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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사 Oct 27. 2024

월간 위대함의 동료들: N군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위대함을 향해 항해하는 사람들.
당신 머릿속에 누가 떠오르는지 궁금하다. 빌 게이츠 같은 어마어마한 부자? 일론 머스크 같은 괴짜 사업가? 혹은 인정받는 문인, 학자, 화가? 글쎄, 나는 진짜 그런 사람들을 알고 있다. 이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은 먼 곳에서 위대함의 가치를 찾지 않는다. 다만, 한계 없는 온정 어린 마음으로 주위의 모든 것들을 위대하게 만든다. 
- J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 더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 더 먼저 가고 싶다는 마음, 더 높이 가고 싶다는 마음. 우리가 밖을 나서서 흔히 만나게 되는 마음은 이런 것들이다. 몫을 나눠 더 큰 것을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들, 함께 더 커질 수 없는 마음들. 회색빛 마음 사이에서 우리는 종종 내 덩어리와 남의 덩어리를 재단하기에 바쁘거나, 혹은 더 빨리 가기 위해 모르고 밟은 남의 마음을 미처 살피지 못한다. 


그런 사회에서 일견 타인의 마음을 온전히 보기란 녹록지 않은 일이다. 더 큰 덩어리를 가지려면 타인의 몫에 민감해야 하고, 남들보다 빨리 가려면 상처 준 것들에는 애써 둔감해질 줄 알아야 한다고, 그렇게 우리는 세상에게서 무정을 강요받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 그런 세상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더 따뜻해지고 싶다는 마음, 더 해치지 않고 싶다는 마음, 더 헤아리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나무가 되어 그늘을 주고 싶다는 마음. N을 인터뷰하며 내가 만났던 마음은, 모두가 대단하다고 생각하진 않기에 아무나 쉽게 가질 수 없는 마음들이었다.

그에게는, 무정을 강요받는 세상에서 기꺼이 다정해지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월간 위대함⟩ 멤버들은 N을 ‘F남자의 정석’, ‘인간탕후루’와 같은 수식어로 많이 부르잖아. N이 소개하는 본인은 어떤 사람이야?


우선 나는 광고 대행사에서 영상 PD를 하고 있어. 사람을 굉장히 좋아하고 활동적인 걸 좋아해. 서핑이나 스키장을 가는 것도 좋아하고, 드럼도 요즘 배우고 있고. 근데 확실히 그 모든 활동들도 같이 하는 사람이 있을 때가 훨씬 좋아. 그래서 나는 정말 ‘사람 좋아 사람’이라는 걸 이제는 완전히 받아들였어.



N은 원래 책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다고 들었는데, 우리 모임을 1년가량 하면서 책을 12권이나 읽게 되었잖아. 그중에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 뭔지 궁금해.


읽을 때 제일 재밌었던 책은 고레레다 히로카즈 감독의 자서전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이었어. 아무래도 직업과 연관 있기도 하고, 배경지식이 있는 분야다 보니까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그다음에 대화가 재밌었다고 느꼈던 책은 ⟪일론머스크⟫. AI 얘기할 때, 곧 닥쳐질 것 같은 미래의 얘기라서 흥미로웠어. 내가 SF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리고 ⟪사피엔스⟫도 인상 깊었어. 명서인데 아직까지 못 읽다가 독서모임을 계기로 읽었을 때 성취감이 들었어. 그리고 내 고정관념을 깨는 책이었거든. 토론할 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도 되게 재미있더라고. 불변이라고 생각했던 관념 역시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지.


⟪일론머스크⟫, ⟪사피엔스⟫는 굉장히 두꺼운 책이어서 읽으려는 마음을 먹지 않으면 쉽게 서점에서 사지 않았을 것 같은데, 독서 모임을 계기로 읽을 기회가 생겨서 나도 참 좋았어. N이 독서모임을 연장하게 된 계기도 책과 연관이 있을까?


