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ntiane' 저는 몰랐답니다
대한민국에서 루앙프라방을 가는 비행편을 검색하면 대부분 15시간 20시간 소요되는 비행편이 나온다. 베트남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 뭐 이렇게 오래 걸린담? 하고 확인해보니 경유에 소요되는 시간이 만만치 않더라. 그래서 대부분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안으로 입국해 국내선 비행편이나 기차를 이용하여 방비엥이나 루앙프라방등의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경로를 택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비엔티안에 하루 숙박하게 된 우리. 최대한 저렴한 비행편을 검색하다보니 비엔티안 공항에 밤 11시에 도착하는 편이였고, 그럼 자정이 다 된 시간에야 체크인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편이 가장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비엔티안으로 들어간 후 루앙프라방까지는 기차로 이동하는 방법을 택했다
계획형 인간보다는 즉흥적 인간에 가까운 나는 출발 4시간 전에 짐을 싸기 시작했고 바쁘게 출발하여 공항에 2시간 전 도착했다. 다행히 탑승수속 줄이 길지 않아서 짐을 부친 후 탑승구에서 오랜시간 휴식을 즐겼다. 엄마는 비상구좌석을, 나는 그 뒷좌석을 선택해서 우리는 앞뒤로 앉아 갔는데 내 옆에는 우리 아빠뻘 되보이는 한국인 아저씨 두분이 탑승하셨다. 어차피 밤비행기라 자면서 갈 생각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라오스 입국카드 작성이 꽤나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는걸 나중에야 알았다. 난 보통 '어떻게든 잘 되겠지' 하는 생각에 한 번도 써본적 없는 입국카드도 거침없이 써내려갔다. 다른나라에 비해 항목이 좀 많긴했는데 별로 복잡할 건 없어서 술술 써내려가던 중 옆에계시던 아저씨 두분이 내가 쓰는걸 보더니 "우리가 몰라서 그러는데 이따가 컨닝좀 할게요"라 하셨다. 나는 '아..'하며 머쓱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그 찰나를 포착한 승무원이 의자 앞쪽에 꽂혀있는 책자에 작성방법이 쓰여있다고 안내해주신 덕분에 내 입국 카드를 공개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그 두 분이 큰 소리로 본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외치며 적으시는 바람에 70년생이라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고작 5시간 비행이였지만 사전기내식까지 신청하여 알뜰하게 먹고 잠들었다가 현지시간 오후 11시 비엔티안 왓타이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심사를 마치자마자 호텔까지 이용할 택시비 그리고 유심 구매를 위해 100불만 환전했다. 아무래도 공항 환전은 최소한으로 하는게 좋다고 생각했지만 여행을 하다보니 비엔티안 왓타이공항은 환율이 좋은 편인것 같았다. 길거리에 있는 사설환전소와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아서 불안한게 싫은 사람(우리 엄마 포함)들은 공항에서 환전을 해도 될 것 같다.
호찌민에 있을때는 보통 그랩 어플을 이용해 택시를 타고다녔는데, 이 나라는 로카, 인드라이브등의 어플을 이용한다고 해서 한국에서 이미 회원가입까지 마친 상태로 입국했다. 환전을 마치고 얼른 호텔을 가야되는데 택시가 안잡혔다. 10분정도 잡았으면 잡혀야되는데 왜 안잡히는 것일까. 엄마를 모시고와서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했고 시간은 이미 오후 11시를 넘어 사방이 깜깜했다. 겁도 나고 피곤하기도 해서 공항에 위치한 택시부스를 이용했다. 난 공항 700m앞에 있는 호텔을 예약했는데, 사전에 후기를 찾아봤더니 길이 비포장이고 후미진 골목이니 택시타는것을 강력추천한다고들 했다. 택시부스에서는 12만 9천낍의 요금을 부과했고 바로 오케이하고 돈을 지불한 그 순간.. 어플에서 택시가 잡혔다 그것도 3만 3천낍에. 라오스 화폐는 낍(KIP)이라는 단위를 쓰는데 1만낍이 한화 650원정도 해서 편하게 600을 곱하면 대략적인 금액이 나온다. 아니 2000원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였는데 8000원정도를 주고 간 것이다. 조금만 더 기다릴걸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그래도 8만원 아닌게 어디야 하며 안전하게 체크인을 한 것에 감사했다.
디파짓 30만낍을 내고 체크인을 했다. 1박에 4만원정도 하는 저렴한 호텔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나름 준수했다. 건물이 낡긴했지만 그래도 전기도 잘 들어오고 온수도 잘 나와서 다행이다 싶었다. 하지만 전부 목조건물이고 심지어 문도 나무로 만들어진 문이라 방음은 거의 안됐고 왠지모를 퀴퀴한 냄새때문에 불안했다. 화장실 배수상태도 안좋아서 손을 한번 씻으면 물이 고여 기다렸다 사용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사소한 불평들은 잠시 넣어두고서 금세 짐 정리를 시작했다.
잠옷을 갈아입으려고 캐리어를 폈는데 짜잔! 엄마가 깜짝선물이라며 한국에서 직접 만들어오신 커플 잠옷을 꺼내보이셨다. 자투리 천으로 만들어서 기장이 살짝 짧고 조각조각이 나있었지만 너무 귀여웠고 엄마랑 세트라서 당장 갈아입었다. 이 귀여운 광경을 릴스에 올리고싶었지만 호텔 벽에 걸려있는 거울 앞에서 춤추는 영상을 짧게 찍어 간직하는것으로 우리의 여행 첫 날 밤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