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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시간 Jun 22. 2023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이와 대화를 하다 사랑에 관한 아이의 질문을 들은 이후로 적당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었다. 대답 대신 당부를 하며 아이에게 꼭 엄마처럼 너를 아껴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긴 시간을 두고 지켜본 후 네가 좋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을 좋아하라고 이야기했지만 나조차 그러지 못했기에 그 대답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 이후로 둥둥 떠다니는 물음표를 손목에 묶고 다니면서 밥을 먹다, 운전을 하다 손목에 걸려있는 끈을 볼 때면 물음표를 쳐다보고 사랑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했다. 안다고 해서 사랑을 더 잘하게 된다는 보장도 살아가는 게 바뀐다는 확신도 없다. 단지 끝맺음을 명확하게 지어 '사랑은 이런 거야'라고 이야기하지는 못해도 '사랑이란 이런 것 같다'정도는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사랑하는 사람,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삶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지대하기에 내 생각 정리하고 아이의 언어로 한번 더 번역해 들려주고 싶었다.


사랑은 행위일까 마음일까 아니면 그냥 호르몬일까. 생각의 파편을 모아 순서대로 나열은 하겠지만 아마 이 글을 끝마치는 시점에도 무릎을 탁 치며 이거야!라는 결론을 내리지는 못할 것 같다. 사랑에 속해있는 수많은 갈래를 하나하나 고려하기엔 내 나이가, 경험이, 시각이 아직 협소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을 행위로 본다면 상대를 위하는 행동 모두가 사랑이 아닐까 싶다. 상대가 자신을 좀 더 가치 있다고 여길 수 있도록 하는 지속적인 행동. 보고 싶음에 응해주고, 싫다고 여기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자신의 성가심과 권태보다는 상대의 만족과 편의를 위해 기꺼이 노력하는 것. 이렇게 쓰고 보니 희생에 가까운 행동들이다. 상대를 위해 희생하면서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영역을 적절하게 찾아 그곳에 서 있는 사랑에 성공한 모든 사람이 존경스럽다.


그렇다면 사랑은 마음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쉬울까. 사랑을 사랑이라고 믿고 지켜나가는 마음. 상대와 내가 사랑으로 인해 더 충만해지고 평온해지는 마음. 마음이란 게 하루에도 수백 번씩 요동을 치는 나에게는 이 또한 어렵다. 가만히 있는 상대를 두고 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상황이 변하면 이내 그래 이것도 사랑이 아니었구나 라며 이내 포기해 버리는 나에게는 차라리 행동하는 사랑이 더 쉽게 느껴진다.


결국 아이에게 답할 말들을 고르지 못한 채 사랑에 해당하는 언어들만 끄적거리게 되었다. 그냥 너도 해보면서 깨지고 부서지며 깨달으라며 무작정 덤벼라라고 하지도 못하겠다. 사랑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완전히 무너졌다 나를 다시 세우는 과정은 너무 지난하기 때문이다. 단지, 나의 지난 실패가 아이에게 답습되지 않기를, 또 과거의 내가 한 실수가 오늘 내가 하는 사랑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만을 남기고 이 고민은 덮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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