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 Dec 08. 2022

무의식중에 의지하는 사람

오늘은 일찍 출근을 해야지. 

평소 8시 20분에 나오지만 스타벅스에 가서 선물 받은 커피 쿠폰도 쓰고 아메리카노 들고 여유있게 출근하고 싶은 날이었다.

7시 50분에 집에서 나왔다. 

'오늘 노인일자리 어르신들 간담회 후 식사를 하러 가기로 했는데, 지금 몇시지?'

핸드폰을 찾았는데 없다. 늘 넣어두던 가방 앞에 없다. 

집에 두고 나왔나보다. 종종 있는 일이지만.

'오늘은 폰이 꼭 있어야 팀장님과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을 텐데 ...'

폰을 가지러 집으로 가면서 커피는 포기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있었다. 9층을 눌렀다. 

집에 도착해 재빠르게 번호키를 누르고 들어가 폰을 챙기고 나왔다. 

커피를 포기했으니 전철 대신 차를 타고 가야겠다 싶었다.  

차로 가면 15분 정도 여유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집에 혼자서 학교 갈 준비를 하는 아이와 잠시 이야기 나누고 차키를 챙겨 나갔다. 

엘리베이터에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다. 

9층에서 문이 열렸다. 

들어가려는데,


순간!


손에 있던 차키가 내손에서 빠져 나갔다. 

중력이 잡아당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림과 동시에 차키가 그 틈속으로 떨어진다. 

모든 움직임이 멈춰지고 내 눈은 차키를 따라 갔다. 


"안돼!!!!"


챙 

챙 

챙 

챙 

챙 

챙 


아래로 떨어지는 차키가 층마다 어딘가에 부딛치는 소리가 났다. 

내몸은 움직이지는 않고 머리속이 하애졌다. 

'어떻게하지!'

출퇴근이 늦은 남편은 자기 방에서 자고 있었다.

내 발은 이미 집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오빠 어쩌지? 차키가 엘베 문틈 사이로 떨어졌어. 챙! 챙! 챙! 챙! 저 아래로 떨어졌어!"

배우자님은 눈을 부릅 뜨더니

"경비아저씨에게 찾아달라고 말해. 이럴때 경비아저씨가 필요한거야."

누워서 태평스럽게 말한다. 

아... 나의 배우자님은 이런 사람이지 참...

"나 출근이 늦어질것 같은데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경비 아저씨가 조치를 금방 취해줄거야."

"음...알겠어..." 배우자님에게 향했던 기대를 곧바도 접었다.

"엄마 어떻게해?"

딸 아이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을 하는 눈빛이었다.

"응 경비아저씨께 말해볼게. 너는 학교 준비 잘하고 잘가~"

허겁지겁 1층으로 내려가서 경비아저씨께 달려갔다. 

"어머 식사하고 계셨네요. 죄송해요. 제가 지금 너무 당황스러워서요. 차키가 701동 1호기  엘리베이터   문 사이에 떨어졌어요. 출근해야 하는데..."

"아. 그라머 관리소장님 나와 계실끼니까 전화 먼저 해보겠심더."

"아아 감사합니다."

"(통화중) 아 네네. 

엘리베이터 직원이 와가 문을 열고 찾아와야된다카네."

"아..네. 그럼 그 직원이 언제 올지는 모르니까. 저녁에 들리도록 할게요. 꼭 좀 찾아주세요. 

차키에 열쇠가 달려있고 키 홀더는 빨간색 하트 모양이에요."

경비 아저씨는 모양이나 색깔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듯 했다. 

식사 중에 쳐들어온 불청객이 된 나는 경비아저씨께 너무 미안했고, 내게 이런일이 생기다니 너무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었다. 

배우자님의 저 무덤덤한 행동을 보니, 역시나 기대할 일이 없게 만드는 사람이구나 싶어 한숨이 나왔다. 

회사 팀장님께는 문자를 남겼다. 


