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내후년쯤? 작년에도 그렇게 말했었나? 하하, 매년 늘어나네.." 라며 대충 얼버무리며 나는 말끝을 흐렸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그래도 해보는 게 더 낫지 않겠냐.'라고 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어떠한 대답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분명 나는 혼자인 게 편했고, 혼자 사는 게 좋았다. 누구든, 내 집에 아무리 오래 있어도 언젠간 돌아간다는 믿음으로 불편함을 견딜 수 있었다. 고요하고 적막한, 아무도 없는 집이 너무 편했고, 마음이 안정됐다. 물론 외로울 때도 있지만 잠시뿐, 떡볶이와 맥주 한 캔을 먹으며, 넷플릭스를 보면 또 괜찮아졌다.
35년을 혼자서도 잘 살았는데, 남은 인생도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비혼이 맞지 않을까?'라고 진지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결혼 유무에 대한 질문을 들을 때마다, 얼버무리며 말을 잘하지 못했다. 왜 인지 모르게확고하게 비혼주의자라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혹여나 시간이 흐르고 나서 지금의 내 신념을 깰 만큼 좋은 사람이 나타나 마음이 변해서 결혼이 하고 싶어 지면 어쩌나, 아니면 비혼주의자라고 밝히면 그것이 주제가 되어서 토론이 오가는 상황이 불편했다. 그래서 계속 피하게 되었다.
내가 언젠가 웃으며 친구들에게 40살에 비혼식을 할 거라고, 그때 다들 와줘야 한다고 했더니 한 친구가 콧방귀를 뀌면서 40살이면 너무 젊다고 50살이면 인정해 준다고 했다. 40대까지는 결혼이 가능한 나이라는 인식이 바뀐 지금 이 사회가 좋다. 좀 더 다양한 개인의 선택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길, 그 선택이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결국 우리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결혼과 비혼을 선택하려면 역시 본인 스스로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걸어가 보진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결혼을 하고 나서야 내가 결혼이 맞지 않는 사람이란 걸 깨닫게 될 수도 있고, 결혼이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하며 한평생 살았지만 지나고 보니 '그때 그 사람과 결혼해서 삶을 꾸렸으면 지금보다 행복하지 않았을까?'라는 후회가 남기도 한다. 인생의 정답이 없다는데 많은 사람이 동의하리라 믿는다.
글을 읽으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본인을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그러길 바란다. 우리는 선택과결정의 순간이 계속되는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눈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며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대해 책임지며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