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웃집 루시 Mar 21. 2022

위기가 곧 기회인 이유

인간은 약할 때 강해진다

살다 보면 항상 위기가 찾아온다.

나의 그 위기가 어제는 코로나였고, 그제는 취업난이었다(극복했으니 망정이지 정말이지 암울했다).


 격리 기간 동안 링크드인에서 아티클들을 둘러보다가 Dayeon Jeong님의 글이 나를 아프게 했다. 그녀는 청각 장애가 있어 남들보다 소통이 조금 불편한 분이었는데 2주 만에 입사한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받게 된 것이었다. 현실은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에게도 냉혹했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감사하고 느낀 바가 많다고 회고하고 있었다. 자기개발에 더 힘쓰고 다시 도전하겠다고 했다. 댓글이 200개 정도 달렸다. 모두가 그녀를 응원하는 댓글이었다. 어린 나이인 것 같았는데 아주 기특했다. 
  


 위기는 곧 기회



 나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 드라마틱한 결과로 이어지는 이 말이 난 좋다.

 내 인생에서도 위기가 닥쳤을 때가 여러 번 있었다.

 

 최고의 위기는 10여 년 전, 가정에 경제적으로 한계가 닥쳤을 때였다. 아이가 넷이었고, 아이들은 피아노 학원이며 태권도 학원을 다녀야 할 때가 됐다. 유치원 때까지는 어떻게든 정부 지원으로 생활비가 감당이 되었었다. 하지만 태권도 학원과 피아노 학원비는 외벌이로 감당하기 힘들었다. 여유가 없으면 학원에 안보내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빚을 내서라도 자식이 하고 싶다는 걸 해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 어떻게든 외벌이로 버텨보려고 했지만 마이너스 통장에도 한계에 부딪혔다.  나는 결심했다. 이대로는 다 죽어. 나가서 돈을 벌어야겠다!


 대학생 때 독학으로 홈페이지 만들어본 게 재밌었던 기억이 있었다. 국비지원 학원에 등록하여 UI/UX 과정을 수료했다. 좋은 학원 선생님들 덕분에 취업 알선의 기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나는 학원에서도 나이가 두 번째로 많은 왕언니였다. 동생들이랑은 적어도 10살 이상 차이가 났지만 나는 그들에게는 없는 무기가 있었다.


'절실함'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다. 집에서도 두 시간씩 꼬박꼬박 그래픽 툴과 마크업을 복습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진부한 말이 진짜 맞는 것 같았다. 처음 입사한 SI업체에서 면접을 봤을 때, 나처럼 기술 면접을 잘 본 사람은 없었다고 사수가 극찬을 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맞다. 지금 나 자화자찬하는 거다. 




 그리고 생각나는 또 하나의 위기가 있다. 요즘 내 자소서에 자주 등장하시는 분이다.

나는 UI/UX 디자이너여서 안드로이드 개발자나 IOS 개발자와 세트로 묶여서 일을 하게 된다. 모 MVNO 회사에 근무할 당시 플랫폼을 리뉴얼하게 되었는데, 함께 일하는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여간 까칠한 게 아니었다. 일단 말이 짧았다. 그분은 세상 두려울 게 없는 분이었다. 대표고 상사고 나발이고 그냥 반말이었다. 굉장히 소신 있고 일관적으로 반말이었다. 실력이 출중하신 분이어서 함부로 그분에게 지적은 못했었다. 어조도 굉장히 냉랭했다. 그래서 그분한테 업무적으로 말 걸기가 굉장히 위축되곤 했었다. 


"차장님, 이거 폰트 1dp씩만 키우면 되는데 여기서 바로 해주시면 안 돼요?" 

"일처리를 이렇게 하는게 어딨어? 가이드로 정리해서 다시 갖고 와."


