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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른이 Aug 27. 2020

[서평] 죽음 /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와 죽음 그다음에 대하여


 '개미'이후로 쭉 #베르나르베르베르 의 팬이었다. 대학교 떄는 그의 작품을 주제로 발표까지 한 적이 있을 정도로 푹 빠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동안 그가 신간을 내면 무조건 찾아 봤다. 그리고 시간의 변화만큼 그의 작품세계가 변하는 것이 좋았고 또 그만큼 변하지 않는 그의 상상력이 좋았다. 오랜만에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여전히 그만의 공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죽'은 예전 '개미' 이후 열광하며 읽었던 '타나토노트'가 연상되었다. 물론 그때보다 극적 긴장감은 덜 했지만 특유의 세계관 속에서 펼쳐지는 공상은 여전히 신선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서일까? 예전만큼 읽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는 없었다.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인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글의 흐름을 방해할 뿐이다. 추리 소설이라기엔 힌트도 없었고 범인을 찾는 과정도 허술하다. 하긴 그럴 수밖에 추리 과정과 상관없는 그만의 범인을 만들어 두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첫 장면에서 가브리엘이 '누가 나를 죽였을까?'라는 질문을 할 때만 해도 몰입감이 고조되는 듯했지만 뒤로 갈수록 이것은 추리 소설도 스릴러도 공상 과학 소설도 아닌 어중간한 작가의 사상 서처럼 되고 만 것 같다. 처음부터 추리소설의 형태를 띨 뿐 추리보다는 영성과 영혼의 자유, 작가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음이 틀림없다.


전작인 '고양이'는 아이디어도 신선했고 사건의 진행도 조마조마하며 보게 되고 그 안에 든 작가의 철학도 설득력이 있었다. 사실 그때만 해도 가의 세계관이 새롭게 확장될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겼었다. 하지만 '죽음'에 와서는 작가가 뭔가 혼란스러워하는 게 아닌가 싶다. 글에서 계속 이어지는 전통적인 문학과의 갈등과 작가 정신에 대한 고민이 아마도 그 혼란의 정체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대해 꾸준히 열광하고 지지해왔지만 모국에서는 그의 작품을 문학으로 치부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전통적인 문학 세력과의 갈등이 계속 이어졌던 것 같다.

물론 나는 그의 팬이기도 하지만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작가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상상력과 새로운 사상 그리고 도전은 그 작품이 낯설더라도 가치가 있다고 본다. 하물며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 않을까?


작품 자체는 기대와는 달랐고 이념과 정신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조금은 난해했지만 그래도 뭔가 초기 작품 때로 돌아간 듯한 세계관과 작가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인상 깊었다.

특히 '죽음'에 대한 정의를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죽음 이후의 삶을 진정한 삶의 시작으로 보는 작가의 시선은 작품의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은 핵심적인 키워드가 아닌가 싶다.


"죽음은 해방인 반면 출산은 자신을 꽃 피우기 힘든 억압적 세계로 들어가는 일... 결국 내가 진정 누구인지 깨닫지 못한 채 실패한 삶을 살 위험이 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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