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포스트 여우언니라는 필명으로 10년간 활동하며 언젠간 책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며 살아왔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쓰기 전에 여러 가지 생각을 미리 머릿속에서 그려보고, 마음에 드는 내용을 선택해서 타자를 두들기기 시작한다. 글을 쓸 때는 주로 내 생각이 묻어나는데, 서른다섯 미혼인 나에게 결혼이라는 주제는 피할 수 없었다. 그렇게 '결혼주의자와 비혼주의자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결혼이 하고 싶니? 비혼이 나을까?',라는 제목을 짓는 것만으로도 설렜다. 사실 이 글을 마무리 지을 때쯤이면 나도 결혼할 거야, 비혼으로 살 거야,라는 두 가지 사실 중에 딱 한 가지를 정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나는 결혼주의자가 되었다가, 비혼주의자가 되었다가, 그저 다중인격자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비혼주의자가 결혼을 하게 되고, 결혼주의자였는데 이혼을 한 뒤 비혼주의자로 살아가는 경우의 사람들을 직, 간접적으로 접하며 더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스스로 내가 인생의 여러 갈래길 중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살아간다고 믿었고, 되도록 지나간 일에 대해 후회하는 것을 꺼려왔다. 이것을 자기 합리화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나는 그렇게 정신승리를 하면서 지금도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이 글을 연재하면서 결혼하는 나를 상상하고, 또 비혼으로 살아가고 있는 미래의 나를 떠올리며, 결론에 도달했다. 언젠가 또 내 마음이 바뀌어서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다들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내가 35년을 살면서 한 가지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누군가를 비난하기 전에 나는 그 사람의 상황에 놓여봤는지 여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함부로 다른 사람에 대해 평가하면 안 된다. 그 사람의 상황에 놓여보지 않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사람의 마음은 갈대라면서 비혼주의자가 결혼을 하면 왜 욕을 하는지 모르겠다. 사람의 신념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선택을 했지만 그게 맞지 않다면 다시 재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결혼을 했지만 살다 보니 원하는 삶이 아니라 이혼을 하고 비혼주의자로 살아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머리로만 상상해서는 절대, 그 상황에 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임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도 남에게도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여기까지 읽어주는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혹시나 저에 대해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작게나마 요즘 근황에 대해 몇 자 적어봅니다. 궁금하지 않은 분들은 아래 글을 가볍게 넘어가주시길 바랍니다.
내가 결혼과 비혼사이에 관한 주제로 글을 연재한 지 2년 가까이가 되었다. 글을 처음 시작할 때 내 나이가 35살이었고 지금은 만 35세가 되었다. 나라의 정책이 바뀐 걸 감사할 정도로 나는 얼떨결에 2년의 시간을 벌게 되었다. 사실, 글을 마무리 짓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 어떻게 결말을 지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열린 결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결말이 너무 궁금한데 독자에게 맡기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다고 꿈에서 깨는 그런 건 더 싫었다. 그래서 이기적 이게도 나는 시간을 끌며 나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살펴보았다.
나는 현재 7년째 만나고 있는 사람과 내년쯤 결혼을 준비해 보는 게 어떨지에 대해 논의 중에 있다. 20대 초반에 나는 빨리 결혼이 해보고 싶은 철부지였고, 중반의 나는 확고한 비혼주의자가 되었고, 30대의 나는 결혼을 통해 안정적인 삶을 원하지만, 너무 많은 고민과 생각으로 망설이고 있었다. 그 이유는 출산에 대한게 가장 컸다. 책임감이 얼마나 막중한 일인지 알기에 나는 자녀를 원치 않았다. 조카들로도 충분히 행복했고 딱 거기까지였다. 내가 결혼은 하되, 딩크로 살고 싶다고 얘기했을 때, 지금 만나는 사람도 나와 의견이 같았고, 그렇게 우리는 더 연애를 지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만약 내가 누군가를 새롭게 만나게 되더라도, 나는 딩크라는 의견을 먼저 상대방에게 말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비혼주의자도 비연애, 연애 이렇게 나뉘듯이 결혼주의자도 자녀의 출산여부로 나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분명 이 글을 쓰는 초장기에 나는 확신했다. 허나, 글을 마무리 짓는 이 시점에서, 서로 무리하게 자녀계획을 세우진 않겠지만, 혹시라도 우연찮게 찾아와 주는 천사를 받아 드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상대방과 대화를 하며 의견을 나눴다. 이렇게 한 사람이, 한 가지 신념으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건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걸 나는 다시 한번 깨우쳤다. 책을 쓰면서 나의 신념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확고히 하겠다는 생각은 오만이었다.
매번 생각하고 결정하고 반성하는 걸 반복하면서 나는 앞으로 전진해서 나아갈 것이다. 아니 그저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