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알.바.주.부 자아성찰기6

- 보조인력 이 선생님

by cream

"이 선생님! 이 쌤!"

일하는 곳이 학교라서 그런 건지 이곳에서 난 선생님이라고 불렸다.

처음에 선생님이라고 불릴 때는 너무도 낯선 호칭에 민망하기도 하고 이상했다.

( 이는 이미 결혼한 나에게 아직은 낯선 오빠의 아내가 아가씨!라고 부를 때와 동급의 느낌이었다. )

하지만 누군가에게 선생님이라 불리니 기분이 좋은 것 같기도 했다.

아니 좋았다.


학생도 아닌 학부모도 아닌 신분으로 다시 찾은 학교라는 곳은 마냥 신기했다.

아이들은 언제나 시끄럽고 뛰어다닌다.

선생님들은 슬리퍼를 신고 팔짱을 낀 채 시끄러운 아이들을 이끌고 스르륵 조금은 느리게 걸어

다닌다.

아이들을 제외한 어른들은 서로 지나칠 때 조용히 서로 목례를 한다.

학교는 매우 시끄럽지만 매우 조용했다.

45세 신입 알바생은 1학년들보다도 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학교를 탐색했다.

옆 반에 친구가 있어 든든했고, 한편으론 친구에게 민폐를 끼칠까 걱정도 됐다.




초등학교 특수아동 보. 조. 인. 력으로서의 나의 일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난 초중고 시절 반장보다는 부반장, 부장보다는 차장이 좋았다. 뭔가 앞장서서 끌고 나가기엔 부담이지만 적당한 위치에서의 서포트는 좋았다.

그리고 그 역할을 참 잘했었다.

그래서 보조라는 단어가 날 조금은 안심되게 하였다.

보조인력은 특수아동들이 통합학급 수업을 들어갔을 때 옆에서, 수업에 잘 적응하며 그 공간에서 잘 있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했다. 그 친구들의 학교생활 전반에 걸친 여러 가지 것들을 선생님의 지시하에 도와주는 역할이 내가 하는 일이었다.

(특수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은 특수선생님과의 수업, 통합학급에서의 담임선생님 수업으로 시간표를 나누어 수업을 받는다. 물론 아이상황에 따라 통합학급에서의 수업만 하는 아이들도 있다. )

특수 선생님의 지시하에 움직이지만 통합학급에서 아이에게 그 지시를 적용시키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었다.


아이가 수업시간에 뛰쳐나가면 잡아야 했고 소리를 지르면 데시벨을 낮춰야 했다.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가면 오 마이갓이 먼저 나오지만 입 밖으로 내는 시간조차 사치다.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 부드럽게 아이를 잡아야 한다.

1학년 아이의 팔과 어깨는 너무도 작고 가늘었다. 잡는 순간 부러져 버릴까 봐 뛰쳐나가는 아이를 세게 잡지도 못했다. 그 아이들에 비하면 내 손과 팔은 헐크만큼이나 크고 두꺼웠으니 말이다.

힘은 45세 애 둘 키우는 아줌마니 말해 뭐 할까....

최대한 부드럽게 위험하지 않게 그 아이들을 붙잡아야 했고 그 울음을 멈추게 해야 했다.

그런 과정에서 처음에는 아이의 행동 파악이 안 되니 영문도 모른 채, 아이에게 맞기도 했다.

와.......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애 둘 키웠으면 다 할 수 있는 일이 맞아?

친구?! 나랑 얘기 좀 할까???


통합학급에서의 나는 최대한 작은 소리로 아이를 도와야 한다. 담임 선생님의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아이 옆을 지켜야 했다.

그렇게 조용히 아이를 도와주며 난 40분 수업을 함께 들었다.


처음 들어보는 1학년 수업은 정말이지.. 유치하지만 재미있고 즐거웠다.

우리 애들도 이렇게 수업을 받았겠구나 생각이 드니 피식 웃음도 나왔다.

초1들은 생각 이상으로 매우 귀여웠고 매우 어렸다. 유치원을 갓 졸업한 아이들에게는 40분을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많이 힘든 일 같았다. 의자 뒤엔 입학식에 맞춰 새로 샀을 각종 고가의 브랜드 외투들이 바닥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눈은 왔다 갔다 귀는 쫑긋, 내가 맡은 아이와의 첫 통합학급의 수업을 마쳤다. 아이 손을 잡고 도움반으로 내려오면 이제 아이들은 특수 선생님과 수업을 한다. 도움반에서 특수 선생님이 아이와 수업을 하는 동안에는 ( 또 다른 친구의 학급지원이 없다면 ) 난 내 책상 내 자리에 앉아 아무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쉬면 되었다.


나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서, 방금 전 통합학급에서의 긴장과 힘듦은 모두 잊었다.

이렇게 쉰다고? 정말 그냥 이렇게 가만히 40분을 내 맘대로 쉰다고?

와우!! 나이스~!!

하지만 종이치고 통학학급에 올라가야 할 시간이 되면 또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가슴이 두근두근했었다.

좋았다, 두근거리고, 좋았다, 두근거렸다.

이런 나를 보며 특수 선생님, 실무사님은 그런 맘이 너무 당연하다 공감을 해주셨다. 그리고 지금 아주 잘하고 있다며 우는 아이 달래듯 괜찮다 괜찮다 하였다.




특수 선생님들은 아이행동에 따른 상황별 대처 방법을 너무도 자세하게 잘 알려주셨다. 하지만 지난주까지 샌드위치를 만들고 커피를 내리던 난 이 새로운 상황이 매 시간마다 떨리고 당황스러웠다.

아이가 갑자기 소리 지르고 울면 내가 뭘 잘못해서 불편해 저러는 걸까 괜히 자책이 되고 머리가 띵해졌다.

신경이 너무 쓰였고 아이의 감정선을 살피느라 그만큼 나의 감정 소비가 많아졌다.

하지만 그 아이들 앞에서는 나의 그 띵하고 맹~한 기분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일단은 여유로워 보이도록 애를 썼다. 여유로워 보이는 척은 또 내 전문이었으니까.


- 잘하고 있는 거야, 이렇게 행동하는 게 맞을 거야, 지금 이 상황에서는 이게 최선 이랬어.

자기 최면을 걸며 난 그렇게 월, 화, 수 3일을 학교로 출근을 했다.

세상의 모든 긍정 마인드를 내 안에 껴 맞췄고 맘 속으로는 계속해서 파이팅을 외쳤다.


일 년 잘할 수 있겠지?

아니 내일은 좀 더 잘할 수 있겠지?

나 그래도 사회복지 1급 자격증 있는 여자잖아.

정신줄 꽉 잡고 내일 또 출근해 보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