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유한하지만 죽기 직전까지 애써서 살아내고 싶다
위대함을 향해 항해하는 사람들.
당신 머릿속에 누가 떠오르는지 궁금하다. 빌 게이츠 같은 어마어마한 부자? 일론 머스크 같은 괴짜 사업가? 혹은 인정받는 문인, 학자, 화가? 글쎄, 나는 진짜 그런 사람들을 알고 있다. 이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은 먼 곳에서 위대함의 가치를 찾지 않는다. 다만, 한계 없는 온정 어린 마음으로 주위의 모든 것들을 위대하게 만든다.
- J
때는 바야흐로 월간 위대함 첫 모임. 원래 모임이 끝난 뒤 내 계획은 집에 가서 자책하며 후회의 바다에 잠수하는 것이었다. 으레 어색한 상황에서 고장 난 MBTI의 E가 늘 그렇듯 고요를 메우려 횡설수설 기워낸 말을 복기하며 말이다. 그 미래를 예견한 듯, P는 모임이 끝나기 직전 스펀지밥 래리처럼 내게 구명보트를 던져주었다.
“저는 J님이 말씀하신, 낙관주의가 필요하다는 말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말이 대개 그렇듯, 새긴 쪽이 아니라 꺼낸 쪽인 나는 어떤 흐름에서 저 말을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P의 대답만은 명확히 기억할 수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더더욱, 내가 하는 말이 호작질에 가까운 언어라고 여겼을 뿐 밀도 있는 문장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래서 저 구명보트와도 같은 말은 내게 더 없는 찬사였다. 나도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 누군가에게 필요할지도 모르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낙관주의가 필요한 사람’. 이 표현만 보면 우울에 절어있는 ‘따분이’ 같은 캐릭터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P는 늘 미소를 띠며, 누구보다 따뜻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는 단언을 혐오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반대의 여지없이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라는 사실. 사회를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는 P. 누구보다도 부드럽고 강한 그가 <월간 위대함>에서 느꼈던 위대함은 무엇일까?
P를 떠올리면 항상 따뜻한 말과 시선으로 함께 있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모습이 생각나. 그리고 자타공인 ‘다재다능러’잖아. 많은 것을 경험해 보고, 좋아하고, 재능도 많고! P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자기소개를 한다면 어떻게 하고 싶어?
난 J가 말한 것처럼 세상 온갖 것에 관심이 많은 ‘프로세상관심러’야.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연기도 해보고, 디자인도 해보고, 사진도 찍어보고, 사업이랑 창업도 잠깐 해보고, it 쪽에도 있었어. 지금은 ‘세상을 많이 경험하고 휴식기를 가지려고 하는 평범한 30대 휴식 노동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싶어.
P는 여러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프로세상관심러’라고 했는데, 책에도 관심이 많았어? 독서모임 들어온 계기가 궁금해.
책은 좋아하는데 독서를 많이 하진 않아. 독서 모임은 A의 인스타그램 글 보고 들어오게 됐어. 코로나가 막 끝나갈 무렵이었는데, 시기가 시기인 만큼 나도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면서 그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거든. 그때 마침 그 글을 봤고, 설득당하지 않을 수 없었어. 원래부터 A라는 제작자에게 관심이 있기도 했고, A와 독서 모임하면서 재밌고 인상 깊은 얘기도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청했어.
처음에는 A를 보고 들어왔지만, 함께 만드는 모임으로 바뀐 이후에도 연장을 계속했잖아. 그 원동력이 뭐였어?
일단 함께 하는 멤버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다음으로는 선정된 책이 다 재밌어 보였고, 번개도 재밌었고. 그리고 토론도 정말 재밌었어. 이 과정을 통해서 사고가 얼마나 확장될지 기대됐고, (모임을) 멈출 단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속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맞아, ⟨월간 위대함⟩을 하지 않았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만나면서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을 나도 많이 받았지. P가 ‘사고의 확장’이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토론 중에 머리가 띵했던 말, 혹은 곱씹어볼 만큼 인상적이었던 말을 꼽아본다면?
