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온기로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를
시작하는 모든 곳에 끝이 있었다.
끝의 길에 서 있을 때에는
마지막이라는 슬픈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좌절하기가 쉽다.
특히 사랑의 끝에 매달린 감정이라는 것이
세상 모든 슬픔의 무게가 자신을 억눌러 서서히 잠식 당할 때가 있듯이.
다시는 밝은 빛이 내게 오지 않을 것 같은 절망으로
깊은 늪에 빠져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던 날이 있다.
끝이던 그때도
시작은 행복하기 위한 선택이었을 테니
생각했던 행복을 놓치고
아프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하겠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나 그 끝이 있었기에
또 다른 시작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끝은 우리에게 시작이라는 기회를 준다.
어쩌면 지난 끝의 경험보다 더 넓고 깊은 시작을 만날 수가 있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덮어야
새로운 책의 첫 페이지를 읽을 수 있는 것처럼.
사랑의 끝에서 오래 힘들지 않기를
당신이 조금은 따뜻한 온기로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를
당신은 너무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주는 새로운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너란 존재는
안갯속을 더듬거리며 헤매다
불친절하게 불쑥 고개를 내미는 아픔 때문에
작은 영혼을 녹이고 있었던 내 방에
빛이 소멸한 내 온 우주에
서서히 죽어가는 꺾인 장미꽃 앞에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어느샌가 차디찬 손잡이를 열어젖힌 나의 구원자여
너란 존재는
내 속에 있는 모든 것에
생명의 희열을 터트리는
영혼에 가장 뜨거운 빛이 되어
삽시간에 문신으로 새겨졌다
살아 있는 듯하나
얼마든지 죽어가고 있던 나를
생생하게 살려 내었다
너란 존재는
- 고선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