맞아. 아까 말한 것처럼 나는 책을 안 읽는 사람이었는데, ⟨월간 위대함⟩ 덕에 ⟪사피엔스⟫라는 책도 읽게 되었잖아. 책을 꾸준히 읽는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만족감이 꽤 컸어.


그렇지만 무엇보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정말 좋았어. 여기서 나가면 소외될 것 같다는, 유치한 마음도 조금 있었던 것 같아. 모임을 할 때 사람들과 오래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서  뒤풀이 참여도 적극적으로 했던 거고.


그리고 ⟨월간 위대함⟩ 멤버들과 있으면 있을수록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이 많아서 더 오래 보고 싶었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가 ‘인간탕후루’라고  장난식으로 부른 것처럼, N의 다정함에 대해 좋은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 그런 말이 계기가 된 걸까?


그렇지. 사람들이 자꾸 따뜻하다 그러니까 ‘사실 나 그렇게 안 따뜻한 사람인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웃음), 아무튼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 같은 마음도 들고. 확실히 그런 말을 들을수록 ‘나 그런 사람인가?’라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더라. 그래서 어떤 행동을 할 때도 좀 더 (따뜻하게) 하려고 하지 않았나 싶어. 


N은 타인의 감정을 잘 알아채고 소외되는 상황을 잘 살펴주고, 어떤 걸 얘기하거나 판단할 때의 기준에 ‘다른 사람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이잖아. 그게 엄청 인상적이었거든. N이 만드는 영상은 더 따뜻하고 감정표현이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고민은 좀 있어. 영상이니까 전달하는 바가 강해야 할 것 같은데, 사실 내가 편집할 때도 그런 걸 신경 쓰게 되더라고. 만약 영상에 나오는 어떤 사람의 재미있는 장면이 찍혔는데, 표정이 너무 못 생기게 나왔어. 근데 이 사람이 배우가 아니라 일반인이면 이거를 써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이 사람 이거 보면 싫어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해. 그러면 자막으로라도 약간 가려준다든지 그런 … (연신 ‘미쳤다’를 외친다. 일동 감동…) 


토론에서 의견을 피력할 때도 N은 늘 따뜻한 시선으로 얘기를 했던 게 기억에 남아. N이 토론 중에 들었던 말 중 기억에 남는 말은 어떤 거야?


C가 다른 책에 있는 구절을 말해준 건데 ⟪파우스트⟫라는 책에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다.’라는 문장이었어. 나는 늘 고민이 많거든. 그게 스스로에게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하고. 그 말을 들었을 때도 (기억은 나지 않지만) 고민거리가 있었던 것 같아. 스스로 방황하거나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어떤 대화를 하다가 C가 저 문장을 말해줬는데, 그게 큰 힘이 됐던 거지. ‘내가 지금 방황하고 있다는 건 노력하고 있다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 그게 무척 힘이 돼서 회사 책상 앞에 써서 붙여놓기도 했어.


생각해 보면, ⟨월간 위대함⟩이 N에게 신세를 졌다고 할 정도로 N이 모임에 도움을 많이 줬어. 그래서 멤버들도 N에게 많이 고마워하고 있고. 반대로, N이 ⟨월간 위대함⟩으로부터 얻은 좋은 영향이 있다면?


모임에 올 때마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돼야겠다.’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어. ⟨월간 위대함⟩을 하고 나서 본업 할 때는 물론,  삶 전체가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아. 술을 안 먹게 된 것도 G와 R 덕분이거든. 술을 안 먹어도 자리에 잘 어울리는 친구들 보면서 안 먹어도 괜찮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 운동도 운동 소모임 하면서 더 열심히 하게 되었고.


그리고 ⟨월간 위대함⟩ 끝난 이후로도 회사에서 독서모임을 하고 있어.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자기 의견을 논리적으로 예쁘게 말하는 모습이 진짜 멋지더라고. 생각의 깊이도 많이 느꼈고. 그래서 나도 책을 많이 읽고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 지금 하고 있는 거의 모든 활동들이 ⟨월간 위대함⟩ 영향을 많이 받았어. 


