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일본 괴테 연구 일인자가 홍차 티백에 붙은 괴테의 명언을 보고 출처를 찾아가는 내용을 담은 소설이다.
Love deo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사랑은 모든 것을 혼란시키지 않고 섞는다.'
주인공은 독일어로, 일본어로 바꾸어 이렇게 해석한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소설이니까 스포는 하지 않겠다.
즐겁게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내가 뽑은 최고의 문장]
우리는 느낀 것, 관찰한 것, 생각한 것, 경험한 것, 공상한 것, 이성적인 것과 가능한 직접적으로 일치하는 말을 찾아내려는, 피할 수 없고도 날마다 새롭게 반복되는 근본적인 진지한 노력을 하고 있다. 잠언과 성찰 388항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교보 e-book 11p
도이치는 이 서로 다른 두 세계관을 각각 '잼적 세계' '샐러드적 세계'라고 이름 붙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잼적 세계란 모든 것이 하나로 녹아든 상태, 샐러드적 세계란 사물이 개별적 구체성을 유지한 채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는 상태를 가리킨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교보 e-book 45p
하지만 괴테는 정말 모든 것을 말했을까요? 어떨 것 같나요? 학문적으로 정식 절차를 밟자면 먼저 '모든 것'이란 무엇인지 정의부터 내려야겠지요. 모든 언어 체계 속 모든 문자와 기호의 조합,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발음의 조합, 그것을 '모든 것'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괴테가 26억 초가 채 안 되는 그러니까 고작 82년 동안의 인생으로는 도저히 '모든 것'을 망라할 수 없었겠지요. 한 단어를 1초 안에 쉬지 않고 말해도 독일어판 위키디피아조차 다 못 읽습니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교보 e-book 64p
전문 분야에 대한 아는 척과 그 외의 분야에 대한 모르는 척이 매너로 여겨지는 학문의 세계에서는 이 또한 시카리가 지닌 수많은 미덕 중 하나였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교보 e-book 85p
파우스트 마지막 장에서는 모든 우주의 시공간이 사랑으로 하나가 됩니다. 하지만 각 세계는 저마다의 특성을 잃지 않지요. 그것이야말로 괴테의 꿈이었습니다. 그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Goethe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교보 e-book 132p
히브리어 중 ‘바라אָּרָב’라는 동사—‘창조하다’라고 번역되는 말—는 무수한 색이 뒤섞인 양동이 속에서 색깔을 하나씩 뽑아내는 이미지라는 구약학자의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데 어디서 들었는지, 혹은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내가 써버린 거야.”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교보 e-book 151p
결국, 나한텐 기도밖에 없더라고. 즉 지금 내가 말하는 한계를 지닌 언어를, 성령께서 번역해 신께 전해주는 거야. 그렇게 함으로써 뭐가 어찌 됐든 모든 게 곧 좋아지리라고 믿는 것. 어쩌면 모든 말은 어떤 형태로든 기도가 되려 한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몰라. 난 그렇게 생각하네... 어이쿠, 미안, 자네한테는 항상 이렇게 설교를 해 버리는군. 뭐, 자네 가족은 언제 봐도 사이가 좋으니까 걱정한 적 없어. 노리카를 보면 딱 알지. 하지만 내가 아직 자네의 선생인 셈 치고 한마디 하자면, '네 노력은 사랑 속에 있어야 하고, 네 생활은 실천 속에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네. 이것만 잊지 않으면 지금으로선 문제가 없어. 이건 괴테의 말이지?"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교보 e-book 166p
작가나 사상가는 어딘가에서 날아온 나뭇잎 한 장으로 자신의 숲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잖아. 그렇다면 우리들 독자 쪽에서도 그 책 중 한 장으로 새로운 사원을 짓지 않으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교보 e-book 180p
