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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원 Dec 07. 2015

위험한 중년의 시기


"남자에게 사회는 사냥터다. 무리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 발 뺀다든가 단독행동을 하면 다시는 그 대열에 끼워주지 않는 게 남자들의 세계다. 남자는 사냥을 해야만 하는 수컷이며 여자를 취하는 것은 본능이라, 여자들은 틀림과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그는 다부지게 말했다.      


모임에 굳이 차를 다 가져갈 필요는 없어서 네 명이 한 대의 차에 탑승하고 가는 중에 건강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그 차 운전자는 자기 아내가 혈압도 높고 심장도 안 좋긴 한데  출근하려니 아프다 길래 짜증이 버럭 나서 "가려면 일찍 가든가(죽든가) 싫으면 알아서 병원에 가라."하고 나왔단다.  "예? 아픈 것도 서러울 텐데 그 무슨... " 우리가 뒷말을 잇지 못하자 그는 "그렇게 말해놔야 스스로 챙긴다."며 얼버무리더라.  종업원을 몇 거느린 의류업체 사장이라는 그는 아내와 함께 남대문 시장에 옷을  납품하는 일을 한단다. 할 일이 많은데 모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왔다며 꽤나 바쁜 것처럼 운전 중에도 전화를 놓지 않았다.   


나는 이 남자가 흥미로워졌다. "아, 그러시군요. 골골~ 수십 년이란 말도 있는데 누가 먼저 갈지는 아무도 모르죠. 아내분이 더 오래 사실 수도 있고, 또 그렇게 쌔게 나가시다가는 이혼당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요?" 웃으며 물었더니 이 남자  이혼하는 거 두렵지 않단다. ㅎㅎ (가정사가 어려운가?) 지레짐작할 뿐.  "재혼을 하면 조강지처보다 더 잘해 줄 여자를 만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의 답은 낚은 고기에 밥 주는 거 봤냐고... 지가 가 봤자 어딜 가겠냐면서 내가 만일 재혼을 하게 되면 본처에게 하는 것처럼 하면 누가 살겠는가, 새 여자이니 당연히 더 잘해 줄 것인데 못 살 리가 있겠냔다. 우린 이 모자란 남자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고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아휴=3=3=3 생각 같아선 엎어놓고 패주고 싶은 마음 꿀떡 같았다.  

그는 극히 단신에 생김새 역시 평균에도 전혀 못 미치는 비호감형이었다. 그의 근거 없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집안에 들어서면 가족들이 자동으로 리모컨을 대령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는데 유추하건대 그는 그만의 작은 왕국 속에서 경제적 책임만큼은 제대로 하고 있는 듯하다. 아니 그렇게 제발이지 믿고 싶다.     


그 남자 얘기가 빌미가 되어 요즘 세태에 관한 얘기가 이어졌다. 일행 중 한 분은 "지인 중 하나는 10년 된 애인이 있었는데 가정에 단 한 번의 외박 없이 감쪽같이 연애를 하다가 이젠 그 여자와 끝을 내었다고 하더라." 해서 경악하게 했고 '코피노'들의 사연과 남자들의 골프여행의 목적이 순수하지 못해 꼭 부부동반을 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애인 없으면 장애인이란 말은 이미 옛 얘기며 남자에게 애인은 전리품에 가까워 지들끼리 자랑이 늘어진다고도 했다.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다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지만 참으로 씁쓸하더라.   


남편이 아내를 제외한 모든 여자들에게  친절하다면 반대로 나만 아내에게 못하고 모든 남자들이 내 아내에게 친절하다는 말도 된다는 걸 남자들은 생각해 본 적 있을까?  내가 다른 여인이 눈에 들어올 때 아내 역시 내 남편보다 다른 남자가 더 멋져 보인다는 것을 알고는 있을까. 갈수록 사람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 눈을 바라보게 되면 '이 사람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사람은 내가 이런 생각하는 것을 감쪽같이 모를 테지.' 하는 생각도 하면서...


인생의 가장 큰 저주란 목마름이 아니라 만족할 줄 모르는 메마름이다.   - 송길원 -



         

중년은 위험한 나이인 것 같다. 남자는 자식들에게서 비교적 자유로워지고 경제적 안정감이 드는 시기라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게 되고 여자는 '빈 둥지 증후군'을 앓는다. 중년의 시기는 젊은 시절은 이미 지나가버렸고 늙어감을 인정할 수 없는 어중간한, 너 나 없이 외롭고 고독한 시기라고나 할까.  이제 곧 늙어갈 테니 오늘 다 쓰고 내일 죽어도 괜찮을~ 그러고 나면 진정 후회가 없게 될까?  

통계에 의하면 사랑의 유효기간이 2년 3개월 정도라 한다.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우리는 너무도 잘 안다. 그 사랑을 찾아 떠도는 사람들은 도박처럼 중독이 되어서 말초신경의 쾌락 속을 헤매다가 종내는 가정 자체를 잃고 늙어 '고독사'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이다.      


'사랑' 중년이 된 나 역시 사랑은 좋다.^^v  유행가 가사처럼 내 모습 더 변하기 전에 멋진 사랑을 해 보는 것도 좋겠지?!  모든 유행가는 사랑에 울고 웃으며 온통 사랑을 갈구하는 내용들이고 사람들은 사랑노래를 즐겨 부르는 것 보면 사랑이 좋기는 하나보다.  개인사인데 어느 누구에게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할 수 있겠는가만, 바람에 휩쓸리고 흔들리는 중년들 이야기가 불편하며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프다. 어떻게 사는 것이 정답일지는 아무도 모르므로 각자의 역량대로 살아가게 되겠지만 그 책임은 오롯하게 자기 자신이 져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 되겠다.      


젊은 시절의 몸이 아니지만  중년의 몸은  젊은 청춘들이 감히 근접할 수 없는 중후함이 배어있다. 중년의 사람은 수 십 년간 다져온 경험과 연륜이 바탕인지라 소설과 비교할 수 없는 산 증인인 '스토리텔러'이고 인생에 있어 완숙기에 접어드는 황금의 시기이다. 지혜가 있고 현명한 사람은 노년기를 멋지게 보낼 준비를 할 것이다. 오랜 세월 견고하게 쌓은 성을 모래성으로 만들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중년들이여 힘내자. 아자, 파이팅~!!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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