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들른이 May 13. 2019

요구르트 탈환 작전

요구르트가그리 좋더냐

토요일 AM 8시 거실, 작전 개시 5분 전......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화로운 주말 아침

엄마는 취침, 아빠는 음악을 들으며 설거지, 아이들은 소파에서 TV를 시청하던 바로 그때
 
둘째(5세)가 무료했던지 안방에서 취침 중인 엄마 옆으로 가서 누워 뒹굴자 첫째(7세)가 은밀하게 아빠와의 접선에 나선다.
 
(툭툭)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보는 아빠에게 까치발을 든 첫째가 은밀하게 속삭인다

(…… 줘~)

“뭐라고?”
(조용히 해~후한테 들키겠어! 요구르트! 달라고! 요! 구! 루! 트!)


아빠는 이내 상황을 파악하고 은밀하게 다시 물었다.


(무슨 요구르트?)
(어제저녁에 먹은 요! 구! 르! 트! 어제 사 왔잖아!)
(어떻게 알았어? 요구르트 남은 거?)
(어제 다섯 개 사 와서 세 개 먹었으니 두 개 남았잖아~다 알지~)
(!!!!)


아빠는 첫째의 기지에 작게 감탄하며 이내 작전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첫째의 영민함을 기리기 위함이었을까, 둘째에 대한 미안함은 뒤로 밀어놓은 채 냉장고에서 요구르트를 꺼내어 빨대를 꽂은 채 조심스레 건네주었다.


첫째는 뭔가 비열하지만 순수한 웃음을 만면에 띄운 채 둘째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조심 까치발로 소파로 복귀했다. 아빠는 둘째의 동태를 살펴 첫째가 안전하게 피신할 수 있도록 탈출로를 확보했다.
 
둘째에게 들키지 않고 재빨리 요구르트를 먹어 치우면서도, 요구르트가 얼마 남지 않자 마지막에 소리가 나지 않도록 빨대 대신 뚜껑을 뜯어 마시는 치밀함을 보이며 작전을 성공리에 완수하였다. 이렇게 어느 주말 아침 아빠와 딸 사이에는 부녀관계를 초월한 전우애가 싹트는 듯했다. 첫째의 얼굴에는 득의양양한 만족감이 피어올랐다. 


요구르트를 맛있게 먹는 딸을 보는 아빠의 눈빛엔 사랑이 가득 차올랐고 참지 못한 아빠는 소리쳤다.


"아들~너도 요구르트 먹을래?"

"......!!!"


평화롭던 거실에 전쟁이 발발하는 순간이었다.

아빠는 너희를 모두 사랑한단다.(쿨럭)

이전 04화 등교 연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