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글거리지만 외쳐보자 도전~~~
시간은 참 빠르다.
더워 죽겠다를 입에 달고 살던 여름이 언제 지나가려나 한 게 무색하게 금세 가을이 왔다.
2학기가 되니 1학기의 들뜸은 살짝 가라앉고 모든 게 조금은 차분해진 느낌이었다.
아이들도 나도 서로에게 조금은 익숙해졌고, 특수 선생님과 특수실무사님과의 관계도 좀 더 편해졌다.
오늘 편하면 내일이 버라이어티 하고 이전 시간이 편하면 다음 시간이 난리인 특수 아동들과의 날들은 예측불허의 나날이었지만, 아이들도 나도 그 속에서 나름의 질서를 찾아갔다.
오늘만 같아라~였던 어느 날 옆 책상의 특수실무사님께 질문했다.
- 선생님 특수실무사 일 어떠세요?
난 학교에서 한 학기를 보조인력으로 일을 하다 보니 교육공무직인 특수 교육 실무사가 궁금했다.
특수 아동들과의 하루하루는 버라이어티 하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나름의 보람이 느껴졌다. 자기 본능에 충실한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안쓰럽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맑아 보이기도 했다.
박봉이라고 적어도 너무 적은 박봉의 직업이라 하지만 내가 어디 가서 이만큼을 벌까 싶다.
그리고 다행히 나는 우리 집 모든 경제를 책임져야 할 가장은 아니었다.
난 가정경제에 일조하면서 내 모습을 찾아갈 "직업"이 갖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로 출근하는 게 참 좋았다.
교육공무직은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공채 시험을 통해 선발이 된다. 서울의 경우 1차 자기소개서 서류심사를 하고 2차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뽑는다.
공무직은 무기계약직에 정년보장이 된다.
또한 학교라 방학이 있고(공무직 직종에 따라 상이하다) 학교라 퇴근도 조금 이르다.
등등등..... 괜찮지 아니한가~
상반기 한번 하반기 한번 총 두 번의 공채시험이 있는데 자기소개서를 잘~아주 잘~써야 하고 학교에서 일한 경력이 있으면 매우 좋단다.
일단 1차를 붙어야 면접을 볼 수 있으니 자소서를 정말 잘 써야 한다 했다.
실무사님이 알려준 인터넷 공무직 카페에 가입을 했다.
와….. 이 세계도 장난이 아니구나..
공무직의 세계는 너무도 너무도 치. 열. 했. 다.
특수 실무사님이 엄청나게 대단해 보였다. 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채 합격을 하신 분이었구나.
공무직 도전을 하려고 자격증을 따고 학교 경력을 쌓고 공무직에 도전해서 두 번째 공채에 합격을 하셨단다. 난 본인보다 나이도 젊으니 이 일이 괜찮다면 도전해 보라 했다.
그 얘기를 듣는데 갑자기 머리가 찡~했다.
정말 난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물론 아이들 살뜰히 잘 키우고( 내 새끼들이라 그런지.. 정말.. 이쁘다.. 물론 이것들 때문에 미친 아줌마가 수시로 되지만.. 그래도 일단은 이쁘다) 남편 내조 잘하고(잘.. 했다 생각하자..)나름의 착실한 삶을 살았겠지만, 집 밖의 사회에 대해서는 너무도 무지했다.
다들 이렇게 뒤늦게라도 본인의 길을 찾아 알아보고 노력하고 도전하는 야무진 모습으로 삶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누구는 늦었다 생각하고 누구는 아직 늦지 않았다 말하는 지금.
나도 이제는 뭘 좀 해보자.
그렇게 난 공무직 공채 도전! 을 외치며 아르바이트가 아닌 내 직업 찾기를 시작했다.
난 유튜브를 계속 뒤져보았다. 자소서 잘 쓰는 법에 대해 책이라도 쓸 기세로 공부를 했다.
예전에 내가 쓰던 자소서는 정말... 내 과거를 나열한 글짓기였구나를 깨달으며 몇 날 며칠을 쓰고 또 썼다.
물론 그 막강한 경쟁률을 뚫고 한방에 되리라는 큰 기대는 없었다.
그리고 경력이라고는(학교에서는 보조인력은 경력으로 인정이 안된다. 난 봉사자 신분이다)한 학기 보조인력이 전부이다 보니 이력서에 딱히 적을 것도 없고 자소서 안에 풍~성하게 쓸 얘깃거리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것을 살짝 가려보고자 더 열심히 쓰고 고쳐야 했다.
또 다른 취준생들이 보기에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 하겠지만, 공채 준비를 하다 보니 난 취업을 하고자 준비하는 그 과정 자체가 너무 들떴고 신이 났다.
무엇인가 목표를 잡아 열심히 하는 내 모습이 그저 기특하고 흐뭇했다.
대학 때도 멀리하던 컴퓨터를 집에 오면 끼고 앉아 무언가를 준비하는 내 모습에 내가 너무 만족했다.
정말이지 내 모습에 취한 자아도취였다.
스스로의 자아도취에 빠져 옆 자리 선생님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으며 난 공채를 준비했고 콩닥콩닥 뛰는 내 심장 소리를 느끼며 지원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도 열심히 준비한 교육공무직 공채는 똑 떨어졌다.
나보다 더욱더 열심히 준비하고 도전한 그 누군가가 뽑혔겠지.
그래도 나도 좀 뽑아주지..
내 마음에 쿨함보다는 그렇지 못한 뒤끝이 살짝 더 우위를 선점했던 나의 첫 공채 도전은 꽝으로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입으로 에라이를 외치며 불합격을 핑계 삼아 맥주 한 캔을 시원하게 마셨다.
그런데 어라~오글거리게 간질간질 올라오다 찡하게 울컥하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나에게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