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우울증 생활(1)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

by 여우언니

우울증에도 여러 종류가 있을 거야. 나는 무기력증이 동반된 우울증이라 잠중독이었어. 그냥 계속 잠만 자. 잠이 안 와도 누워있는 거야. 현실을 도피할 수단이 잠이었던 거지. 하루 종일 하는 거라곤 자는 게 전부야. 처음에는 본인이 한심하고 어쩔 줄 모르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합리화(포기)를 해. 스스로 겨울잠을 자는 곰이라고 생각했어.


사람마다 우울증 증상이 정말 다양해. 마음과 정신이 많이 힘든 시기라, 뭔가에 중독되기 굉장히 쉬워. 현실에서 도피하려면 그래야 하거든. 그래야 살거든. 그나마 중독이라도 돼야 숨은 쉬는 거야. 그래서 나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잠만 자는 사람도 있고, 쇼핑 중독이나 도박, 알코올 중독자가 되기도 해. 나도 뭘 샀는지 기억도 못하는 쇼핑 중독을 잠깐 경험했는데, 겁도 없이 평소라면 안 샀을 가격의 물품들을 사더라. 나중에 제정신일 때 많이 후회했어. 그저 단순히 사는 행위, 잠시나마 소비를 위한 쇼핑을 하고 뭔가를 구매하는 행위로 현실을 잊는 걸까? 막상 사놓으면 택배박스 그대로, 쇼핑백 그대로 뜯지도 않고 방한구석에 쌓여있는 거야. 그래서 내가 뭘 샀는지도 몰라. 바빠서 개봉할 시간이 없는 게 아니야. 그저 사기만 하고 쓰지도, 입지도, 그렇다고 되팔지도 않아. 먼지가 쌓인 채로 그대로 있는 거야. 그래서 그 쇼핑 목록을 생필품으로 바꾸니까 좀 낫더라고, 두루마리 휴지, 수건, 샴푸, 치약, 칫솔 유통기한이 없는 제품들을 사재 껴. 그럼 그나마 언젠간 쓰긴 하니까.


도박과, 알코올 중독은 정말 꼭 병원에 가야 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 입원치료도 병행하는 게 좋아. 내가 일하다가 알게 된 분은 자살시도로 입퇴원을 여러 번 반복했다고 했어. 정말 몰랐어. 일할 때 말고는 크게 대화를 나누거나 친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우리 엄마 얘기나 내 속얘기를 한 것도 아닌데, 본인의 아픈 정신에 대해 말해주셨어. 그때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말해도 되는구나.'라는 생각 했어. 아니면 그분은 내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걸 알아본 걸까? 그래서 내가 본인에게 말해주길 바라서 자신의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내비친 걸까? , 끝끝내 나는 나의 우울을 숨겼지만, 그분은 자신이 우울증으로 입원을 여러 번 했었던 사실을 그저 담담하게 말해줬어.


스스로가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해. 내가 지금 평소와 다르고 다른 사람들과 정신적으로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해. 스스로 우울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반드시 병원을 가야 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거든. 그것만 해도 일단 당장은 죽지 않을 수 있어.


우울증이 올 때, 아무것도 못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 돼. 대신 아무것도 못한다면, 그런 상황에도 먹고살 수 있는 금전적인 여유가 있어야 버틸 수 있어. 나는 집 밖을 못 나가니까 일을 할 수가 없잖아. 그래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어. 그게 디지털노마드의 삶이었어. 우울증이 조금 나아졌을 때 최대한 일을 해서 돈을 벌어뒀어. 그래야 나중에 우울증이 왔을 때 버틸 수 있었거든. 인생을 1년이라고 한다면, 6개월은 소처럼 일하고 6개월은 겨울잠을 잤다고 생각하면 돼. 그래서 사람들은 바쁠 때,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처리하고 있을 때의 나만 알고 있어. 그래서 나는 항상 바쁘게 뭔가를 하는 사람이라고 기억하더라고.

나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회사생활을 못했어. 6개월은 아무것도 못하니까. 프리랜서로 살 수밖에 없는 거야. 억지로 회사를 다녀보려고 했는데, 그럼 죽고만 싶어서 불가능했어. 출근할 때도, 출근해서도, 퇴근할 때도 죽고 싶은데, 그렇게 다니다간 정말 죽겠다 싶어서, '일할 수 있을 때 바짝 벌자는 게 목표였고, 대신 쉬고 싶을 때 아무것도 하지 말자.'라고 생각했어.


'큰돈을 벌지 못해도 괜찮다. 그저 살아만 가자.'


항상 우울증이 오면 '딱 30까지 살자. 40까지만 살자.'라고 생각하면서 버텼고, 조금씩 나이를 늘려가면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어. 다행히 요즘에는 단기로도 할 수 있는 일들도 많고, 알바생활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더라. 그래서 더 경제 공부를 했어. 예적금을 꾸준히 하기에는 나는 일정한 월급이 있는 삶이 아니라서 단기로 벌 수 있는 걸 택했어. 그래서 국내외 주식도 장투가 아닌 단타를 했어. 미국주식을 하면서 잠을 제대로 못 자니까, 건강이 너무 나빠져서 미국주식은 되도록 장투로 가져가고 있고, 달러와 금, 비트코인, 이더리움 스테이킹에도 투자하고 있어. 요즘은 투자가 쉬워져서 외화예금, 골드바, 금 etf 정말 다양한 상품들이 있어. 주식은 isa, cma 계좌를 꼭 만들어서 절세도 하고 이자도 챙기면 좋겠어. 유튜브만 봐도 자세히 나와있으니까, 관련 영상을 한 번씩 보자.


너무 주절주절 얘기했지? 사실 우울증 환자를 바라보는 가족들 마음이 어떨지, 우울증 환자 본인의 마음은 어떨지 너무 잘 알아서 그랬어.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서로에게..

그래서 내 글을 읽고 조금이나 서로를 이해해 주길 바랐어.


365일 우울상태일 수는 없어. 분명히 병원에 가고 약을 먹고 하면서 생활의 변화가 찾아오면, 조금 힘이 생겨, 뭔가를 할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들어. 그러면 그 시기에 반드시 새로운 뭔가 일을 벌여야 해!! 수습은 미래의 네가 해줄 거야.


'그럼 만약에 10년 전, 처음 우울증 증상이 나타난 너에게 돌아간다면 너는 뭐라고 말해줄 거야?'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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