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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경 Oct 03. 2021

2021년 2월의 어느 날, 소울에게 보낸 편지.

당신의 영혼을 느끼며 살아가리란 다짐과 함께.



안녕? 아니, 안녕하세요. 머나먼 우주의 어느 공간에 있을, 우리와 함께 지구별을 여행하게 될 영혼의 친구에게 이 글을 보냅니다. '민경'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저와 '호석'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사람이 만나 당신을 초대하게 되었습니다. 그와 나는 서로의 영혼의 존재를 느낄 수 있게 되었는데요, 아마도 당신을 초대하라고 이 세상이 신호를 준 것 같습니다. 저는 두 영혼에서 세 영혼이 함께 살아갈 그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사실, 우리가 만나기 가장 좋은 때에 당신이 와주실 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 영혼은, 아마도 그날이 점점 가까이 오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이렇게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글을 쓰도록, 제 영혼이 이끌고 있거든요.


지금은 어디에 계시나요. 지구별에서 만나게 될 인연이 누구일까, 설렘을 느끼고 있나요. 저는요, 당신이 지구별에 오기 전 느끼고 있는 날 것 그대로의 순수함이 이곳에서도 고스란히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게 될 그날, 저는 당신 그대로를 느끼고 바라봐 주리라 다짐해봐요. 이 다짐 그리고 의도의 선언이 분명 우리가 함께 만들어나갈 삶의 장면들을 선명한 색으로 채워줄 거예요.


당신이 기쁘고 설레어하며 지구별에 왔는데, 수많은 영혼들처럼 잊히거나 버림받거나 상처 받지 않도록 제 영혼이 보듬어줄게요. 이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 (인간은 자꾸만 망각하는 동물이거든요) 매일 영혼의 목소리를 글로 옮기리라, 스스로와 약속하려고요. 그러니까 기쁨과 맑은 순수, 활기와 환호. 글로 표현하기 힘든 당신의 존재 그대로 이곳에 오세요. 영혼 그대로 말이에요.


우리는 셋이 되어 어떤 삶을 만들어가게 될까요. 아마도 당신이 우리에게 오는 순간부터, 당신의 눈동자를 통해 당신의 존재를 느끼게 되는 순간부터, 지구별을 여행 중인 그와 제 영혼 또한 더 선명해질 것 같습니다. 우린, 꼭 잊지 말고 살아가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지구별에서의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그렇기에 함께 선택해 만들어가는 삶이 너무도 귀중하다는 것을...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고만 산다면, 우리의 삶은 우리에게 '선물'일 수밖에 없을 거예요.


만약 당신을 만나 제게 남겨진 인생을 살다 떠나게 될 날이 왔을 때 저는 진심으로 감사하며 인사를 하고 떠나고 싶어요. 우리가 지구별에서 가족으로 만나 서로를 더 성장시키고, 함께 누릴 수 있는 수많은 상황과 감정을 원 없이 누리다 떠나게 될 거니까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영혼'이 들려주는 소리에 무뎌지면 안 되겠죠.


실은 제 안에 있는 영혼도, '그' 안에 숨 쉬는 영혼도 이 지구별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우리 안에 있는 영혼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수 십 년을 살아왔죠. 감옥 같은 좁은 공간 속에 갇혀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거예요. 여전히 상흔이 많은 영혼들이지만, 우리는 그 존재를 알고나서부터 상처를 하나 둘 치유해보려 노력하고 있어요. 약 1년 전쯤일까요. 저는 '엄마'라는 존재가 되기 전에 제 안에 있는 여러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는, 치유하고 싶다는 느낌을 강력히 받았어요. 그건 어떤 이성적인 사고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직감에 더 가까워요. 치유의 시간을 지나 당신을 만나야 한다는 영혼의 메시지였을까요. 저는 제 안에 남아있는 상처, 특히 영혼에게 남겨진 상흔들로 인해, 당신에게까지 제가 상흔을 남기는 비극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랐어요.


그리곤 이런 질문을 품게 되더군요. '나는 나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도 같았거든요. 하지만 제 껍데기만 볼 수 있는 이는 저를 치유의 길로 들어서도록 도와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이 세상에는요. 자기 자신의 껍데기만 보며 살아가는 이들이 수없이 많답니다. 내 안의 영혼도 느끼지 못하는데, 타인의 영혼을 바라봐줄 수 있는 이가 어디에 있겠어요. 그래서 전, 그 생각에 닿은 순간부터 타인에게서 치유받으려는 마음을 접었답니다. 대신, 책을 찾아 읽었어요. 놀랍게도 책을 읽으면서 내 안의 영혼의 존재를 느끼게 되고, 내 영혼의 상태를 살필 수 있었습니다. 책(글)에 담긴 저자의 영혼이 제게 귀띔을 해준 걸까요. 그렇게 제 안의 영혼을 일깨우는 책 속의 영혼을 만날 수 있게 된 것도 제겐 너무도 커다란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이 행운의 날갯짓이 당신을 당신의 존재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는, 그리고 느낄 수 있는 더 커다란 행운을 가져다주었으니까요.


아직은 완전하지 않지만, 아마 우리가 만나 함께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완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봐요. 그렇게 우리는 충만한 존재가 되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에게 올 당신의 영혼은 어떨까요? 당신이 즐거울 수 있도록 우리가 지구에서의 삶을 잘 그려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는 나로, 그는 그로, 당신을 당신으로. 우리는 그렇게 각자 그대로, 온전한 존재로써 살아가게 되기를 의도합니다. 매일 당신에게 글을 보낼게요. 부디 이 에너지가 당신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라며, 오늘은 이만 줄일게요. 안녕.






직감을 따라 노트를 펼쳐 써 내린 글이었는데, 1주일 뒤 정말 어느 한 영혼에게 초대장이

잘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그를 품고 있고요.


이제 서로의 눈동자를 마주 보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순간이 무척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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