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환자생활
지금까지 전신마취 의료수술을 총 3번 했는데 다 내 몸의 왼쪽 부위 일부를 떼는 수술이었어.
가장 최근에 한 수술은 2021년 12월에 왼쪽 폐 하부 절반을 잘라내는 수술로, 정확한 병명은 '폐분리증'+'ccam'이라고 불리는 선천성 폐질환이야. 좀 생소할 거 같아서 덧붙이자면, 요즘은 의료기기 발달로 아가 때 많이 발견되고 바로 수술을 한대. 30대 중반 성인이 왜 지금 수술을 했나 싶겠지만, 선천적이어도 증상이 없으면 모르고, 예전에는 X-ray로 정확하게 나오지 않아서 대부분 놓친다고 했어. 최근에야 30, 40대 때 정밀건강검진에서 발견이 돼서 뒤늦게 수술을 한대.
나는 증상이 있어서 수술을 한 경우야. 대학생 때 폐렴을 잠깐 스치듯 앓기는 했지만 별 탈 없이 살았거든. 20대 중후반쯤 엄마 간병을 하면서 살이 많이 빠졌어. 그때 나는 160cm 키에 평소 47~49kg 사이 몸무게를 유지했는데, 간병하는 시기에는 41~43kg로 살이 많이 빠진 상태였어.
그때 이유 모를 마른기침을 계속했어. 분명 감기는 아닌데, 그래서 동네 내과에 갔다가 대학병원에서 조영제 폐 CT를 찍었고 결과는 왼쪽 폐 하엽 일부에 기포도 많고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했어. 부위도 작으니 되도록 제거 수술을 하는 게 좋겠다고, 그대로 두면 나중에 폐암, 폐렴, 폐결핵등 폐관련질환에 걸릴 확률이 남들보다 30% 정도 높고, 몸에서 제기능을 못하는 장기는 불필요하니 제거하는 게 낫다고 말씀해 주셨어. 그 당시 내 몸무게가 42kg이라 당장 수술 하기는 어려웠고, 수술 후 최소 2주는 입원해야 하기 때문에 50kg까지 몸무게를 늘리고 나서 수술을 하자고 하셨어.
20대에 폐를 절제한다는 것도 충격인데, 몸에 흉이 생기는 건 더 싫었고, 평생 담배 한번 안 펴봤는데, 억울하기까지 했어. 사실 지금까지 살면서 크게 문제가 되지도 않았고, 실제로 몸무게가 늘어나니 기침하는 횟수도 줄어들길래, 건강관리에 좀 더 신경 쓰고 주기적으로 X-ray를 찍으면서 부위가 커지지 않는지 한동안 지켜봤어.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나는 왼쪽 나팔관 제거 전신마취 수술을 하게 돼. 그게 시작이었어. 수술은 분명 잘 됐는데, 수술직후 쪼그라들었던 폐가 제대로 펴지지 않은 건지. 몸에 무리가 가서 그렇게 된 건지, 계속 마른기침이 나는 거야. 다시 예전 대학병원을 찾았을 때는 왼쪽 폐 하엽 절반이상이 기능을 못해서 제거수술을 흉강경으로 할지, 개복으로 해야 할지는 직접 열어보고 결정한다고 했어. 개복 시 회복도 더 오래 걸리고 흉이 지는 부위가 더 커지는 거지. 이제는 정말 수술을 해야 해서 처음 갔던 병원은 수술 대기가 길어서 다른 병원 진료도 보고 그중에 최종 결정을 했고, 그게 21년 12월 코로나 시기였어.
앞으로 대기오염과 호흡기 전염병 문제가 더 심해질 테니,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미혼 여성이 일부 폐를 절제하고 흉도 남는다고 하면 그게 마음이 참 그래. 심지어 나는 최소 2주간 입원을 해야 한다는데, 간병해 줄 사람도 없고 그때 엄마의 부재를 절실히 느꼈어. 물론 외래 갈 때 가족, 친구, 남자친구도 함께 했지만 간병은 또 다른 문제니까. 결과적으로 수술은 잘 됐고, 나는 일부 폐를 절제했어. 거의 열흘 넘게 남자친구가 간병을 해줬고 무사히 퇴원했어.
폐를 절제하면 정말 체력이 말도 못 하게 약해져. 겨울이라 더 회복이 더뎠는지 친구들이 집으로 와주거나 우리집 근처에서 만났어.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탔고, 오래 걷지도 못했어. 회복을 위해 공진단(한약)을 꾸준히 먹고 PT도 살려고 받았어. 그렇게 운동을 하고 잘 먹고 잘 쉬니까 어느 정도 회복이 돼서 다시 병원일을 시작했어.
처음부터 풀타임은 어려워서 일주일에 하루, 이틀로 일을 시작했고 나중에는 일주일에 4,5일씩 했어. 직원으로 일할 기회도 있었는데, 아프고 나니까 좀 세상을 다르게 살고 싶어 지더라.
정말 너무 아팠고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거든.
그래서 무리하게 공부(토익스피킹, 공인중개사 자격증시험, 사회복지학과 복수전공)를 시작했고, 아직도 진행 중이야. 시작은 했고 분명히 하고 있지만 끝은 아직 장담 못하는 상태야.
아, 그리고 남은 한 가지 전신마취는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왼쪽 허벅지에 혹을 제거했어. 우연히 허벅지에 툭 튀어나와 있는 동그란 혹이 만져졌거든. 그게 혹시나 양성일까 봐, 제거해서 확인해봐야 한다고 해서 처음 전신마취를 했고, 그때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어. 내 학창 시절 꿈은 간호사였어. 실제로 간호학과도 붙었고, 근데 입학은 생명공학과로 했어. 좀 더 큰 꿈을 꾸고 싶어서 들어갔는데, 적성에 맞질 않는 거야.
1학년 해부학 실험수업이 전공필수였어. 실제 실험용 쥐를 잡아 직접 죽이고(경추탈골), U자로 배를 갈라서 장기를 하나하나 꺼내서 사진을 찍고 직접 그림을 그려서 보고서를 써내야 했거든.
그때 '아, 나는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소독약 냄새도, 피도, 경추탈골도, 다 너무 어려웠거든. 물론 생명공학과에서 다른 분야로 갈 수도 있지만 그 당시에 대부분 생명공학과 학생들은 MEET(의전원)를 준비했어. 나도 그랬고, 그래서 더 답이 없었어. 아예 불가능하다고 느꼈고, 공부를 잘하진 않았지만, 적성에 안 맞는다는 게 뭔지 깨닫게 되니, 정말 크게 좌절했어.
고등학교 친구들은 내가 간호학과 가는 게 꿈인걸 알고 있었거든. 오랜 시간, 심지어 붙었는데 안 가고 더 큰 꿈을 가진 건데, 그게 무너지니까, 나는 21살 때부터 끝없는 방황을 시작했어.
말이 삼천포로 빠졌는데, 이게 다음 글인 사주에 관한 이야기와 연결돼. 당연히 사주를 믿지 않으면 읽지 않아도 좋아.
요약하자면 사람 사주에 직업이 나오거든, 내 사주에는 병원이 있어.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내가 잘 풀리면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가 되는 거고 안 풀리면 환자라는 뜻이야. 이런 식으로 사람마다 갖고 있는 게 있는데 어떤 직업을 가질지는 본인에게 달렸다는 뜻이야.
'뭐? 정말 그런 게 있다고? 좀 더 자세히 말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