는 시간은 듣는 사람에게도, 말하는 사람에게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토론에서는 주로 듣기만 했던 것 같은 사람들도 그 시간이 되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한 마디로 말하게 된다. 이때 느끼는 만족감과 연결감은 마무리 멘트의 또 다른 묘미다.
그래서 나에게 ‘월간 위대함’ 모임은 단순히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책을 매개로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더 깊은 곳에서 감정과 생각을 나누는 자리다. 일상에서 우리는 종종 겉도는 대화를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책 속 문장을 통해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위대함이라는 주제 속에서 소소하지만 서로에 대한 인상적인 순간들을 발견하게 된다.
서로의 문장을 나누는 시간이 나에게 특별한 이유는, 책 속 문장이 우리 대화의 중심이자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같은 책을 읽었음에도 각자가 선택한 문장은 다르고, 그 문장을 통해 우리는 서로가 책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알게 된다. 그렇게 문장이 대화를 열고, 마무리 지으며, 그날의 감정과 경험이 언어로 구체화된다. 책은 단순한 매개체가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는 열쇠가 된다. 우리의 대화는 그 책 속에서 시작되어, 또 서로를 통해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
모임을 통해 우리는 매번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그것은 단순히 책에서 얻는 교훈이 아니다. 그날 나눈 이야기, 상대방이 고른 문장이 나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를 생각하게 되는 경험이다. 말이 많은 사람도, 적은 사람도 이 시간만큼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 나누고, 듣는 이들 역시 그 이야기를 통해 무언가를 느낀다. 이것이 내가 ‘월간 위대함’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우리는 각자의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또 그 문장으로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결국, 이 마무리 멘트의 시간은 단순히 대화를 정리하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그날의 대화에서 무엇을 얻었고,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움직였는지를 말로 표현하는 순간이다. 문장으로 시작된 대화는 문장으로 끝난다. 그 문장이 우리의 생각을 정리하고, 서로의 마음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가 된다. 그 문장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위대함 속에서 더 큰 감동을 발견하는 특별한 시간이다.
팽팽하게 의견을 나누었던 사람들과 다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한 걸음 더 존중하고 이해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의 한계와 서로의 다름을 발견하고, 어쩌면 나도 조금은 더 성장하고, 다른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함께 더 넓은 시각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독서 모임은 단순히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을 넘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갈등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는 공간이다. 그런 갈등과 변화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더욱 잘 알게 되고, 다른 사람의 생각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니까.
이 모든 것이 독서 모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들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변화의 순간을 문장화해서 나누는 시간이 모임의 마무리 토크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문장으로 기억되는 그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 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