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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경 Dec 27. 2021

시끄러운 마음의 소리를 잠재운 채 쓰는 편지

임신 소식을 확인하기 전, 어느 한 영혼에게 쓰다


2021년 2월 21일


소울, 오늘은 마음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요?


우리는 우주로부터 한 영혼으로 와 육신을 만나게 되죠. 그 육신과 함께 '마음'이라는 것을 지니게 될거예요. 지금의 저를 두고 설명해보면, 영혼을 잊어버린 채로 살아온 시절을 오직 마음에 맡겨둔 채 살아왔어요. 마음의 소리는 꽤 강력하거든요. 그래서인지 정말 많은 이들이 마음의 소리만을 들으며 살아간답니다.

영혼의 존재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로요. 마치 그렇게 길들여져 가는 것 같아요.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안전만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말이죠.


또한 마음은 마치 우리 안에서 '통념'을 읊는 것 같아요. 그 통념을 벗어나는 생각 혹은 행동을 할 때면, 경고등을 키고 삐삐- 알람소리를 내요. 마치 그렇게 하면 큰일이라도 날 것 처럼 말이에요. 반면 이미 누군가가 걸어갔던 길, 했던 생각들을 따라갈 때면 별 신호를 주지 않아요. 제 영혼은 신호를 보냈던 것 같아요. 계속 마음에만 이끌려 살면 안된다고 말예요.


'이 사람처럼 하면 성공할 수 있어!'라고 세상과 마음이 한 입처럼 말하지만, 평생 누구처럼만 한다고 해서 대체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저 우주에서 온 영혼 그대로를 이 지구에서 살아내면 되는 거예요. 만약, 저도 세상의 허상을 계속 쫓았다면 제 안의 생명체를 품었더라도, 그것이 어느 한 영혼을 초대한 일이란 것을 알지 못했을 거예요. 그렇게 지구별에 온 또 한 영혼은 그 자신을 지워가며, 슬퍼했겠지요. 지구별에서의 시간을 즐기지 못했겠지요.


아참, 어제는 전시회에 다녀왔는데요. 앙리마티즈라는 화가의 작품을 보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었어요. 그의 어느 한 작품 앞에 서서 한참 바라보고 있었는데요, 그건 아마도 제 육체의 눈과 함께 제 영혼이 그의 작품을 느꼈다고 표현할 수 있는 묘한 체험이었어요. 그 작품은 정말 감각적이고 재미있게 느껴졌는데, '아, 이 그림은 잘 그리려고 그린 그림이 아니다, 애쓴 흔적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아'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마치 앙리마티스라는 화가의 영혼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앙리마티스가 그대로 옮겨낸 느낌이랄까요. 그냥 그의 안에 있는 것을 옮긴 작업물이니까, 얼마나 자연스럽겠어요.


당신이 이곳에 오면, 정말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서 영혼들이 표현해낸 것들을 만날 수 있을거예요. 때론 음악으로, 때론 그림으로, 때론 영화로... 이를 즐길 수 있다는 건 정말 흥미로운 일이에요. 다만, 영혼이 마주해 느낄 때 말이죠. 영혼이 아닌 마음만으로 작품을 감상하면, 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스스로의 존재를 더 작게 느끼는 경우도 발생한답니다. '왜 나는 이런 작품을 만들지 못할까' 괴로워하기도 해요.


이 사회에서는 그러한 걸작들은 아주 훌륭하고 특별한 사람만이 만들 수 있다고 말해요. 소수의 특별한 사람만이 가능한 것이라 믿고요. 아까 '통념'이라는 단어를 썼죠. 돌이켜보면 저 또한 그 통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채 살았어요.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니까, 나는 특출나지 않으니까, 그냥 평범한 인생을 살아야지.' 생각했고, 자기만의 빛을 반짝이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만 했죠. 그들은 마치 탄생서부터 다른 이들인 것 같았거든요. '나는 다시 태어나야 가능한 거겠지? 저들처럼 되는 건 불가능에 가깝겠지? 그래, 그럴거야...'라 말하며 '안 되는 이유와 상황'을 스스로에게 줄줄이 늘어놓기를 여러번이었어요.


어떠세요? 과거의 제가 하는 것처럼 생각하면, 이곳에서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상상이 되시나요. 제가 했던 생각은 '마음'이 하는 소리였습니다. 그 마음은 태어나 자라며 누군가로부터 주입된 것이었겠지요. 저는 더 이상 마음의 소리에 갇혀 살고 싶지 않아요.



왜 우리는 지구별에 온 영혼 그대로의 삶을
누리지 못한 채로 살다 떠나는 걸까요?


제가 초대한 당신이라는 영혼만큼은 지구별에서 신나게 누리고 당신의 에너지로 좋은 영향을 전하며

'게임 한판 재밌게 하고 간다' 생각하며 다시 우주로 떠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부디 당신의 영혼이 잠들지 않도록 필요할 땐 제가 도울 수 있으면 좋겠고요.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가 더 깊어질 수 있겠죠.


이 지구에서는 영혼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이들을 아티스트라고 부르는데요. 우리, 만나게 되면 내 안의 영혼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영혼도 느끼고 안아줄 수 있는 그런 큰 영혼으로 살아가요. 아직 당신을 만나기까지 수 개월의 시간이 남았을지도 모르지만 , 그날이 오기까지 저는 매일 조금씩 더 제 영혼에 가까이 다가가 볼게요.


그럼, 또 만나요. 우리.


당신의 친구이자, 엄마라는 이름을 갖게 될 민경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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