오래전부터 좋은 말이 뭔지 알고 싶어서, 수집 자체는 그래서 시작했어. 되도록 좋은 말만 쓰면서 살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그 말이 옳은가? 아름다운가? 역시 그렇게 묻지는 못했지. 올바름의 기준도 아름다움의 기준도 너무 많아서 일상생활 속에서는 판단을 제때 할 수 없고 피곤하기만 하니까. 좋아하는 친구나 작가, 연예인이 하는 말을 들을 때도 '아, 지금 이 사람 차별적 발언을 했구나, 인용을 잘못했구나' 하고 정당 투표하듯이 생각하면 누구와도 대화할 수 없거든. 그래서 그런 것보다 그 말이 지금 나한테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하기 시작했어. 실제로 괴테도 말했잖아. '금언이나 명구는 언제나 대용품일 뿐이다'라고. 엄마가 아플 때면 늘 무슨 오일을 어디에 발라야 하는지 적힌 종이를 펼쳐보는 것처럼 여차할 때 쓸 수 있는 말을 찾을 수 있도록 처음에는 공책에 발췌해서 적기 시작했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교보 e-book 216p
저는 학문을 파괴하고 싶은 것이 아니고, 고발하고 싶은 것도 아니며, 오히려 용인하고 싶습니다. 저는 학문이란 실패와 오류의 연속이라고 봅니다. 실패와 오류야말로 다양성의 근간이지요. 신화와 언어의 다양성이 곧 실패와 오류입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실패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크게 실패해 드렸습니다. 실패하는 동안에는 분명 동료들에게는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해해 줄 것입니다. 저는 제가 신화력에서 쓴 힘을 실행했을 뿐입니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교보 e-book 250p
어떤 면에서 괴테는 자신의 '자기중심성'을 그 한계까지 포함해('자기중심성''한계'라는 자막이 뜬다) 인정했던 게 아닐까요? 그걸 전제로 모든 사람이 본연의 모습 그대로 이야기하는 세계를 파우스트라는 작품으로 압축한 거죠.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구제 불능의 산물이지만, 거기에 사랑이라는 띠를 둘렀습니다. 그는 실제로 이런 말도 했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교보 e-book 255p
좋은 말은 모두 연기라 해도 그 안에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차례 연습하며 입에 붙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움을 획득하면 마침내 그 의미가 드러날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면, 말은 전부 미래로 던져진 기도다.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자신이 스승에게 건네받은 화두에 대한 해석의 한계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교보 e-book 255p
[독후 감상]
예전에는 명언을 필사하기 바빴다.
하지만 남이 말한 명언을 알고만 있는 게 무슨 소용인가.
글쓰기를 하면서부터 명언과 내 삶을 연결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수많은 명언을 읽고 명언으로만 끝나지 않는 것.
그 명언을 나의 언어로 재해석하며 살아간다.
"작가나 사상가는 어딘가에서 날아온 나뭇잎 한 장으로 자신의 숲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잖아. "
맞다. 나만의 숲을 만들어내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다.
내 언어로 해석된 문장을 내 삶에 녹여내고 실천하며 사는 삶.
이 책에서 학문이란 실패와 오류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어디 학문뿐이랴. 삶 자체가 실패와 오류의 연속이다.
완벽한 삶이 아니라, 실패와 오류의 연속인 삶을 용인해 나가고
기꺼이 실패하는 삶을 사는 게 필요하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는 말처럼
고유한 개별성을 지키면서 나누어지지 않고 수용하며 포용하며 살고 싶다.
나를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며 사는 삶을 살기를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
'파우스트를 읽어야겠다.'
작중 '선생님(괴테)'의 말처럼 "모든 것은 이미 말해졌고, 우리는 기껏해야 그것을 다른 형식이나 표현으로 되풀이할 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수없이 들어온 크리스마스 이야기에 여전히 고개를 끄덕이고 한숨을 쉰다". 이미 말로 가득한 이 세계에서도 우리가 여전히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도이치가 "자신의 말을 결코 끝까지 믿지 못하는 남자가 하는 말을 들으며" 그 말을 마침내 믿게 되었듯이, 우리가 자신의 언어로 말할 때 그 말은 비로소 진짜가 될 것이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교보 e-book 261p / 옮긴이의 말 중에서
[나의 어록]
저는 글쓰기란 휘갈겨 쓰기와 고쳐쓰기의 연속이라고 봅니다. 휘갈겨 쓰기와 고쳐쓰기는 좋은 책을 쓰기 위한 근간이지요.
조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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