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아주 많은 사람의 일상
나만큼 걱정이 많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대부분 어느 정도 현실에 타협하며 그저 그렇게 때론 행복하게 살아간다. 누군가는 다가오지 않을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면 무모한 삶을 살게 될까 봐 또 걱정이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민하는 일상을 산다. 어떻게 살아가냐고 묻는다면, 걱정이 없어질 언젠가를 상상하며 살아간다고 하겠다.
직장인이 되고, 사회인으로 살아가면서 노후에 대한 걱정을 또 한다. 어느 곳에 취업하고 어떤 자격증을 따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는 차원이 다르다. 여전히 정정한 60대 사람들을 보며 나의 60대를 상상한다. 나는 저 나이까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어떻게 살고 있을까. 혹여 쥐꼬리만 한 연금을 받으며 가난하게 살고 있진 않을까? 길거리에서 채소를 팔거나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보며 저 나이 때까지 경제적 자유를 얻지 못하면 어떡하지? 현재 직장이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나? 하지만 이 일 도저히 계속할 엄두가 나지 않는걸? 연금을 생각해 대학병원 30년 이상 다닐까? 생각하다 '연금' 그 단어 하나에 꽂혀서 '모르겠다, 연금 받을 때까지 안 살래'로 이어진다.
결국 그런 걱정들이 모이고 모여 삶의 마지막 죽음에 대한 생각에 다다른다. 돈 때문에 고통받는 건, 결국 인간의 기대수명이 길어져서가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내 기대수명을 줄이겠다. 연금 받기 전까지 살겠다는 어처구니없는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 어리석고도 단순하며 욕망을 감당하지 못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자 하는 한 인간의 생각을 보라. 누군가는 무서운 생각이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희망 같은 생각이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무언가를 갈망하는 괴로운 시간들이 생각보다 길지 않으니 살 수 있는 동안 편해지라는 의미 같았다. 어지러운 내 마음을 아무리 토로해 봐도 정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정답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아는 인생이지만 왜인지 답을 찾고 싶다. 무엇이 옳고 그런지, 어떠한 선택이 현명한지 알고 싶다. 사실 돈이 많으면 어떠한 선택을 하든 어려움이 없겠지 합리화하며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그저 그렇게 하루를 산다.
평범한 삶을 살지 않겠노라 꿈꿨지만 결국에 다수 중 하나가 되었을 뿐이다. 자의식 과잉인가, 열등감 덩어리인가. 고민만 늘어가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