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골두끼 May 17. 2024

라오스는 처음이라

여행을 가게 된 계기

나는 올해 12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결혼을 한다고 영영 다른 세계로 내가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은 특히 내가 결혼 후 출가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아쉬워하셨다 특히 엄마가. 우리 가족은 내가 어릴 적부터 떨어져서 살아본 적이 많이 없기 때문에 다른 가정에 비해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나도 비슷한 감정을 많이 느껴서 결혼 전에 엄마랑 단 둘이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20대 중반에 베트남 호찌민에 거주한 적이 있다. 근무하던 회사에서 팀 전체가 호찌민으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반 강제적으로 근무지를 옮겨야 했었고, 한 번도 집 떠나 혼자 살아본 적 없지만, 그 당시에 혈기왕성했던 나는 큰 고민 없이 고 하기로 했다. 막상 도착한 호찌민에서는 집, 교통, 통신 등 업무 외 신경 써야 할 사항들은 회사에서 전반적으로 모두 케어를 해 준 덕에 독립이지만 독립 같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매일 요리와 청소를 해주시는 분까지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 동남아시아는 굉장히 친근하다. 꽤 긴 시간 거주를 했었고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여행으로 수 차례 방문했다. 옆나라 태국은 여행으로 두세 번 정도 가봤고 최근에도 다녀왔다. 그중 라오스는 한 번도 못 가봤는데 라오스를 세 번 정도 다녀오신 엄마 말씀이 베트남 개발 전의 상황을 보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 난 베트남에서도 초초초 초 도심에서만 생활했었기 때문에 그런 곳을 왜 가는지 의문이었다. 아직 개발이 덜 되었기 때문에 남아있는 아름다운 자연들과 저렴한 물가로 부담 없이 다녀오기 좋은 곳이라고 하셨다. 블루라군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물에서 수영하는 사진을 몇 번이고 보여주셨다. 대신에 방비엥은 많이 가봤으니 이십여 년 전 엄마 친구분이 한 달 살기로 머무르셨던 루앙프라방에 가보자고 하셨다. 5월의 동남아시아는 우기라 날씨가 걱정이었지만 가는 날 중에 쨍한 날도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일단 비행기표부터 끊었다. 왠지 동남아 여행은 자신 있었다.


처음엔 라오스에서 3주를 머무를 생각이었다. 엄마가 말씀하신 '친구가 루앙프라방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더라'가 한 달 살기를 하고 싶다는 뜻인 줄 알았다. 그래서 라오스에 3주 머무르는 일정으로 비행기표를 끊었는데 엄마가 당황하셨다. '3주는 너무 긴데...'

모든 계획을 내가 혼자서 다 짜야했기에 일정 변경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여행 처음부터 불화가 생기는 건 싫어서 바로 2주로 변경했다. 수수료 없이 변경이 가능해서 참 다행이었다. 제주항공 사랑해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던데, 나는 여행을 계획하며 여행지에 대해 알아보고 숙소를 정하고 일정을 짜는 일이 여행의 즐거움의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라오스 루앙프라방처럼 전혀 가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곳에 갈 때는 더 철저히 준비를 하고 떠나는 스타일이라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기분 좋은 긴장감일 것이라 합리화를 했다.


'라오스는 더운 나라니까 옷을 매일 갈아입어야겠지. 하루에도 두세 번씩 갈아입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기본 수하물이 부족한 것 같아 프리미엄팩을 추가 구매했다. 제주항공에서는 약 10만 원의 프리미엄팩을 구매하면 비상구좌석 선택권과 추가 기내식, 위탁수하물 추가 등과 같은 혜택이 주어지는데 저가항공이긴 하지만 엄마는 편하게 가시라고 구매를 했다. 덕분에 Priority 탑승구를 통해 난생처음 비행기도 맨 처음 타보는 짜릿한 경험도 해보았다.


라오스. 처음 가보고 정보도 없는 나라지만 베트남 국경과 접하고 있어 친근하게 느껴졌고 왠지 모를 자신감에 많이 알아보지 않았다. 게다가 엄마는 세 번째 방문이라 어쨌든 경력자가 동행하니까.. 은근 든든했다. 그리고 루앙프라방은 방비엥에 비해 정보가 많이 없었다. 한국사람들이 주로 방문하는 도시는 라오스의 방비엥이라는 곳인데 아름다운 자연과 액티비티가 많아 젊은이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이다. 내가 베트남에 살 때도 휴가로 방비엥에 다녀오는 지인, 동료들을 많이 봤는데 난 액티비티는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특히 가면 라오스 사람들이 죄다 한국어로 말을 한다고 하길래... 어느 정도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난 외국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좋다. 그에 비해 루앙프라방은 정적이고 휴식을 위한 도시라고 하더라. 그래서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안으로 들어가 방비엥에서 액티비티를 즐긴 후 루앙프라방에서 휴식을 하는 여행코스를 많이 추천한다. 


그래서 우리의 이번 여행 테마도 '휴식'으로 정했다.


아무래도 진정한 휴식을 즐기기 위해서는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특히나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고(여러 번의 경험 끝에 도달한 결론이다) 생각해서 호텔을 좋은 곳으로 예약하기로 결정했다. 엄마는 라오스 호텔은 5만 원 이하로 다 잡을 수 있다고 하셨지만 5만 원 이하의 호텔을 잡았다가는 어떻게 될지 내 미래가 너무나도 뻔히 보였기 때문에 안 들리는 척하고 최대한 후기가 좋은 고급호텔로 잡았다.


비행기 표를 예매한 후 최대한 빨리 호텔도 잡아야 좋은 호텔에서 원하는 날짜에 묵을 수 있기 때문에 이틀간 밤을 세서 14일간의 일정에 해당하는 모든 것을 마무리했다. 진정한 휴식을 해본지도 오래돼서 이번 여행이 무척 기대됐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