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쓰기> 선생님 댁 벽난로 앞에서 나는

김소연, <흩어져 있던 사람들>의 첫 문장

by 남몰래

선생님 댁 벽난로 앞에서 나는 나무 타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타닥타닥. 작은 불꽃은 경계 안에서 부지런히 튀어 올랐다. 낡은 선생님의 갈색 스웨터에는 거스러미 같은 보풀이 일었다. 마른 장작을 밀어 넣고 한참 전에 식은 차에 입을 대었다 떼는 동안 그가 내는 소리는 닫힌 창밖의 나뭇가지. 비명도 들리지 않는. 낡은 정물이 허공을 휘젓는 맥 없는 침묵. 뜯지 말고 두라는 손톱 옆 거스러미를 피가 나도록 뜯으며 언젠가 그의 앞에서 꽉 깨문 어금니만 살아 있었던 시간을 생각한다. 팔도 다리도 심장도 죽고 어금니만 살아있구나. 그 생각으로 잘근잘근 내 볼을 씹으며 바닥을 노려보았지. 타닥타닥. 선생님의 긴 팔, 썩은 발가락을 차례로 불속에 던져 넣으며 주먹을 꼭 쥐어 꾹꾹 손톱 자국을 냈다. 장갑을 끼라는 선생님 말도 안 듣고. 쥐었다 펼치면 손바닥에 도는 붉은 피가 살아있구나. 그 생각으로 타닥타닥 불꽃을 노려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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