N은 원래 공대를 다니다가 편입을 신문방송학과로 했다고 들었어. 전공을 바꿔서 편입하는 것도, 상경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 인생에서 큰 변화를 할 때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도 궁금하고, 그 당시의 마음가짐도 궁금해.


첫 번째 계기는 ⟨세 얼간이⟩라는 인도 영화야. 거기 제일 많이 나오는 말이 ‘당신이 좋아하는 걸 하라’는 메시지거든. 고등학생 때부터 계속 고민했는데 결정을 못해서 공대에 진학했고, 대학에 가서도 계속 고민을 했어. 


근데 그 과에서 우연히 친구 한 명을 만나게 됐어. 컴퓨터에 완전히 빠져서, 수업 끝나고 혼자 컴퓨터 분해하고 하루종일 코딩하는 친구였지. 그 친구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몰입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군대에 가서도 그런 고민을 계속하던 와중에 ⟪연금술사⟫ 책을 읽었어. 이 책도 비슷한 얘기거든.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마음속을 살펴보고, 그걸 이루고 싶다면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 


이런 게 다 겹쳤어. 중학교 때는 원래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거든. 그래서 부모님께 카메라를 사달라고 했어. 지금까지 그렇게 진지하게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 부모님께서 어떻게 또 사주셨어. 사용 설명서도 열 번씩 읽고, 뭘 모르니까 조작법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사진 용어도 찾아보고. 그때 배운 용어를 지금 영상 할 때도 사용해. 그러다가 전역하고 대외 활동으로 대학생 영상 기자단을 했어. 유튜브가 한창 잘 될 때였는데, 거기서 처음 영상을 배운 거지. 그때도 공대를 다니고 있었는데 휴학했어. 그걸 하는 1년 동안 정말 재밌더라고. 생각하는 거 그대로 찍고 만들고 하니까. 그래서 이쪽으로 넘어가기로 결심했어.


뒤늦게 시작했는데 그래도 밥 벌어먹고 서울에서 살고 있는 게 참 운이 좋았지. 결정을 참 잘한 것 같아. 주변에 늘 얘기하지만, 나는 출근하기 싫었던 적이 없었거든. 일하는 순간에 결과물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있지만, 이 일을 하기 싫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 


여러 고민을 거쳐 지금으로 나아왔구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경험한 만큼 N의 현재가 더 단단하고 안정적인 것 같아. 그렇다면, N이 앞으로 되고 싶은 모습은 어떤 모습이야?


제일 어려운 질문인데, 아직도 미래에 뭘 이루어내고 싶은 건지는 잘 모르겠어. 영상을 잘하고 싶다는 추상적인 생각은 있고,  팀에서 어떤 영상을 잘해야 될까 이런 건 계속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나는 주어지는 순간순간에 열심히 하는 사람이거든.


순간을 쌓다 보니 운 좋게 여기까지 왔는데, 그런 부분이 내 강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하기도 해. B나 D처럼 어떤 목표를 하나 두고 쫓아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나는 순간순간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편이라 단기전에는 강하지만 장기전에서 좀 약하다는 생각이 있어. 그런 걸 알다 보니까 요즘에는 목표를 의식적으로 잡으려고 해.


그리고 예전부터 많이 했던 생각인데,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내 일도 열심히 해서 능력적으로도 성공하고, 든든한 나무가 돼서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그늘 아래 와서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족이든 좋아하는 친구들이든, 내가 줄 수 있는 그늘 안에서 필요할 때 나에게 기대서 쉬어도 될 만큼 단단한 사람이면 좋겠어.


마지막 질문, ⟨월간 위대함⟩은  〇〇〇〇〇이다!


⟨월간 위대함⟩은 현재진행형이다.


모임이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줬거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게 되고, 책도 많이 읽게 되고, 일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이 사람들이랑 더 오래 함께 가고 싶고, 그러려면 나도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그렇게, 나는 ⟨월간 위대함⟩을 잠시 쉬고 있지만 계속 내 삶에서 ⟨월간위대함⟩은 현재진행형이야.


- 인터뷰어 J, 인터뷰이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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