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특별한 순간이나 새로 시작한 순간에 배경음악이 깔린다.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화면 앞에 앉아있기만 해도 희망찬 느낌이다. 가끔씩 음악이 없는 세상을 상상한다. 얼마나 적막하고 심심할지. 내 인생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에 나에겐 어떤 음악이 어울릴까?
지식도 없고 흥미도 없어 보이지만 왠지 있어 보이는 클래식을 튼다. 가사는 없지만 듣다 보면 리듬감이 생긴다. 클래식 음악에도 기승전결이 있구나. 낯선 물건이나 거리, 사람을 마주할 때 처음엔 다 비슷해 보인다. 전혀 다르게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구분이 되지 않는다. 클래식도 마찬가지다. 이 음악이 저 음악 같다. 아마도 듣는 귀가 없어서였겠지.
얼마 전 도서관에서 클래식에 관한 책을 읽었다. 리스트와 파가니니. 분명 들어본 적 있는 음악이었으나 작곡가는 몰랐던 그런 음악을 만든 사람들. 그들의 생애와 음악을 같이 듣고 있자니 마치 일기장을 훔쳐본 느낌이랄까. 그 뒤로 리스트의 '라 캄파엘'라,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을 무한 반복해 들었다. 피아졸라의 음악도 들어봤는데 취향이 아니었다. 나에게도 클래식에 취향이 생기는 건가?
평소에 음악과 미술에 관심이 없었는데도 새롭게 알아가는 것이 즐겁다. 끊임없이 배울 수 있다는 건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무기니까. 아는 게 없어서 다행이고, 이제 알아서 다행이다.
어쿠스틱 한 음감을 좋아한다. 바쁘고 어지러운 음악보다 천천히, 이야기해 주는 노래가 더 좋다. 3분 남짓의 짧은 음악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되기도 한다. 대학교 4학년 취업준비 시절, 최종면접에서 떨어지기를 반복할 때 디오의 '괜찮아도 괜찮아'라는 노래가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 광주로 오는 버스에서 반복해 들으며 속상함을 떨쳐냈다. 마음이 힘들 때면 찾게 되는 노래가 되었다.
나의 시절 곳곳에 좋은 음악이 함께여서 뿌듯하다. 앞으로의 인생에도 책꽂이 같은 노래가 자주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