 맞는 말이었지만 디자인 가이드도 처음 제작해보는 것이었고 회사 자체도 굉장히 구식이어서 가이드 툴도 ppt로 제작해야 했기 때문에 너무나 비효율적이었다. 시간은 오래 걸렸고 뭐 하나 쉽게 해 주시는 법이 없었다. 그냥 내가 안드로이드를 배워서 할까도 생각했었다.


어떤 날은 강압적인 태도로 말씀하실 때도 있었다.


"이 따위로 해갖고 올 거면 갖고 오지도 마!"



다들 부서마다 빌런 한 분쯤은 계시잖아요

 

 자리에 돌아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진짜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이 회사에 있는지 현타가 왔다. 퇴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반대로 오기도 생겼다. '내가 너ㅅ 때문에 퇴사는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하며 리뉴얼 프로젝트는 끝내고 퇴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든 그 개발자와 좋은 관계로 발전해야 했다.


 일단 그 개발자분이 요구하시는 요구 사항은 다 맞춰 드리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드러워도 참고 오기로 해냈다. 최상의 아웃풋을 뽑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도 그분이 항상 까칠한 것만은 아니었다. 업무 외에는 농담도 잘하고 마인드도 열려 있는 분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은 아주 마음을 먹고 티타임을 가졌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그분에게 서운했던 거, 또는 개선했으면 하는 것을 서로 얘기했다. 


 결과적으론 어떻게 되었을까. 리뉴얼은 잘 끝냈고 세상에나, 그 분과 나는 현재 둘도 없는 베프가 되었다.  그리고 이 이슈는 내 자소서의 단골 소스가 되었다. 나는 아직도 심심하면 얘기한다. 내가 차장님 때문에 얼마나 울었는지 아냐고. 정작 차장님은 기억도 못하신다. '내가 그랬었나?' 하며 멋쩍게 웃기만 하는 것이다. 그때마다 쌍 싸닥션을 날리고 싶긴 하지만 차장님은 나에게 멘토가 되어 주셨고 동기 부여가 된다. 그래서 그걸로 퉁치기로 했다.




 모든 사람에게 위기가 기회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어떤 부족함이 있는지 깨닫고, 인정하고, 보완하고, 극복할 때, 그리고 그 안에 '절실함'이 이었야 비로소 그것은 기회가 된다. 기회가 왔을 때 무너지고 좌절하고 주저앉아 버리면 그것은 그냥 실패로 남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위기가 왔을 때 본능적으로 그것에 대항하기 위한 메커니즘이 작동되니 조금은 안심하자. 


 에릭슨의 심리사회이론에 따르면 '위기는 재앙의 조짐이 아니라 전환점이기 때문에, 개인의 발달 과정에서 겪는 어려운 상황에서 극복해야 할 생존을 위한 원천' 이라고 보았다. 뭐 어렵긴 한데, 위기는 살아 남기 위한 과정이라고 간단히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너무 힘들면 주변에 도움을 청하자. 위로도 받고, 격려도 받고, 치유도 받아서 일어서 보자. 다연님 글에도 200개가 넘는 응원의 댓글이 달렸다. 다같이 어디서 작당모의라도 한 듯이 질책이나 비난의 댓글은 하나도 없었다. 하나같이 격려와 응원의 메세지였다. 댓글 중엔 기업의 입사 제의의 댓글도 보였다(내가 다 감동). 후에 쓴 글을 보니 다연님은 프리랜서로 활동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빨리 치유된 것 같아서 안도했다. 아마 평소에도 내면의 힘이 있는 분이었겠지.

 

 위기를 기회로 바꿀 때엔 용기가 필수적이다. 주저앉았다가 일어서려고 할 땐 반드시 힘이 필요하다. 인간이 스프링 같아서 스스로 튀어 오르면 참 좋겠지만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평소에 마음의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안엔 분명 위기를 극복하는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보자. 언젠가 여유가 좀 생기고 뒤를 돌아 봤을 때 분명 극복해서 성장한 내가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긍정이 주는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