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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주.부 자아성찰기9

- 그녀들을 만나면

by cream

아이들이 유치원 때 만나서 이제는 아이들과는 무관하게 우리끼리 죽이 잘 맞는 모임이 있다.

나이도 어쩜 그렇게 도레미인지 딱 한 살씩 쭈르륵이다.

처음에는 예의 있는 말투와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언제 커피 한잔 하세요 ” 말을 건넸었다.

물론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 뭐해요? 나와요 " 두 마디면 된다.



그녀들은 잊고 있던 나란 사람을 꺼내고 들여다볼 수 있는 해준 사람들이다.

잘 열어보지 않는 서랍장 구석에 방치되어 잊고 있었던 나의 모습을 다시 꺼내볼까? 이왕 꺼냈으니 다림질도 좀 해볼까? 마음을 먹을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혼자 일기장에나 써야 할 문장들을, 술이나 한잔 들어가야 나올 법한 말들을 그녀들에게만은 스스럼없이 내뱉게 되었다.




유튜브의 유명 강사들은 아무리 친한 사람들에게라도 내 속내를 모두 다 내 보이지 말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걸 완벽하게 깨닫고 실천한다면,,, 나도 저기 서서 강의를 하고 있겠지.

괜히 내 속을 다 보이고 들어와서 마음 한편에서 올라오는 뭉근.. 하게 뭔지 모를,,,

나작지근 미원 먹은 맛이 느껴지는 날에는 강사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삐딱함이 올라온다.

너무 많은 얘기를 하고 오는 날에는 이불킥을 하며 후회도 한다.

괜히 얘기했나..


하지만 다행히 그녀들은 그것을 곡해하지는 않는 것 같다. (내가 그렇게 믿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그 말을 곱씹고 삐딱하게 해석하기에는 그녀들도 나는 누구인가 알고 싶어 하는 스스로에게 집중하기 시작한 바쁜 40대 중반 아니던가.

자기들도 각자 할 말이 많아 1,2,3 순번 정하고 말하는 마당에 나의 말을 곱씹고 곡해하기에는 본인들 귀는

용량초과라고 내가 뻘쭘해하지 않도록 괜히 너스레를 떤다.

(실제로 할 말이 쌓였다 싶은 날에는, 우린 서로 순번을 정한다. 누구 씨 1번 그다음 누구 씨 2번 난 3번)


나 혼자 만의 착각인가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들은 좋은 사람들이다.

세상의 모든 시크함은 다 가지고 있는 듯한 외모의 누구 씨는 옘~병을 정말 찰지게 말한다.

- 시크한 눈빛을 날리며 그녀만큼 찰떡같이 그 단어를 내뱉는 이는 아직 못 봤다.

세상 그 어떤 귀부인보다도 귀부인 같은 외모의 누구 씨는 배가 고프면 큰 눈이 튀어나올 듯 더 커지고 안절부절 조급해진다.

- 배고플 때는 메뉴판을 보면서도 조급하다. 손을 테이블 위에 탁탁탁,, 매우 배고픈 상태다.


나의 즐거운 일에 배 아프다 오버액션을 취하지만 맥주 한잔 쏘라 하며 앗싸를 외치고 같이 즐거워한다.

내가 진짜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은 돈 들어갈 곳이 많아 힘든 거라 했고, 본인들은 이미 몇 년 전 느꼈던

40대의 답답함을 난 좀 늦게 느끼는 거라고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꾸만 뭘 준다.

소확행을 느껴보라면서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의 커피잔을 선물한다.

본인 거 사다 하나 샀다면서 예쁜 립글로스도 괜히 툭 준다.

스스로 겪고 얻은 귀한 경험담도 참고하라며 진정성 있게 조언해 준다.

주면서 본인들이 힘들어지면 다 받아먹을 거라고 압박감도 준다. (난 이렇게 자꾸 주고 나중에 집 사달라면 안된다고 그녀들에게 당부한다)


하지만 뭘 받아서가 아닌 무엇보다 좋은 것은 내가 그녀들과 있으면 제일 나 다워진다는 것이다.

나이가 한 살씩 차이라 비슷한 시기에 대학교를 다녀 그런 건지 그 시대를 같이 얘기하다 보면 점점 내가 내 모습을 찾아가는 것 같아 정말 신난다.

그때 그 시절 핫플레이스 얘기가 나오면 우린 금세 20대가 되고 출산얘기가 나오면 금세 30대가 된다.

그러다 현재 고민을 나누다 보면 40대를 현명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크한 누구 씨가 지방으로 잠시 이사를 갔을 때는 그 핑계로 1박 여행을 계획하고 그 지역 맛난 곳을 둘러보며 신나게 먹고 웃고 떠들었다.

정말 같이 있으면 낙엽만 굴러가도 깔깔댄다는 여고생들 못지않다.

그래서 난 그녀들과의 만남이 즐겁다.

나 다워지는 것.

40 중반이 넘다 보니 누굴 만나 나 다운 모습을 보이기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그걸 알기에 나 다운 모습을 보이게끔 해주는 그녀들이 좋고, 그래서 난 오늘도 나를 조금씩 내보인다.



나를 나답게 내보일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다 보면,

지금처럼 내 맘 내 생각을 글로 쓰다 보면,

계속해서 나에게 맞는 일을 찾다 보면, 내가 보일 것 같다.

내가 보이면 앞으로의 내 인생도 나에게 맞게 리모델링이 가능하겠지?

그렇다면.......

이번엔 내 맘에 쏙~들 수 있도록 고쳐봐야겠다.

내 의견을 잔뜩 넣고 내가 원하는 것 반영해서 견적도 내고, 고민을 많이 해봐야겠다.

내 맞춤으로, 우아 한 삶을 꿈꾸는 앞으로는 우아할 cream 씨의 맘에 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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