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면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은은하게 죽을 궁리만 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전혀 안 그럽니다~라고 할 수 없다.
보기 싫게 깡말라서 밥도 잘 안 먹는 나도 유일하게 자다가도 깨서 먹고 잘 만큼 좋아하는 게 있었는데.. 별 대단한 것도 아니고 길거리 트럭에서 파는 순대다.
나는 왜 취향마저 없이 자란 것을 숨길 수 없냐.
매주 월요일에 오는 트럭에서 그 순대를 판다. 아버지는 천재지변이 없는 한 그걸 사다 줬다. 따뜻한 검은 봉다리를 들고 내 이름을 부르면서 들어왔다.
나는 요거 이번 주만 먹고 화요일(ㅋㅋ)에 죽자 하면서 몇 년을 살았다. 일단 지금은 살되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어느 날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근데 내가 죽어버리면 아빠는 남은 평생의 월요일이 나 때문에 힘들겠지. 최악의 비수를 꽂고 죽겠구먼.
알코올중독자 주정뱅이 분조장.. 아버지 포함 세상 다 꼴도 보기 싫지만 별 수 없다. 우리 아빠는 귀하게 자라서 순대 냄새도 못 맡음.
어찌 됐든 나는 요즘 좋아하는 게 많아져서 아버지를 조금 기쁘게 하고 있다. 의지와 꿈이 생겼다기보단 그냥 욕심쟁이가 됐어.
흠.. 아빠 말고 아무도 나 안 좋아해.. 나랑 오래 살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