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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른이 Nov 07. 2019

때릴까 걱정, 맞을까 걱정

아들이 그저 잘 어울리기만바랄 뿐

둘째 녀석은 심각한 까불이다. 


덩치는 작은 녀석이 장난이 심해서 누나랑도 자주 다툰다. 그만큼 빈정 상하면 생떼도 장난 아니다. 또래에 비해서 머리 하나는 작은 체구와 마른 몸매가 맘에 걸려 어리광을 받아주다 보니 그런 것 같다. 교육적으로는 좋지 못하다 해도 자꾸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것을 어쩌랴.


그런 녀석이 어느 날 저녁 의기소침한 채 자꾸 엉겨 붙었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단 둘이 씻기며 살짝 물어보니 어린이집 친구들이 자신과 놀아주지 않아서 슬프다는 것이다. 


부모 마음은 다 같겠지만 그 순간은 아들의 그 말이 청천벽력 같았다.


어떤 상황인지 궁금은 한데 아들이 상처 받을까 더 이상 캐묻지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어린이집에 따질 수도 없고, 며칠을 전전긍긍하며 아들 눈치를 보았다. 행여나 왕따를 당하는 건 아닌지, 사회성이 부족해서 때리거나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덩치가 작아서 혹시 맞고 다니는 건 아닌지, 엄마 아빠가 신경 써주지 못해서 우리 애가 문제가 있나, 온갖 불안과 걱정 그리고 죄책감이 머리를 단단히 옭아맨 채 며칠이 지나도 놓아주질 않았다.  


그저 할 수 있는 건 매일 넌지시 물어보는 것뿐이었다. 


"오늘은 잘 놀았어? 친구들이랑 잘 놀았어? 재미있었어?"


그러면 언제나 아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거나 "몰라~"하는 대답뿐이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뭔가를 자꾸 숨기는 듯한 아들의 태도에 불안은 점차 확신으로 굳어 갔고 위기의식은 높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얼굴에 손톱자국이 난 채 어린이집에서 돌아왔다. 잔뜩 걱정에 휩싸여 있던 우리 부부는 아들을 다그쳤음에도 아들은 계속 부끄럽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결국 우리 부부는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아들이 잘 어울리지 못하는지 걱정이 돼서 CCTV라도 확인해봐야 하는 건 아닐지 우려스럽다고 하자 선생님은 반문을 하셨다.


" OO가 잘 어울리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신다고요?"


어이없고 생경한 질문을 받았다는 듯한 선생님의 반문에 우리 부부는 내심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아이가 너무 잘 어울리고 밝게 잘 지낸다는 이야기에 그동안 쌓여온 걱정이 다 해소되는 것 같았다. 우리를 안심시키기 위한 말일 수도 있었지만 적어도 우리가 걱정하는 것처럼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어지는 선생님의 말에 우리 부부는 머쓱해졌다. 요약하자면 아들이 장난이 '조~금' 심하다는 것이었다. 누구를 특별히 괴롭히지는 않는 데 장난이 심해서 '가끔씩' 과격해진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자 또 다른 고민이 고개를 들었다.


'우리 아들이 문제가 있거나 누구를 괴롭히는 건 아니겠지?'


통화 이후 우리 부부는 아들을 집요하게 취조하기 시작했다. 추궁이 이어지자 결국 아들은 얼굴의 손톱자국에 대해 실토했다. 사실은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 실수로 본인 스스로 얼굴을 긁었다는 것이었다. 우리 부부는 어이없는 현실에 직면하자 조금은 부끄럽고 난감해졌다.  


아들아...... 도대체 어떻게 장난을 치면 자기 얼굴을 긁을 수 있는 거니?


그 이후 우리 부부는 조금은 다른 이유로 매일 저녁 아들에게 물었다.


"오늘은 잘 놀았어? 친구들이랑 별일 없었어?"

"응~"

"친구들이랑 안 싸웠어?"

"응~"

"재미있게 놀았어?"

"그렇다니까~!!"


아들은 쏟아지는 질문에 무심하게 대답했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최소한 아들이 누군가를 때리지도 맞지도 않았음에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한 번씩 아들 녀석이 밝은 얼굴로 


"응,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았어." 


라고 대답을 할 때면 왠지 큰 짐을 던 것처럼 홀가분해져 함께 미소를 짓게 된다. 


조금은 유난스러운 부모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저 바라는 건 아들이 어디서나 밝고 잘 어울리는 것뿐이다. 물론 아이를 키울수록 평범하게 문제없이 자라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긴 하다. 아마도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걱정하고 기도하는 것 말고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비고 오면 비가 와서 걱정, 맑으면 맑아서 걱정이라는 이야기가 절절하게 공감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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