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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Feb 15. 2021

12.나의 수면전 리츄얼

<와선, 자는지 깨어있는지 나도 모르겠는 상태 >


 요가원에서 보통 수련이 끝나면 사바아사나로 들어가 부교감신경 상태로 심신을 휴식으로 유도한다. 시간이 없다면 아사나를 하나 생략하더라도 사바아사나 시간을 꼭 가지라고 할만큼 수련 마지막의 사바아사나는 아주 중요하다. 긴장과 빠른 속도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깊은 심신의 이완 상태를 경험하게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명상의 방법을 몰라도 힘든 수련 마지막에 찾아오는 이완 상태에서 우리는 잠시나마 요가의 중간이라고 하는 밸런스의 상태를 경험해볼 수 있다.

이런 몸과 마음의 이완상태를 겪으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몸에 에너지가 모이고 정신이 아주 맑고 건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평소에 수련을 하지 못했거나 수련이 바로 끝난 직후가 아닌 일상생활 가운데 우리가 휴식에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와선(누워서 하는 참선)이다.

 참선을 몹시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으나 기본적인 형태를 참고만 하고 자신만의 편한 방법으로 진행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 중 와선은 쉽게 생각하면 누워서 눈 감고 하는 복식 호흡이다.

 사바아사나는 의식하지 않는 편안한 호흡으로 의식과 무의식 사이 어딘가쯤의 중간 정신을 향해 휴식을 취한다면, 와선은 의식을 우주와 내 몸, 호흡에 집중하여 편안한 상태로 들어가는 것이다. 와선 상태에서 복식 호흡을 하며 내 몸 전체를 마음의 눈으로 하나하나 스캔해본다. 아팠던 부분이나 불편한 부분에 우주의 기운을 모은 빛과 에너지를 쏘아 의식적으로 치유하는 마음을 가져보기도 한다.


 하루 중 우리는 어쩌면 단 한번 정도도 편안한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릴랙스해 보지 못한채 잠자리로 바로 들어가기도 한다. 나도 유난히 힘들었던 날에는 꿈에 꼭 회사일이 나오고 일이 꼬이는 악몽을 꾸며 밤새 잠을 설치기도 한다. 그런 날일수록 수면전 호흡 수련이나 누워서 와선을 하면 많이 도움이 된다.

 운동 전에 준비운동이나 스트레칭 없이 바로 들어가면 부상이 있거나 운동연습이 완활하지 않듯 수면전에도 수면으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 단계가 필요하다.

 수면에 들어가기 전에 힘들었던 모든 일들을 털어내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누워서 하는 참선이 많이 도움이 되었던 이유는 앉아서 하는 좌선과 달리, 정신의 이완과 동시에 온 신체의 이완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누워서 참선을 하는 것이 온몸의 이완에 도움이 되었던 점은 오로지 호흡과 정신에만 집중하면 온 몸을 지탱하는 힘은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와선중에 잠이 들었다가 깨었다가 하는 경계선을 왔다갔다 하다 보면 어느새 깊은 잠속으로 빠져 들어가있다. 원래 와선에서는 잠이 들라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경우 워낙에 스트레스가 많은 생활을 하다보니 와선을 잠자기용 스위치로 활용하고 있다. 잠자기 모드로 신체 스위치를 전환하지 않고 잠이 든 날에는 피곤에 절어 뒤척이지만 잠을 자지 못하는 날도 있고 수면 중간에 계속 깨어나기도 한다.


 하루가 너무 힘든었던 날 일수록 자신만의 수면 리츄얼을 건너뛰지 말고 꼭 해보면 좋겠다.

 예전에는 힘들었던 하루에 대한 보상으로 밤 늦게까지 마지막 즐거운 시간을 준다는 것으로 버텼었다. 티비나 컴퓨터를 하면서 놀다가 졸림을 버티고 버티다가 더 이상 버티면 내일 출근에 무리가 있을것 같다는 부담이 올 때 겨우겨우 기어서 바로 잠자리 속으로 들어간다. 그런 날은 의무감에 잠자리에 들어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기도 하고 아직 내 교감신경 버튼이 제대로 꺼지지 않아 가슴이 두근두근 하기도 한다. 그러면 또 다시 누워서 핸드폰을 몇분간 뒤적이다가 잠속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수면에 대한 대단히 나쁜 습관이었다. 잠을 많이 자도 늘 피곤하고 수면의 질이 아무 낮은 상태로 살아왔다.


 한번은 자려고 누웠는데 너무 가슴이 계속 뛰어서 생각이 꼬리에꼬리를 물고 미칠지경인 적도 있었다. 그 때에 와선이나 호흡수련을 알았다면 참 좋았을 것을 자야한다는 압박만 가지고 밤을 샜던 적도 많다.

교감신경은 한번 항진되면 자연스럽게 부교감 신경으로 전환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에 스트레스가 많은 날 부교감 신경으로 전환 하는 과정없이 바로 수면으로 들어간다면 편안하게 꿈나라로 가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예전에 요가강사 티칭 시험을 보고 난 뒤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가 끝났지만 여전히 교감신경이 너무 항진되어 있어서 시험이 끝난 뒤에도 식사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시험 전날에도 긴장 속에서 밥을 먹지 못해서 시험이 끝나고 나면 시원하게 식사를 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시험 뒤에 후련함은 있었지만 바로 부교감 신경으로 전환되지는 않았다.

