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로 산다는 것
대형병원 간호사라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내게 세 가지 질문을 했다.
힘들지않아요?
진짜 태움 문화가 있어요?
교대 근무 만만치 않죠?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냐만,
특히나 대한민국에서 간호사로 산다는 것 분명 쉽지 않은 일임은 틀림없다.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간호사라는 직업이 오직 힘들다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게 늘 안타까웠다. 열악한 환경에서 불규칙한 3교대 근무로 높은 강도의 업무를 하는 3D 직업이라며, 사람들이 동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건 그래서 더더욱 원치 않았다.
사람들은 간호사가 생각보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은 하는 직업임에 대해 아직 모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 누구나가 한 번쯤은 환자가 될 수 있다.
간호사는 그 누구보다도 환자와 가까이에서 호흡할 수 있는 의료진이다.
역량만 갖추고 있다면 충분히 환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이다.
사람을 위하며 사람을 돕는 일을 하는 직업이다.
환자와 호흡하며 교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여기에 기술적으로도 실력이 있고 전문성을 갖춘 간호사라면, 환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다.
악화하는 징후를 누구보다도 빠르게 파악해서 조처를 한다든가,
환자 눈높이에 맞추어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한다든가,
불편한 증상을 완화하는 것에 더 다양한 접근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
돋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간호사분들에게 정말 고생이 많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간호사 한 사람이 해야 하는 업무 강도가 상상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간호하는 일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은 자신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분명, 그 수많은 이유 중에서도 ‘아픈 사람을 간호하는 일의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간호사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가치 있는 사람이자 누구보다도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이제는 세상에 당당하게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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