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발명하는 일>, 명지연
우리 사무실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조직이었다. 지난 몇 해 동안 기관장을 포함하여 일반 직원들의 인사 발령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기관장의 경우는 7년 넘게 이 기관에 있으면서 운영자로서 책임을 다했다. 기관장은 법인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리더 중에 한 명으로 뽑히는 사람이다. 그런 기관장이 2026년 1월 인사발령을 받아 우리 사무실을 떠났다.
나는 아비를 잃은 것처럼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나와 함께했던 기관장은
사람을 존중하고,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는 마음이 큰 어른이었다.
아동학대 분야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현장 전문가.
무엇보다 존경받는 실력을 가진 리더이다.
이런 리더를 떠나보내고 나는 큰 변화 속에 1월을 보냈다.
몇 명은 다른 사업장으로 발령이 났고, 기관장 포함 5명의 직원이 새로 발령받아 왔다. 새로운 사람들을 조직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나의 주요 업무라는 생각에 마음이 바빴다.
5명 적응시키기도 바쁜데, 그 와중에, 지자체에서 기간제 계약직 4명을 더 뽑으라는 안내가 왔다. 2024년, 2025년 업무 분석 결과, 우리 기관 업무량이 타 기관에 비해 많다며 인력을 증원해 주겠다고 했다. 직원들에게는 무척 기쁜 소식이다. 하지만, 기관 인사담당자인 나는 행정업무가 늘어나니 부담스러운 마음부터 앞섰다.
1월 시작하자마자, 채용 공고 준비부터, 서류심사, 면접 준비, 면접 지원 및 면접 결과 정리, 채용 보고까지..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도 많았다.
<다르게 발명하는 일>을 읽으며, 내 마음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가.
뽑아야 할 자리가 생기니, 기계적으로 사람을 욱여넣으려고 하고 있던 건 아닌지 말이다.
'에스투더블유'의 이기욱 최고인사책임자(CHRO)는 사람을 채용할 때 두 가지 기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첫째, 우리 조직의 밝은 에너지와 일치하는 사람인가?
둘째, 실력뿐 아니라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인성을 갖춘 사람인가?
이기욱 상무는 에스투더블유에서 긍정 에너지를 바탕으로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에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모아 서로 경쟁하지 않고 오히려 극도로 솔직해도 되는 '안전한' 조직 문화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그 문화 안에서 구성원 각자가 자기 내면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스스로 이 조직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행동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다르게 발명하는 일> 명지연, 매일경제신문사, 15p
이기욱 상무는 '이 회사는 안전한 곳'이라는 믿음을 주는 그런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 안전한 환경을 만들 때 사람들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지 실험해 보고 싶다고 한다.
우리 기관은 학대 피해 아동들이 가정 내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
우리 기관도 '안전'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지라, 더욱 반갑게 이 단어가 다가왔다.
우리가 돕는 대상자들의 '안전'은 무척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나는 직원들의 '안전'은 얼마나 생각하고 있었나.
수고와 노력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았을까.
도대체 조직이 안전하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불평불만이 아니라, 조직의 발전과 사업의 방향을 위해서는 어떤 의견이든 낼 수 있는 것, 그 의견을 존중하는 것 아닐까. 이럴 때 구성원들은 존중감을 느낄 수 있을 테다.
나 역시, 우리 직원들이 조직 안에서 잘 지내면 좋겠다.
자기가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고 느낄 때,
자기가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감 및 보람을 느낄 때,
잘 지낸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2월 2일에도 시간제 계약직 채용 면접 일정이 있다.
2월 20일에도 기간제 계약직 채용 면접 일정이 있다.
우리 조직의 안전을 경험할 사람들이 잘 들어오면 좋겠다.
나는 오늘도 새로운 직원들 2명을 맞이한다. 그들이 우리 조직 안에서 '안전한 문화'를 경험하면 좋겠다. 존중받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글을 쓰며 다시 깨닫는다. 내가 하는 일은 단순한 행정이 아니었다.
안전한 공동체를 세우는 일, 그것이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감당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긴다.
※ 본 도서는 매일경제신문사 협찬을 받았습니다. 진심으로 즐겁게 책을 읽고 있기에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