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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 루시 Sep 23. 2021

샐러드는 아무나 먹는 거야

내 안의 프레임 깨기

 나는 내가 굉장히 열려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깨어있는 사람이고, 편견 따위는 아주 살짝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점심을 먹으려고 1층을 어슬렁거리는데 중년 남성 두 분이서 “오늘은 어떤 샐러드를 먹을까?” 하며 고민하시는 것을 보았다. 판교라는 지역 특성상 남성분들의 비율이 높은 탓에 남성분들을 자주 접하는데 이런 모습은 또 적잖이 충격인 것이다. 샐러드 메뉴를 고르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하고 심정이 복잡했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남자)직장동료도 그랬다. 마냥 젊지 않은 그분도 샐러드를 가끔 즐겨 드셨다. 혼자서도 드시고 한참 어린 남자 직원이랑 둘이서도 드시곤 했다. 매일 곱창에 소주를 즐겨 드실 것 같은 그 분과 나, 젊은 여직원 셋이 어느 날, 샐러드 가게에서 점심을 먹었다. 세상에... 나와 그 여직원 둘을 빼고 매장에 있던 열명 남짓한 인원은 모두 남자였다.


 그 남자동료직원분에게 샐러드 메뉴 고르던 그 중년 남성 두 분에 대해 얘길했다.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샐러드는 아무나 먹는 거야. 샐러드가 여성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버려.


 이 자릴 빌려 나의 숱한 프레임에 갇혀 계셨던 샐러드를 좋아하시는 남성분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취향을 성별이라는 프레임에 가둬놓고 편견을 가져서 진심으로 죄송하다. 아직도 편견을 깨지 못하고 고정관념과 꼰대적인 사고방식에 갇혀 함부로 판단해서 정말로 죄송하다. 이번 이슈를 통해 나는 또 한 번 내 안의 프레임을 깨고 있다. 앞으로 또 얼마나 깨부수어야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부지런히 노력해야겠다.


+한줄요약 : 샐러드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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