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사건에 두 가지 시선
확진자가 하루에 50만 명씩 나오는 이때에, 6~7명 중에 한 명은 걸리다는 지금 시기에 우리 집에서는 내가 첫 스타트를 끊었다. 여섯 식구여서 한 명이 걸려버리면 펜타킬이 될 거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저께부터 목이 살살 까끌거리더니 하필 부모님과 동생과 광명동굴에 가기로 한 날 몸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출발하기 전 혹시 모르니 간이키트 검사라도 해보자고 대수롭지 않게 했는데 두줄이 딱 떠버리는 것이었다. 임신테스트기에 대해 PTSD가 있는데 거기에 코로나까지 트라우마가 얹어져 버렸다. 부모님께 광명동굴은 못 갈 것 같다고 죄송하단 전화를 드렸다. 등교하려는 아이들도 일단 붙잡아놨다. '침착해. 그냥 단지 역병이야' 라며 사태 파악을 했다. 아이들은 신속항원 검사를 하고 오라고 동네 내과에 보내고 나도 서둘러 PCR 검사를 위해 보건소에 갔다.
보건소 직원은 키트를 보자마자 폐기함에 냅다 버리라고 했다. 당근 마켓에 올리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키트를 폐기했다. 바로 PCR 검사를 받고 집에 돌아왔다. 전에는 오전에 검사받으면 오후에 결과가 나왔지만 현재는 검사수가 너무 많아 최대 48시간도 걸린다는 유의사항을 보며 전운이 감도는 대한민국을 걱정했다. 이게 무슨 난리인가 싶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두 가지 케이스가 나를 참 흥미롭게 했다.
자가격리 중이었는데 어머님께 전화가 왔다.
어머님은 대뜸 "어떡하니?"라고 하셨다.
주어도 없고 목적어도 없었다. 그냥 내가 마냥 걱정되시는 모양이었다. 많이 아프지 않다고, 그냥 감기 정도라고, 조금 앓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안심시켜드렸다. 어머님은 아프면 괴로우니까 걱정된다고 하셨다.
나는 최대한 씩씩하게 말씀드렸다.
"그래도 격리되어서 편하긴 해요. 밥도 지훈이 아빠가 꼬박꼬박 갖다 주고요"
"야 지내봐라. 하루 이틀이나 괜찮지. 일주일 동안이나 갑갑해서 어떻게 그러고 사니."
그리고 이어지는 카운트 펀치.
"조심 좀 하지 그랬어."
나는 그만 위축이 되고 말았다. 물론 질책하려고 하신 말씀은 아니었을 거다. 무슨 뜻인지도 이해는 되었다. 하지만 어머님의 화법 스타일은 익숙해질 만도 한데 여전히 나는 어렵다. 긍정적인 사고를 하시는 분인데도 말투는 그렇지 못하셨다. 어떤 말씀을 어떻게 드려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고 있었더니 몸조리 잘하라면서 마무리를 하셨다. 전화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안부 전화 주신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 아니냐며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몇시간 뒤 친구에게 괜찮냐고 카톡이 왔다.
검사받으러 가기 전, 그러니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저번 주에 식사를 같이 했던 친구에게 얘기를 해놓은 상태였다. 증상이 월요일부터 조금씩 있었는데 추적을 대충 해보니 이 친구와 만났던 그때쯤 감염이 된 것 같아 친구에게 몸 잘 살피라고 얘기해 두었던 참이었다.
친구는 '너는 평소에 관리 잘하니까 괜찮을거야' 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백신 맞구 확진되면 면역이 무지 좋아진다 하더라구"
라면서 기사까지 직접 보내주는 성의를 보여줬다.
친구의 위로와 격려에 나는 마음이 가벼워졌다.
진짜 나 슈퍼 면역력 보유자가 되는 건가? 하는 신나는 마음도 들었다. 별말 아닌데도 긍정적인 말을 해주는 친구가 너무 고마웠다.
같은 상황에 아주 상반된 태도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물이 반만 남은 컵을 보며 이거밖에 안 남았네 와 이만큼이나 남았네의 태도를 보는 것 같았다.
'긍정의 힘'의 저자 조엘 오스틴은 생각과 말의 힘을 발견하라고 했다. 사람은 분명 부정적인 태도보다는 긍정적인 태도에서 힘을 얻는다.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이 좋은 결과를 낸다.
우리 뇌는 생각보다 멍청해서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플라시보 효과'다. 자율신경계에 속하는 부위라 할지라도 상상을 하면 자신이 생각한 대로 자율신경계가 조절되는 놀라운 결과가 생긴다고 한다. 이런 효과 때문에 긍정적인 생각이 좋은 호르몬을 내보내고 에너지 파동을 높여 세포의 재생과 회복이 빨라지게 한단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코로나가 치료될 때에는 '조심 좀 하지 그랬어' 보다는 '넌 슈퍼 면역자가 될거야'란 말이 나를 더 빨리 회복시킬 것 같다.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유연한 사고와 발상의 전환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긍정적인 것은 멀리 있지 않다. 괜찮다고 나를 다독이는 것, 이런 회복탄력성이 긍정적인 사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