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나두 우울증이야!!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

by 여우언니

음.. 그래도 요즘은 살만해졌다고 말해도 되려나? 제때 자고 먹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일도 하고 소소하게 살아가고 있어. 나는 지킬 게 없어서 죽고 싶은 마음이 든 게 아니야. 엄마를 지켜야 하는 걸 알지만 제정신이 아니라, 정상적인 사고를 못했어. 사실 자기 연민이 깊어서 본인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거든, 그래서 누구를 생각할 수도, 걱정할 수도 없어. 지금 내가 제일 힘들거든.


내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말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린 건지, 가족들에게는 아직도 말 못 했어. 아마 아직도 모르고 있다고 봐도 돼. 그렇게 나는 나의 우울증을 숨기고 싶었어.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거든. 나 스스로가 우울증을 나의 치부라고 생각했나 봐. 하루는 뉴스에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을 선택한 사람에 대한 방송이 나왔어. 아빠와 함께 보고 있었는데, 아빠가 '다 정신력이 약해서 그래.'라고 말씀하시더라, 아마도 우울증을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게 생각할 거 같아. 그리고 사실 나도 우울증을 겪으면서 '결국 죽어야 끝나나?'라고 생각이 든 적도 많아. 우울증은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라고 하잖아?, 정말 서서히 찾아와. 그리고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있어. 감기와 같다고 봐도 돼.


우리가 감기에 걸려서 낫지 않는다면 약을 바꾸고 병원을 옮기는 거와 똑같아. 자기하고 맞는 의사와 약이 있어. 잘 듣는 약과 잘 맞는 병원으로 옮기듯이, 정신의학과도 똑같아, 안 나으면 바꿔야 해. 그리고 '약을 먹고, 상담을 조금 받는다고 낫는다면, 이 세상에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이 없겠지?' 나는 심지어 약도 잘 안 챙겨 먹고, 상담도 빠지는 그런 환자였어. 집 밖도 못 나가는데 상담받으러 어떻게 가겠어? 그럼 상담샘이 문자를 보내주셔. '이번주는 무리하지 말고 푹 쉬시고, 다음 주로 예약변경했어요. 다음 주에는 꼭 뵙고 싶네요. 기다릴게요.' 그럼 또 용기가 생겨서 병원을 가게 되더라.


나는 내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인지하고 혼자 병원을 예약해서 혼자 갔어. 아마 죽고 싶은데 죽지 못하고, 그럼 살아야 하는데, 이렇게 살 수는 없어서, 그렇게 나는 병원 문을 두드렸어. 내가 다닌 병원은 상담샘과 약처방샘이 따로 있었고 사람도 엄청 많은 대학병원이었어. 처음에는 심각한 상태라 일주일치 약을 받고 일주일에 한 번 50분 정도 상담을 받았어. 그 샘은 정신의학과 전문의시험을 준비하던 중이셔서 열정이 가득하셨고 내 얘기를 가만히 듣고 나서, 샘의 의견을 나에게 전달해 줬어.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선생님 저 너무 힘들어요.'

'그럼 가족들에게 말해보는 건 어때요?, 아직 엄마 간병을 하고 있죠?, 그건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경은님은 쉬셔야 해요. 미안하지만 엄마와 거리를 둬야 해요.'

'네, 저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요.'

'다른 사람들이 현재 경은님의 상태를 알아야 해요. 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세요.'

'아빠랑 오빠한테 도저히 말 못 하겠어요.'


이렇게 매번 도돌이표 같은 얘기들이 오갔고, 아마 아빠와 오빠에게 직접적으로 우울증에 걸렸다고 말하진 못했지만 우리 가족 모두 같은 증상을 겪고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내가 더 힘들다고 말하지 못했어.

나는 심지어 약 먹는 걸 너무 두려워하고 거부했어. 그래서 매번 약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거든. 그 사실을 약처방샘한테는 말도 못 하고, 상담샘에게 말했어.


'약을 먹다가 단약을 못하면, 저는 평생 이 약을 먹으면서 살아야 하나요? 저는 평생 약을 먹고 싶지 않아요'

'그럼 경은님, 정말 힘들 때, 안 좋은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고, 충동적으로 행동할 거 같을 때, 꼭 드셔야 하는 약을 따로 처방해 달라고 할게요.'


나는 한동안 그 약통을 손에 꼭 쥐고 잠들었어.

그래도 가끔 죽고 싶은 마음이 들면,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숨을 오랫동안 참아본 긴 했어. 하지만 결국 나도 모르게 숨을 후, 내뱉더라고, 아마도 죽고 싶은데, 죽고 싶지 않은 상태였던 거 같아.


'세상에 혼자 있고 싶은데, 혼자 있고 싶지 않은 게 우울증 같아.'


'정말, 힘들었겠다. 물어보기 조심스럽지만 혹시 그럼 우울증 환자는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해?'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