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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경 Oct 01. 2015

시월의 첫날, 나의 바램

호수를 품은 사람이고픈.

10월이고, 가을이며, 제법 가을스러운 날씨가 찾아왔다.
 반가우면서도 낯설고, 금방 겨울이 새로운 낯섦으로 다가올 것만 같았다.
 캐롤느낌이 나는 음악을 들으며, 잠시 상상했다. '겨울' 속의 나를.
 궁금했다, 그 겨울날 올 한해를 되돌아보며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아마 잠시간 상상했듯 코끝 빨갛게 추운 바람에 콧물 훌쩍이고 호호 불면 나오는 입김에 손을 녹이며
 문득 2015년을 떠올리고 있을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어떻든 하루하루의 손 때가 묻은 채로 존재하는 지금의 나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이다.
 늘 그래왔듯, 가장 소중한 것은 과거의 '나'도 아닌, 미래의 '나'도 아닌, 현재의 '나'이기에.

불완전하지만, 나답게 살아보려 나름의 작은 노력들을 실천해갔던 하루 하루에,
그리고 그 하루하루가 만들어낸 작은 반짝임들이 마음 속 호수에 담겨나갈 것이라 믿는다.
언젠가 커다란 호수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내게도 그처럼 잔잔한 호수와 같은 마음이 있으면 좋겠다고.
비록 누군가가 던지거나 어디서 날아온지 모를 돌멩이로 인해 잠시간 흔들릴지라도
그 순간 상처받아 아플지라도
풍덩, 하고 소리를 낸 이후에는 동그란 물결이 몽글하게 그리고 평온히 퍼져나가듯,
그 어떠한 돌이 내게 던져지더라도 받아들이고 나의 식으로 풀어나가고 싶다고.

내적인 성숙을 바라는 이유는,
그 잔잔함과 평온함을 지니고 싶어서다.

지금은 잔잔히 있는 날이 드문 나의 호수가
언젠간 살아낸 하루 하루의 세례를 받아
더욱 깊어지고 넓어져
누군가의 아픔을 품어줄 수 있을 그런 편안한 공간이 되어주고 싶다.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어도 달빛에 별빛에 반짝임을 내는 그 아름다운 모습에 미소지어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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