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나는 평화를 ‘결과’라고 생각했다.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순조로워야
비로소 마음이 평화로워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인생은 늘 그 반대였다.
혼란 속에서도, 불안 속에서도
문득 마음이 고요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때 알았다.
평화는 밖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걸.
어느 날, 유난히 마음이 복잡한 날이었다.
별일도 아닌 일에 마음이 무겁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오래 상처받았다.
그날 밤, 불을 끄고 눈을 감았다.
심호흡을 하며 나에게 말했다.
“괜찮아. 그냥 지금 이대로 있어도 돼.”
그 말이 참 이상했다.
아무 일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그 한마디로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그건 ‘괜찮아질 이유’를 찾은 게 아니라,
괜찮아질 여지를 스스로에게 허락한 순간이었다.
평화를 믿는다는 건
모든 걸 다 내려놓는 게 아니다.
삶의 소음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고요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때로는 불안이 찾아와도,
그 불안조차 내 안의 일부로 안을 수 있다면
그 순간 이미 평화는 시작되고 있다.
나는 이제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작은 의식을 하나 만든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커피 한 잔을 내린다.
그 향이 퍼질 때마다
마음의 결이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그건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평화가 아니다.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지만,
내 안에서는 분명히 자라고 있는 평화다.
평화를 믿는다는 건,
삶의 모든 순간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 불확실함 속에서도
‘나는 괜찮을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평화에 닿은 마음이다.
이제 나는 안다.
세상이 흔들려도, 내 안의 평화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건 누가 주는 것도, 빼앗을 수도 없는 것.
내 안에 있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중심.
그 중심이 나를 지키고,
내 삶을 천천히 앞으로 밀어준다.
내 안의 평화는 멀리 있지 않다.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면,
그곳에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