[차키가 엘리베이터 문틈 사이로 떨어져서 전철타고 가면 조금 늦을 것 같아요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그런데 배우자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디냐고. 경비실에 이야기 해 두었고 출근한다고 하니까

"스페어 키 없어? 있을텐데 집에가서 찾아봐."

"아! 맞다 스페어 키 있으면 그거로 출근하면 돼겠다! 와 다행이다 있는 거 생각나!"

하고 집에 올라가서 키를 찾았다.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오래된 중고차를 형님이 타다가 새차를 사면서 내게 주셨는데 스페어 키는 리모컨 베터리가 없는것 같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평소에 차키에 있는 리모컨 버튼을 눌러서 차를 잠갔는데 오늘 리모컨은 안 먹히고 열쇠로 돌려서 문을 여니까 차에서 경적소리가 엄청 큰 소리로 빵빵거렸다.

시동을 켜니까 시동이 안켜진다. 

배우자님이 옆에 와서 당황한 표정으로 

"이게 왜 안돼지? 내가 해볼게."

"빵 빵 빵 빵" 

나도 왜그런지 영문을 모르겠다. 

이러다 출근이 더 늦어질 것 같았다.

"일단 나 출근해야 하니까 가자. 나 오빠 차로 좀 태워다 주면안돼?"

"응. 회사까지 태워다 줄게." 

'오잉 웬일이야. 이사람 자고 있었는데 이렇게 친절하게 나오네. 왜 그러지?'

"아니야 양산역까지만 데려다줘. 그럼 회사에 조금 늦는다고 말할게. 나 데려다 주면 40분이 날라가잖아. 늦게 자서 잠도 많이 못자 피곤할 텐데.."

"응 그래 그럼 역으로 갈까. 몇분 전철 있나 검색해봐."

"응 10분이면 가니까 8시 36분 전철 타면 될거야."

역으로 차를 몰았는데 집앞에 학교가 있는 길로 들어선다. 차도 많고 속도도 30으로 가야하는데 아..이러다 10분안에 역에 도착하지 못할것 같았다. 그 몇 분 사이에 조마조마한 마음을 표현하기 싫은데 얼굴에 티가 다 난다. 

"이쪽길로 오면 차 많은데..."

"다른길도 출근길이니까 다 많아."

"아 그렇지."

전철역에 4분 남겨놓고 도착했다. 

한번도 쉬지 않고 달렸다. 계단을 오르고 전철을 타러 올라간다. 

'실내 자전거로 평소에 허벅지 근육을 유지해 두었던 일이 이제 빛을 보는구나!'

스스로 칭찬하며 안전하게 전철을 탔다.


"세이프~!"


잠시 따뜻한 곳에서 앉아 아침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 봤다. 평소와 다른 패턴으로 일찍 나오려는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아주 늦게 회사에 출근하게 되었다. 차 키는 주머니에 넣고 차를 타면 꺼내곤 했는데, 오늘은 왜 9층에서 키를 꺼냈을까?

마음이 분주했을까?

차키가 떨어지는 순간 머리가 하얘지면서 내 발은 자동적으로 배우자님께 향했던 것을 생각했다. 

나는 배우자님을 무의식중에 많이 의지 하는 가보다.

아무 생각이 안나는 그 와중에 몸은 이미 그를 향하고 있었다. 

그가 가장 좋은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는 그렇게 그를 의지하고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를 의지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생각대로 안되는구나. 지난번 접촉 사고 때도 심장은 두근대고 눈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눈물이 흘렀다. 손가락은 배우자님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울 때 자동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배우자님이라니, 그와 정서적 독립을 원하는 나는 

이성적으로는 많이 멀어졌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나는 정서적 독립을 이뤄나갈 수 있을까.


회사에는 9시 5분전에 도착했다. 도착해보니 마음 좋은 팀장님이 내가 할 일을 이미 거의 다 하고 계셨다. 노인 일자리 어르신들 출석 체크가 거의 다 끝나가는 시간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끝이 주는 기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