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들른이 Oct 07. 2019

변기에서 응가에 성공한 날

오늘도 또 자란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어른 기준에선 당연한 것들을 하나하나 가르쳐줘야 는 경우가 많다.


그중 하나가 변기에서 응가를 하는 것이다. 


소변이야 금세 교육이 되만 응가는 좀 다른 문제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변기에서 일을 보는 걸 무서워하기도 하고, 상당히 낯설고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5살이 된 아들 녀석도 여전히 기저귀를 떼지 못해 조금은 걱정이었지만 채근을 해서 될 문제가 아닌지라 살살 달래며 꼬셔왔었다.


그러다 드디어 며칠 전 변기에 앉는 것(앉히는 것조차 이렇게 힘들 줄은 예상 밖이었다.)을 성공한 이후부터는 변기에 앉아 있기, 방귀 뀌어보기, 배에 힘줘보기를 하면서 차근차근 진도를 뺀 결과 드디어 8일 만에 거사를 치르는 데 성공다. 처음에는 무서워하고 울기도 하고 떼도 썼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겠다며 변기에 올라앉는 용기에 박수를 쳐줬다. 그리고 결국 큰 용기를 낸 아들은 오늘은 아빠가 손 잡아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도전 의지를 불태우더니 기어코 성공해냈던 것이다.


맨날 두 다리가 땅에 닿은 채 일을 보던 녀석이 다리는 붕 떠 있지 엉덩이 아래는 비어 있지 얼마나 어려웠을까. 어른도 환경이 바뀌고 자세가 바뀌 잘 안 되는 데 저 어린 녀석이야 말해 무엇하. 그래도 이렇게 저렇게 해 보더니 결국 내 무릎을 짚고 서서 성공을 하니 대견하고 사랑스럽다.


아들 녀석도 스스로 기쁘고 자랑스러웠는지


"아빠 나 세~개 쌌어!"

"누나 나 변기에서 똥 쌌어!"

"할미 나~변기에서 응가했어요~!"


온 집안이 떠들썩하게 소리쳤다.


퇴근 후 기분도 가라앉고 조금 지쳤었는데 아들이 만들어 준 이벤트 덕에 힘이 난다. 그 덕이었을까? 오래간만에 아이들과 해피하고 평화로운 저녁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은 불쑥불쑥 자란다. 그만큼 부모의 기쁨도 함께 자란다. 그리고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좀 더 잘 커줬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힘든 일에 마주쳤을 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여 결국은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의지를 지니고 자라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이전 05화 요구르트 탈환 작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