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우언니 Mar 17. 2023

05. 나는 비혼인데

나는 완전한 비혼을 꿈꾼다

누구에게도 대놓고 얘기한 적은 없지만, 사실 나는 결혼식을 준비한다는 생각만 해도 벌써 귀찮아졌다. 옆에서 듣는 결혼 준비 과정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분명 둘이 좋아서 시작하는 결혼 준비지만 양가 부모님, 친인척분들까지 결국 눈치를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다고 했다. 버스 대절에, 간단한 간식을 결혼식 전날까지 챙기던 친구는 '정말 두 번은 못하겠다.'라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또, 결혼은 희생정신이 필요하다고 한다. 서로 다른 둘이 만나니 당연히 맞춰가야 할 부분이 생기는데, 아이까지 태어나면 나 자신이 없어진 기분이 든다고 했다. 유명 드라마 며느라기를 보면서 나는 과연 할 수 있을까? 강한 의구심이 생겼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나로서는 정말 생각만으로도 답답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혼자가 편했다. 물론 외로울 때도 있다. 불쑥 '이래서 다들 결혼하나?" 싶을 때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혼자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했다. 기혼인 친구가 진지하게 나에게 말해줬다. "있잖아, 결혼을 꼭 할 필요는 없어, 가진 자의 배부른 소리같이 들리겠지만, 나는 내 딸이 결혼을 한다고 해도 정말 괜찮아."




결국 나는 오랜 고민 끝에 비혼을 결심했다. 내 인생에 결혼은 어울리지 않았다. 이건 연애를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서른다섯 살의 나는 앞으로의 비혼 인생을 위해 준비하기로 했다.


'여성에게는 재산과 방해받지 않고 창작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 -버지니아 울프-


나의 재산이 나의 자유를 지켜줄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얘기를 안 할 수 없었다. 너무 돈돈돈 거리는 게 참 없어 보인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결국 시간이 흘러도 나를 지켜주는 건 돈이다.


서른 살이 넘으면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부모에게서 독립을 해야 한다. 독립해서 나도 사회 한 구성원으로 인정해 달라고 말해야 한다. 부모님의 말씀을 들을 수는 있지만, 반드시 말씀대로 따르겠다는 건 아니다. 우리는 성인이다. 아직까지도 여성은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님의 가부장적인 분위기 안에서 독립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꼭 결혼해야만 부모님에게서 독립할 수 있다면, 그건 다시 결혼이라는 제도 안으로 들어가 남편과 엮이는 것이니 완전한 독립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부동산 집값 문제가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독립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일단, 혼자 먼저 살아 보자. 이왕 비혼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혼자 독립적으로 살아보니 어떤 점이 좋고, 불편한지 직접 느껴보자. 자유와 돈을 바꿔서라도 경험해봐야 한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비혼주의자로 산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편견과 싸워서 이겨내야 한다. 절대 쉽지 않다. 여자 혼자라면 더 쉽게 보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아직까지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혼자 생활해 보고, 다시 본가로 들어가서 부모님을 모시며 비혼으로 살아가도 좋다. 그저 젊은 시절에 반드시 경험해 봐야 하는 게 온전한 나 혼자만의 방이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04. 얘들아, 나 결혼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