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두 우울증 있어?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

by 여우언니

음..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사실 나는 내가 우울증이라는 사실도, 종종 무기력증까지 같이 찾아온다는 사실도, 정말 숨기고 싶었어. 처음엔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나중엔 아닌 척 연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초반에는 감당하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 또 그 시기가 왔구나',라고 그저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면서, 그렇게 잠시 숨을 고르는 중이라고 되뇌었어. 스스로 나는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칭하면서, 주기적으로 우울과 무기력, 조증이 반복됐거든. 그렇게 무작정 시간이 가길 바랐어. 막연히 나아지길, 그저 기다렸어.


.. 모르겠어. 우울증을 경험해보지 못한 너에게, 내 얘기가 전혀 이해되지 않을 텐데,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한번 들어봐 줄래?


처음에는 '어? 내가 왜 이러지?', '뭔가 이상한데, 예전에 내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어. 평소의 나였다면 당연하게 해 왔던 일들이 너무 힘들고 버거운 거야. 나는 무기력증이 같이 온 우울증이라서 아예 아무것도 못했어. 기본적으로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서 해야 되는 최소한의 행위들을 못하겠는 거야. 씻고 먹고 자고 이게 안 되는 거야. 침대에 누우면 일어나질 못해. 아예 방밖으로 못 나가는 사람도 있다던데, 나는 집 밖으로 나가질 못했어. 우울증이 정말 심각한 시기에는 진짜 현관문 밖으로 문 열고 나가서 엘리베이터를 못 타겠는 거야. 심장이 두근거리고 막 무슨 큰일이 생길 것만 같았거든. 한동안 바깥으로 나가는 게 너무 힘들었어. 아침에 눈뜨면 죽고 싶었고, 누워서 눈감으면 잠자듯이 죽고 싶었어. 내일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어.


만약 밖에 억지로 꼭 나가야 한다면 우연찮은 사고나, 자연재해로 죽고 싶었어. 그런 시기였어. 근데 또 막상 스스로 죽기는 무서워서 자살 시도는 못했어. 베란다 난간 주위를 서성거리거나 난간에 발을 올리고 난간이 스스로 떨어지길 바랐어. 웃긴 게 그 와중에도'내가 죽으면 나를 발견한 경비아저씨가 충격받으시겠지?, 나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면 이웃들이 나를 욕하겠지?, 만약 우리 집이 안 팔리면 어떻게 하지?' 그런 현실적인 고민도 하게 된다? 죽으면 끝인데, 나는 여전히 사람들 눈치를 보면서 죽지도 못하고 살고 싶어 하더라.


사실 처음 증상이 시작되고 바로 정신의학과를 찾아간 게 아니야. 처음에는 혼자 이겨내려고 노력했어. 우울증 관련 책을 읽거나 영상을 찾아보거나 강의를 들었거든. 분명 머리로는 운동이 좋다는 것도 알고, 명상이 도움 된다는 것도 아는데, 그게 정신력으로 극복될 문제가 아니더라. 호르몬과 뇌의 상호작용 속에서 뭔가 더 복합적인, 뭐 그런 거 같더라고 그래서 처음에는 이것저것 시도해 보다가 바로 확 나아지질 않으니까, 나중에는 정말 인생을 포기하게 돼버려. 현실을 아예 회피해 버려. 그러면 상황이 더 심각해지거든, 자기 비하가 계속되니까 점점 더 우울해져, 영원히 헤어 나오지 못할 거처럼, 이대로 죽는 게 답인 거처럼 느껴져. 차라리 우울증이 아주 깊으면 죽는 것조차 못해. 아예 아무것도 못하니까.


그런데 말이야, 우울증이 나아지기 시작하는 그 시점이 사실 가장 위험하대. 하필 그때 죽을 용기가 생긴대. 죽을 용기로 살라고 하잖아? 그거 불가능해. 죽을 용기가 있으면 죽는 게 낫거든, 이미 현실이 지옥인데, 도망칠 곳도 없고 살고 싶은 마음도 없는데.. 어떻게 죽지 않을 수가 있겠어..


엄마간병을 3년쯤 했을 때였나? 그날은 그냥 날씨도 좋고 햇살이 따스했어. 문득 '엄마랑 같이 하늘나라에 가면 좋겠다', '병원 옥상에 올라가서 같이 하늘나라에 가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 '엄마도 혹시 그걸 바라고 있지 않을까?, 엄마 혼자 하늘나라에 가면 심심하니까, 내가 같이 가면 괜찮을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나는 아빠랑 오빠한테 엄마간병을 잠시 쉬고 싶다고 말했어. 그때 내가 장염에 심하게 걸린 상태이기도 해서 오빠가 바로 새로운 간병여사님을 구해줬고, 처음에는 단기로 와주실 분을 구했는데 그분이 2년 넘게 엄마를 봐주셨어. 그리고 나는 정신의학과를 갔어. 그게 내가 병원에 가게 된 가장 큰 이유야.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을 텐데, 말해줘서 고마워. 혹시 지금은 좀 어때? 아직도 안 좋은 생각과 감정이 들어?"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