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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 루시 Sep 07. 2021

아빠와 흰머리

나도 이제 흰머리에 인력을 동원할 때가 온것인가

 렸을 적 아빠는 흰머리 하나당 100원에 흥정해서 나와 동생을 인력동원에 써먹으셨었다.

그 땐 몰랐다. 왜 그렇게 한달에 한번쯤은 아빠옆에서 흰머리를 뽑아야했는지. 검은 머리카락을 뽑을라치면 10배로 물어내라고 으름장을 놓으셨는지 그 땐 모를 수 밖에 없었다. 순진하게도 그땐 아빠가 용돈을 그냥 주기는 싫어서 치사한 방법을 쓰신다고 생각했었다.


 잘 몰랐는데 내가 요즘 흰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번 보이기 시작하니까 걷잡을수없이 보였다. 자가증식이라도 하는건지 멜라민색소가 전염이라도 되는건지 알수가 없다.

 쪽집게까지 동원해서 열심히 뽑는데 문득 어렸을적 아빠가 생각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빠도 늙어가는게 싫으셨던거다. 나이 먹어간다는걸 인정하기 싫은 것이었고 아직은 젊고 청춘이고 싶어서 그렇게 흰머리를 뽑으셨던거다. 딱 내가 그러니까...


 지금이야 새치처럼 하나 둘씩 보이지만 좀있으면 머리가 가려우면서 뿌리부터 점점 하얘질것 같다. 그러면 나도 기를 쓰고 뽑던 흰머리에게 항복하겠지. 세월의 흐름에 항복할 수 없는 것처럼...


 내일은 애들을 동원해 뒷쪽에 보이지 않는 부분 좀 봐달라고해야겠다. 

 하나 당 1000원에 흥정을 붙여서...



+한줄요약 : 아빠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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