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혼내고 난 다음 날,
화가 풀린 기미를 보이자 딸이 밥을 먹다 말고 대뜸 말했다.
(딸, 7살) 아빠 화내지 마
(아빠) 아빠가 화내는 거 싫어?
(딸) 응! 아빠가 화내면 상처 받잖아
(아빠) 상처 받아?
(딸) 응! 아빠가 화내면 슬프고 무서워. (가슴을 두드리며) 여기에 상처 받아!
(아빠) 하지만 너희들이 잘못을 하면 혼을 안 낼 수는 없는 걸?
(딸) 그래도 이쁘게 이야기해야지.
(아빠)...... 이쁘게?
아이를 키우면서 버럭버럭 화를 많이 냈던 것 같은데 상처 받았다는 말을 처음 듣고 나니 마음이 심란해졌다. 아이들을 훈육이라는 미명하게 성질을 부린 건 아닌지, 괜한 일을 참지 못하고 화를 낸 것은 아닌지, 내가 편하려고 아이들을 몰아 부친 것은 아닌지 생각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고쳐주려는 의도는 분명했을지 몰라도 내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푼 것을 부정하기는 어려웠다.
별 것 아닌 일에 너무 심하게 혼낸 것 같아 미안하고 아빠로서 부족한 모습을 보인 것 같아 부끄러워졌다.
(아빠) 미안해. 아빠가 화낸 거 사과할게.
(딸) 응, 괜찮아. 용서해줄게
(아빠) 맨날 혼만 내는 아빠가 좋니?
(딸) 당연하지! 너무너무 좋아!
상처를 받아서 슬프다면서도 이리도 쉽게 용서해주는 딸이 왠지 아빠보다 더 어른스러워 보였다.
좋은 부모가 된다는 건 어쩌면 좋은 인간이 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자신은 없지만 딸이 이렇게 믿고 의지해주는 데 좀 더 노력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