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갈 수 없는 멤버 구성의 변화를 마주하는 법
23명. 1년 동안 월간 위대함을 하면서 총 23명의 사람을 만났다. 한 시즌 인원이 10명에서 17명 사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동안 멤버의 변화가 꽤 많았다는 의미이다. 어떤 모임이든 멤버는 바뀔 수밖에 없지만 독서토론이라는 가벼운 목적과 한 달에 8만 원이 넘는 비용을 생각하면 변화가 많은 게 당연한 일이었다.
머리로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멤버 한 명 한 명이 떠날 때마다 속상하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 역시 당연했다. 누군가를 억지로 붙잡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냥 쿨하게 헤어질 수는 없었다. 그간 사회생활과 연애경험에서 갈고닦은 노련미와 찌질미를 발휘할 때였다.
일단 노련하게 시즌 연장을 확정한 멤버들이 연장을 당연한 분위기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다. 연장할 거냐는 질문을 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한 걸 왜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답하는 것이 포인트였다. 자연스럽게 다음 시즌에 읽을 책, 다음 번개 모임처럼 함께 미래를 꿈꾸게 되는 주제로 대화를 이끌었다. 그리고 매의 눈으로 평소보다 말수가 줄어들거나 ‘마지막’ 같은 단어를 언급하는 등 조금이라도 떠날 기미가 보이는 멤버를 발견하면 다가가 물었다. “혹시 다음 시즌도 계속해?”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면, 각자만의 스킬을 본격적으로 뽐내며 멤버를 붙잡았다. 왜 고민하는지 이유를 물어보고 “출장 일정이 두 번이나 겹친다”는 답에 “그럼 두 번은 올 수 있는 거 아니냐”며 논리의 모순을 찾아내는 스킬, 다음 시즌에 읽을 책 후보와 소개(첫 책으로 선정된 <청년 붓다> 소개의 마지막 문장은 “읽고 싶은 사람 부처 핸썸!”이었다)가 담긴 포스터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스킬, 어떻게 하면 연장할 건지 같이 개선안을 고민하고 도출하는 스킬, 서로 연장했는지 확인하고 감시하는 스킬, 끊임없이 연장 마감 시간을 알려주는 스킬까지.
이런 눈물 나는 노력에도 붙잡기 힘들겠다는 판단이 들면, 태도를 바꿔 멤버가 잘 떠나고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도록 헤어짐을 준비했다. 같이 사진을 찍고, 서로 롤링페이퍼를 써주고, 언제든 돌아오라는 덕담과 함께 인스타그램 맞팔로 마무리하며 보내줬다. 끝까지 구질구질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우리는 진심이었다.
떠나는 멤버가 있다는 것은 새로운 멤버가 생긴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기존 멤버의 추천에 이끌려서, 위대함이라는 주제가 마음에 들어서, 함께 읽는 책이 재미있어 보여서, 한 번 놀러 왔다가 마음에 들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새로운 멤버들이 월간 위대함에 합류했다. 오게 된 이유는 제각각이었지만 어찌 됐든 이 모임에 온 멤버들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었는지 기존 멤버들 모두 마치 파티를 개최한 호스트가 된 것처럼 (사실은 우리도 멤버일 뿐인데) 새로 온 멤버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혼신을 기울였다. 분명 함께 하고 있지만 함께 하지 않는 A의 이야기가 나오면 새로운 멤버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맥락을 설명해 주고, 토론 마무리 시간에 새로운 멤버들의 활약을 꼭 언급하고, 새 멤버 중 한 명이었던 Z가 운영하는 서울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 가게로 번개를 가기도 했다. 심지어 J는 번개 때 새로 온 멤버들에게 우리 모임이 얼마나 재미있는 모임인지 어필하기 위해 억지로 텐션을 높였다가 H에게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I는 우리가 이미 고인 물이 되어 새로 온 멤버들에게 소외감을 느끼게 한 것은 아닌지 주기적으로 질문하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 새 멤버들은 마치 처음부터 함께 했던 것처럼 빠르게 월간 위대함에 적응했고, 꽤 많은 멤버들이 지금까지도 함께 하고 있다. (사실 우리의 노력과 관련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변화 속에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월간 위대함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는 멤버들도 있다. 한 시즌을 쉬고 있는 나를 제외한 월위대생의 멤버들은 월간 위대함의 모든 시즌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 멤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월간 위대함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여러 이야기와 고민을 들을 수 있어 참 흥미롭다. 한 시즌이 끝나갈 때쯤에는 참여율이 높았던 멤버들이 떠나는 것에 대한 걱정이나 아쉬움을 말하다가도, 정작 시즌이 시작되고 나서는 새로운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라 바쁜 걸 보면 이제 헤어짐과 만남에는 꽤 익숙해진 듯하다.
오히려 헤어지고 만나는 것에 대한 고민보다는 월간 위대함의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월간 위대함 사람들이 보고 싶은데 어떤 단톡방에 말을 해야 할지, 시즌 1 멤버도 같이 보고 싶은데 그 멤버를 모르는 시즌 3 멤버가 불편해할지 같은 소소한 고민부터 시작해 이번 시즌 월간 위대함에서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어떤 번개를 해야 멤버들이 좋아할지 같은 현실적인 고민을 거쳐 ‘월간 위대함이란 무엇인가’ 같은 철학적인 고민까지 하는 것을 보면.
이런 모습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이 멤버들에게 월간 위대함은 독서 모임 중 하나가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게도 월간 위대함은 단순한 독서 모임이라기보다, 위대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에 가깝다. 독서 모임을 떠난 멤버들과 만나도 여전히 월간 위대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만의 위대함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에,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며 독서 모임을 떠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독서 모임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월간 위대함을 주제로 계속 책을 쓰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앞으로도 반복될 여러 변화 속에서 각자 월간 위대함의 정의도 계속 달라질 테고, 이 모임을 이어나가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까지 그랬듯이 월간 위대함은 새로운 고민과 함께 위대함을 계속 탐구해 갈 것이라 믿는다. 어쩌면 이 이 모임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우리가 함께 발견한 위대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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