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들른이 Aug 06. 2020

당신네 사정은 궁금하지 않습니다.

(무뢰한 이야기) 엘리베이터에선 좀 조용히 합시다.

혼자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혼자 떠들던 말던 상관없다.

둘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서로 아는 사이라면 대화를 할 것이고, 모르는 사이라면 조용히 갈 것이다.

셋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모두 아는 사이라면 대화를 할 것이고, 셋 다 모르는 사이라면  조용히 갈 것이다.

그런데 그중 둘이 아는 사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는 답을 안다. 조용히 가는 것이 예의고 사회생활의 에티켓이다.

우리가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잠시 통화를 멈추고 다시 건다든가 불가피한 경우라면 조용히 소리 죽여 통화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건 그 안에 몇이 있던 그중 아는 사람이 몇이건 상관없는 현대인의 암묵적인 약속이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 열 명이 탔는 데 그중 아홉이 아는 사이라면 어떻게 될까?


백 퍼센트 대화를 시작한다. 그리고 목소리도 낮추지 않는다. 나이 불문, 성별 불문, 직업 불문 반드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수가 모이면 엘리베이터 안에서 떠든다. 마치 엘리베이터가 자신들만의 공간인 것처럼. 그런데 그 사람들 면면을 보면 사무실에선 입바른 소리 잘하는 사람도 있고, 평소 행실이 바른 사람도 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엘리베이터라는 작은 공간에 다수가 모이면 누가 시작하든 간에 결국은 모든 사람이 그 흐름에 휩쓸려 대화를 이어간다.

그 대화는 업무 이야기부터 개인 사생활 그리고 시답지 않은 농담까지 다양한 주제를 이어가지만 제삼자 입장에선 그저 관심 없고 듣고 싶지 않 소음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 들은 다수라는 미명 하에 소수의 탑승자의 존재를 잊어버린 듯 1평 남짓한 공간을 지배해버린다.

혼자 남은 이방인은 그 순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존재를 부정당하고 핍박받는다.  마치 그 공간은 이 세상과는 분리된 또 다른 차원 같다. 그리고 이방인은 그 차원에 갇힌 수감자가 된 기분을 느낀다. 1분 남짓한 시간 동안 잠시 차원의 감옥에 짓눌리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비로소 현실 세계로 해방된다.


이런 사회적 현상을 학문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그 내용을 찾아볼 필요도 없다. 다수의 힘, 군중심리에 취해 한 순간 무뎌지는 것임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군중의 힘에 취해 자신의 기준을 지키지 못하고 더 나아가 잘못을 막기는커녕 부화뇌동하는 것이다.

사실 이 군중심리를 거스른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잘 안다. 본인 역시 자유롭지 못하니까. 어쩌면 군중심리를 거스를 정도 되면 사이코패스 거나 크게 위인이 될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소수자가 되는 순간에는 이 군중심리가 무섭고 두렵다. 소수자가 되어서야 군중심리의 위험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엘리베이터는 인간의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거리를 반 강제로 파괴한다. 특히 만원 엘리베이터는 그 작은 공간에 사람들이 가득 차는 것 자체만으로 불쾌함의 극을 달린다. 거기에 다수의 핍박과 소음까지 더해지면 지옥이 따로 없다. 짧은 시간이니 그나마 버티는 거지, 시간이 조금만 길어진다면 참을성 없는 사람은 칼부림이 나도 이상하지 않다.

너무 극단적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럼 인터넷으로 기사 검색을 해보시길 권장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얼마나 많은 충동범죄가 일어나고 있는지. 기사화가 된 것이 그 정도다. 일상 속에서 그보다 수 배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엘리베이터 같은 밀폐된 장소는 그 자체로 또 다른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요즘 같은 세상에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대화를 하다니, 그 자체로  개념이 없는 거다.


결론은 아주 단순하다. 이유를 잘 모르겠다면 엘베이터에서는 누구와 있건 몇 명이 있건 잠시 대화를 멈춥시다. 당신들의 즐거운 대화가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다.  찰나의 순간 알량한 다수의 권력에 취해 주변의 소중한 사람 들을 압박하지 맙시다.


다시 말해 엘리베이터에선 조용히 합시다. 당신네들 사정은 전혀 궁금하지 않습니다. 이 짧은 순간이라도 평화롭게 조용하고 싶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이제는 일어설 때가 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