먼저 기억나는 건 C의 글이야. 토론은 아니고 ⟪뉴스의 시대⟫ 독후감에 썼던, ‘게으름의 대가는 세계의 축소다’라는 문장. 뉴스를 접하지 못하거나 지식수준이 높지 않은 게 잘못은 아니지만, 내 세계를 좁히는 요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내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거나 새로운 행동을 할 때 이 문장이 종종 떠오르기도 해.
그리고 어떤 책이었는지 잘은 기억 안 나는데, 토론 때 S가 했던 말도 기억에 남아.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골자는 이랬어. “좋은 구성원과 나쁜 구성원이 있더라도, 좋은 사회는 결국엔 좋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얘기해 준 게 공감이 되기도 했고, S가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난 생각만 하고 입 밖으로 꺼내거나 타인과 공유를 하지 않았는데, 나도 ‘좋은 사회’에 대해 스스로 정의 내리고, 좋은 구성원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마지막은 순수하고 귀여워서 기억에 남는데, E가 ⟪싯다르타⟫ 토론 때 ‘사색할 줄 압니다. 기다릴 줄 압니다. 단식할 줄 압니다.’ 이 문구를 이력서에 쓰고 싶다고 한 말이야. 글을 사랑하는 순수함이 기억에 남았어.
P는 배우 생활도 했고, 다재다능한 금손이기도 하고, ⟨월간 위대함⟩ 하면서 우리가 P의 많은 매력을 알게 됐잖아. 이것처럼 P가 우리 모임에서 목격했던 멤버들의 매력 모먼트가 무엇인지 궁금해!
아무래도 모임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조합이 모였잖아. 그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다양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 대해 생각하는 것, 세상을 좀 더 이해하고 싶어 하고, 자신이 이해한 바를 삶에 녹여내서 더 즐겁게 살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 그런 모습이 나랑 비슷하기도 했고. 나도 책이나 영화, 공연 같은 매체를 통해 생각하고, 기뻐하고, 노는 걸 좋아하고, 더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거든. 그런 면에서 정말 좋은 친구들을 만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책이 매개여서 특별했던 점이 있었을까?
내가 책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평소에 친구들에게 ‘이 책 읽어봐’ 하며 말을 꺼내지는 않는데, 책에 관련해서 말을 하게 됐어. 사실 처음 들어왔을 때 이 모임을 통해 내가 크게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했거든. 근데 모임을 하면서 나의 작은 의견과 다른 사람들의 의견들이 켜켜이 채워지고, 커다란 책의 텍스트와 함께 한 생각들, 우리가 나눴던 상황들, 이런 요소가 점차 커다랗게 내 안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더라고. 내 삶에서도 ‘이 친구가 이런 말을 했었지’ 혹은 '나는 이런 말을 했었지’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친구에게 책을 소개하거나 책 이야기를 할 때도 ‘너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어?’ 이렇게 대화할 수도 있게 됐어요. 생각이 많이 풀어지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아.
P는 세상에 관심도 많고, 무엇보다 세상에 대한 사랑이 무척 크잖아. 그런 P가 앞으로 되고 싶은 모습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
우리가 인물에 대해서 많이 읽었는데, 나는 그중에서 니체, 류이치 사카모토, 싯다르타 이 세 명의 인물이 가장 기억에 남아. 모두 죽기 전까지 작품 활동을 하거나 수행을 했던 인물이잖아. 나도 삶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지만, 이들 같은 위대한 사람을 책을 통해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삶은 유한하지만 죽기 직전까지 애써서 살아내고 싶다.’ 위버멘쉬 정신, 초인정신으로 말이야. 그리고 ‘너무 힘들게 살고 싶지 않고 무조건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그런 생각도 했어.
P에게 월간 위대함이란?
세계 속으로!
위대함에 관한 여러 책을 읽었잖아. 서로 다른 위대함을 만날 때마다 낯선 문화, 낯선 사람, 낯선 세계를 만나는 것처럼 느껴졌어. 니체는 유럽에 살고 니체 사카모토는 일본에 사는 것처럼. 그 만남이 내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기 때문에, 월간 위대함은 내게 세계 속으로! 향하는 걸음이야.
- 인터뷰어 J, 인터뷰이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