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둘이 보내는 설

by 단시간

이번 겨울은 유난히 생각의 밧줄이 날 꽉 옭아매 사람을 만나는 일도, 여행을 가는 일도 거의 없었다.


올해 설도 아이와 둘이 보내기로 했다. 이혼 후 자유로워진 명절을 맞이하게 된 때부터는 거의 아이와 여행을 가거나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어 긴 명절이 생각할 틈 없이 흘러갈 수 있도록 했다. 나의 어린 시절에 친척들과 모여 음식을 만들고 놀던 추억을 아이에게 만들어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미안한 마음이지만 아직 명절에 친척들을 만나는 건 준비가 되지 않았다. 휴일이 길다는 건 갈 곳을 찾지 못한 이들에게는 긴 휴일이 오기 전에도, 긴 휴일을 보내고 있는 중에도 내내 부담이다. 특히 이번 명절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해 아이에게 무언가 해주어야 할 것 같은 부채감에 내내 시달렸다.



누워만 있던 연휴 첫날을 보내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전을 만들 재료를 사서 잎전과 동그랑땡을 했다. 아이가 정성껏 깻잎전 안에 소를 넣으면 나는 전을 부쳐 딱 둘이 먹을 만큼의 전을 완성했다. 기름냄새라도 풍기니 아이와 나의 명절이 '따뜻한' 명절에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이야기를 하며 전을 만드는 것도, 먹는 것도 자그마한 일에 웃음 짓는 아이에게 고마웠다. 내친김에 윷놀이까지 하며 명절 기분을 한껏 내었다. 둘이서 깔깔대며 몇 판을 돌았을 때쯤 문득 그냥 이만하면 행복의 중심까지는 아니어도 그래도 행복의 언저리까지는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둘이서 차를 마시며 서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관계도 노력해야 끈끈함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이혼을 통해 알았기에 아이와 엄마인 나의 관계도 서로를 위해 노력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려 한다. 아이가 쓴 내용을 보며 "네가 한두 번 말했을 때 들었으면 엄마가 짜증을 냈겠냐"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 했으나 꾹 참고 네가 그렇게 느끼게 해서 미안하다고, 친절하게 말하겠다고 약속을 한다. 아이도 엄마랑 이렇게 지내는 것도 좋다며 나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따스한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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