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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시간 Apr 20. 2023

이혼 후 두 번째 연애

이 정도면 작년에 어떻게 그렇게 긴 시간을 혼자 보낸 건지 의문이 들정도이다. 이혼 후 첫번째 연애가 엉망으로 끝나버린 뒤 열패감에 휩싸였던 나를 뒤로하고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다. 


아이 아빠의 몫까지 그야말로 열심을 다해 생활하며 마음 한편에서 하루빨리 보통의 가정이 있는 길로 편승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다. 아이에 대한 희로애락을 나눌 사람이 없어 나눌 생각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엄마, 아빠, 아이가 존재하는 온전한 가정 안에 속해 있고 싶은 마음이 때로는 부러움으로 때로는 자기 연민으로 때로는 비통함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누구와 할 것인지보다는 그냥 결혼을 해서 다시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번에도 역시 그런 생각으로 연애를 시작을 했다. 


새로운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나는 결혼을 하면 수반되는 모든 것들과 맞춰갈 의향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번 해보고 실패해 봤음에도 결혼을 하면 안정적일 거라는 이 맹목적인 기대감은 왜 생기는 걸까. 내가 이 사람을 위해서 어떤 것을 더 해주기보다는 이 사람이 나에게 해줄 것들에 대한 상상으로 가득 차 있는 결혼에 올라타봤자 결국 낙오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데.


지금은 여러모로 나를 나로 있게 하는 연애를 하고 있다. 억지로 끼워 맞추려 나를 바꾸지도 않고 이해가 안 가는 상대방을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 보려 노력하지도 않는다. 터질듯한 설렘과 떨림은 없지만 매일 같은 시간에 오는 전화가 주는 편안함과 항상 내가 불편함이 없는지 살펴주는 따뜻함이 좋다.


언젠가 남자친구를 6년째 만나고 있는 동생에게 "왜 너와 남자친구는 결혼 안 해?"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 정도 사귀었으면 남자친구도 내 동생도 당연히 결혼을 고려할 거라는 나의 착각에 동생은 "지금 이대로 좋아서 둘 다 결혼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어."라고 대답해 주었다. 연애에 더 올바른 방향이 있다면 서로의 관계를 변화시켜야만 완성이 된다는 믿음보다 내 동생처럼 서로의 존재 자체로 좋은 연애가 더 옳은 방향이겠지.


남들은 20대에 다 겪고 나서 이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35살이 인데, 나는 35살이 되어서야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니. 꼭 거쳤어야 할 과정을 거치지 않아 다시 거치고 있는 느낌이다. 내가 한심스럽기도 하지만 꼭 어떤 과정이 번호 순서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기에 조금은 뒤죽박죽이 된 과정에서 오늘도 애정과 사람,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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