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나랑 대화해 볼래?
출근길이란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이고 조금은 지겨운 길이고 누군가에게는 새로 시작하는 길이다.
또 누군가에게는 현실에 치여 나갈 수밖에 없는 절박한 길일 수 있다.
나에게 출근길은 어떤 길일까?
처음에는 학교 가는 아이들과 혼자 있을 강아지를 챙기고 나가느라 출근길은 정신없기만 했다.
하지만 바쁘기만 했던 나의 출근길은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졌고 그 익숙함이 장착되니 점점 여유로워졌다.
그래서 난 일주일에 세 번, 사람들 사이에 빽빽하게 서서 가는 그 시간을 나만의 시간으로 나름 즐겨 보기로 했다.
난 아날로그를 추구한다기보다는 그냥 심한 기계치이다.
기계라고 하기에도 우스운 작은 전자제품들 조차 사용하기에 앞서 겁부터 낸다. 다들 편하다고 하지만 난 써 본 적도 쓸 생각도 안 해봤기 때문에 편함도 불편함도 모른다.
그런 사소한 물건들 중 하나가 무선 이어폰이었다. 무선 이어폰은 핸드폰과 뭔가를 연결해야 한다고 해서 난 아예 사용할 생각도 안 했었다.
그런데 이어폰을 쓸 일이 생겼다. 그걸, 그게 뭐라고 난 며칠을 고민했고, 누구나 다 있는 무선 이어폰을 그제야 구매했다. 하지만 며칠간의 고민이 무색하게 그 작은 물건 덕분에 나의 출근길 또한 조금 즐거워졌다.
출근길에 영어 공부를 해보자는 호기로운 계획은 완전히 무너졌지만, 어쨌거나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뭔가를 들으며 가는 그 시간이 좋았다.
노안 안경을 쓰지 않으면 화면이 선명하게 안 보이는 느낌이라 (눈이 워낙에 좋았고 지금도 1.2의 시력을 가진 나는 노안 안경에 영~정이 가지를 않는 상태라 서로 내외 중이다.) 화면은 안 보고 맘에 드는 영상을 찾아 귀로만 듣는다.
출근길에 우연히 듣게 된 영상이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이 감동 쥐어짜는 뻔한 소리를 한다는 삐딱한 마음이 들어 한동안 듣지 않던 강연이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예쁜 강연자의 조곤조곤한 그 말투에 끌려 그냥 일단 들었다.
그 강연은 ' 어른의 일기'라는 책의 저자인 김애리 작가가 십 년 넘게 일기를 쓰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난 일기를 써볼 생각도 안 해봤고, 앞으로도 안 쓸 거였지만 심심하게 가느니 듣자라는 맘으로 들었다.
그런데 듣다가 닭살이 돋을 만큼 내 맘에 확 꽂힌 한 부분이 있었다.
"일기를 쓰면은요 안 보였던 내 모습이 보이는 게 가장 신기했어요.
여러분은 전혀 몰랐던 누군가와 한 6개월에서 1년 정도 꾸준히 대화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과정 속에서도 엄청난 배움과 성찰이 아마 일어날 겁니다.
근데 하물며 그 누군가가 나라면요? 나 자신과 대화라면 어떨까요? "
작가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나를 보면 안 보이던 것들이 들여다 보이고 내가 나랑 잘 지내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어쨌거나 일생의 동반자는 나이기 때문에.
별 거 아닌 말처럼 흘려들을 수도 있었지만 그 부분은 나의 맘에 완전히 확 꽂혔다.
그리고 주책맞게 그 아침 출근길에 울컥하고 눈물이 핑 돌았었다.
살림만 하던 내가 일을 하게 되면서 들여다보게 된 " 나의 마음 " 과 찾고 싶은 "나의 모습"을 생각하게 해 줬다.
밖으로 표현하기에는 감성에 젖은 아줌마 같아서 접어두고 있었던 터라 아마도 그 부분이 나에게 더 와닿았던 것 같다.
내가 제일 가까운 나를 너무 몰라줬던 것 같아서 자꾸만 울컥했다.
이제는 나에 대해 얘기한답시고 했던 소리 또 하고 또 해서 귀를 막고 싶었을 나의 지인들에게 잠시
휴식을 줘야겠다.
과거의 나에게 현재의 나에게 대화신청을 해본다.
나는 이제 나와 먼저 대화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나와 꾸준히 대화하다 보면,
난 나에 대한 전문가가 될까?
아니면 혼자만의 생각에 갇힌 우물 안 개구리가
될까?
이 강연을 시작으로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강연을 들었고, 내 생각을 글로 써보고 싶었습니다.
글을 쓰려고 들었다기보다는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라 그런지 한마디한마디가 제 맘에 꽂히더라고요.
그래서 뭐라도 적어 보자며 사다 놓은 다이어리는 아직 포장도 뜯지 않았습니다.
안 하던 걸 하기는 역시나 쉽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브런치 스토리를 알게 되었고, 저는 그때의 그 맘을 놓치기 싫어서 제 맘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브런치 스토리에 수많은 글들은 이제 강연만큼이나 저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고 있어요.
브런치 스토리 아이 러브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