그런 순간이 바로 참선과 호흡수련을 통해 심신의 편안함을 줄 수 있고 비교적 쉽게 부교감신경으로 전환할 수 있다. 참선과 호흡수련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 하는 신경안정제 스위치인 것이다.


 요가에 입문하고 나서도 오랜 시간 몸을 수련하는 아사나에만 집중했지 내 마음을 정리하고 다듬는 것에 무관심했다. 아사나는 수련을 할 수록 자세의 모양이 만들어지고 가시적인 결과가 겉으로 드러나지만, 명상과 참선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 보이지 않는 수련이라 중요치 않게 생각했다.

 요가 수련으로 심신을 닦고있기는 하지만 성과 중심주의 현대인으로써 몸으로 하는 아사나 수련 중심으로만 살았다. 물론 아사나 수련으로도 나를 다스릴 수 있는 힘을 키울수 있지만 육신의 수련과 더불어 참선이나 호흡 수련을 더하면 더 깊은 수준으로 심신의 수련의 밸런스를 찾아갈 수 있다. 이렇게 수련의 깊이를 더해가면 내 몸과 마음도 더욱 잘 다스릴 수 있게 된다. 요즘은 남에게 보여지는 아사나의 완성도 보다 내 마음을 더 편안하게 가꾸어가는 참선과 호흡의 가치를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늘 타인에게 최고의 결과를 자랑하는 삶을 살았던 나는 나를 돌보지 못해 마음의 감기로 힘들었다. 그렇지만 남들에게 보여지지 않지만 내가 스스로 만족하며 삶의 질을 올릴 수 있는 참선과 호흡수련은 내가 살아가는 데에 많은 힘이 된다.


 요가를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너는 심신의 조화를 위해 아사나 수련도 하고 참선과 호흡도 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거부감이 생길수 있다. 처음 요가를 만난다면 아사나 수련을 꾸준히 해 나가면 된다. 어느정도 육체적인 수련이 쌓이게 됨에 따라 정신적인 수련이 필요한 것을 스스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그런 필요성을 본인이 체감했을때 그때 정신적인 수련 부분을 추가하면 될 것 같다. 몸이 정화되고 신체를 닦아 나간다는 생각이 들면 자연스럽게 그 안에 들어있는 정신도 내가 통제하고 다듬어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때야 말로 심신의 수련의 밸런스를 찾아가며 본인의 수련의 깊이를 더해가면 된다.


 아직 정신적인 수련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해도 필요에 따라 한번씩 참선과 호흡수련을 하면 내 삶을 질을 훨씬 더 올릴 수 있다. 특히 와선은 모든 참선 중에 가장 따라하기도 쉽고 효과도 쉽게 볼 수 있으니 너무 힘든 날을 보낸 밤, 잠자리에 누워 잠시 5분, 10분이라도 와선을 한 뒤 꿈나라로 가보면 어떠할까?


<수면전 리츄얼 - 와선 따라해보기>

와선의 방법은 사바아사나와 겉모양 자세는 거의 똑같다.

1.큰 대자로 누워 몸의 좌우를 동일한 모양으로 맞춘다. 손바닥은 하늘을 보게 뒤집고 팔과 발은 자연스럽게 벌린다.

2.코로 2~3초 들이마시며 아랫 복부를 부풀린다.

3.호흡을 멈추고 2~3초 숨을 참고 기다린다.

4.코로 3~4초 내쉬며 복부를 수축한다.

5.의식적인 마시고-멈추고-내쉬는 복식 호흡이 익숙해지면 마음의 눈으로 천천히 내 온몸을 스캔한다. 아직 익숙하지 않으면 호흡에만 집중해도 좋다. 우주의 따뜻한 기운과 에너지를 내 몸 불편한 곳에 집중적으로 쏘아 치유한다는 느낌을 가져본다. 호흡은 계속 진행하고 있다.


 상기 와선을 몇분간 진행하다 보면 잠이 들었다 깼다가 가사상태 느낌으로 오락가락 한다. 그러다가 스르륵 잠에 들기도 한다. 원래는 잠으로 바로 들어가라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나는 오락가락 정신이 왔다갔다 하면 와선 호흡법을 멈추고 바로 수면 속으로 빠져든다.

이 와선이 오랫동안 지속이 되면 보다 업그레이드 된 방법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여기까지가 실제로 내가 겪어서 알고 있는 와선의 진행 형태와 느낌이다. 요가에 있어서 모든 수련은 어떤 위치에 직접 도달하기 전에는 어떤 모습이 될지 미리 상상해 보기 힘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더 정진하여 참선의 마무리가 유려해지거나 새로운 발견을 했을때 또 다시 와선에 대한 업그레이드 수련법을 정리해 보고 공유해보고 싶다.


 나의 수련일기는 매일 진화 되고 있는 과정으로 오늘과 내일이 다르고 1년 뒤 다시 돌아봤을 때 지금의 마음가짐이나 생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와선의 호흡법은 요가 호흡법 중 푸라카(마시기)-쿰바카(멈추기)-레차카(내쉬기)와 비슷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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