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계란프라이를 하는 방법을 아이에게 알려 주자 아이는 계란을 서니사이드업처럼 익혀 김치볶음밥이나 비빔밥에 비벼먹기 시작했다. 예전엔 완전히 익힌 게 좋았는데 요즘엔 촉촉한 게 좋다며 자기 나름대로 불조절을 하는 아이가 기특했다. 엄마 것까지 해주겠다며 하루에도 두세 번씩 계란프라이를 할 무렵 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요리를 신청했고 한주에 하나씩 착실하게 제법 요리라고 할법한 것들을 해왔다. 어느 날은 디저트, 어느 날은 밑반찬을 만들어 가져오며 충실하게 적은 레시피를 읊어주었다. 항상 그날 저녁은 아이가 만들어 온 요리를 둘이서 나누어 먹으며 소소하지만 정다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영어학원을 다니게 되어 자연스럽게 방과 후 프로그램은 신청하지 못하게 되면서 요리니, 마술이니, 주산이니 하는 것들은 잊고 지냈는데 어느 날 아이가 레시피북을 꺼내 들더니 신중하게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두부스테이크로 결정했는지 "엄마 오늘 마트에서는 두부를 사야 해. 야채는 다 집에 있지?"라고 물었다. 그 길로 둘이 마트에 가서 필요한 재료를 구매했다. 두부를 고를 때 국내산 콩으로 사야 하고, 계란은 동물복지 무항생제가 적힌 걸 사야 한다는 등등.. 주부 같은 대화를 둘이 나누며 장을 보고 돌아와 요리를 시작했다.
요리 시작 전에 '아이가 흘리거나 조금 부족해도 도와주지 않고 맛있게 먹어주자'라고 결심한 만큼 아이가 두부를 열다가 바닥에 두부물을 한가득 흘려도, 면포에 두부가 반이나 남겨져있어도, 소금을 깜빡해 다 굽고 나서야 윗부분에만 소금을 치는 것을 봤어도 눈을 감고 모른 척해주었다.
믿고 맡겨주자 레시피에 적힌 대로 재료를 넣고 동그랗게 모양을 만들고 프라이팬에 적당한 굽기로 구웠다. 어찌나 야무지게 그릇에 담아내는지 맛도 모양도 좋은 두부스테이크를 둘이서 다 먹었다. 중간에 아삭아삭 씹히는 야채도 맛있었고 동그랑땡같이 부드러운 식감도 좋았다. 아이가 해주는 반찬도 먹다니 정말 키운 보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