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사람에게 이혼을 이야기하기

가족, 친구, 직장동료

by 단시간

이혼이 결정되고 이제 다른 사람에게 알려야 하는 때가 왔다. 나의 이 상황을 알려야하는, 알려 위로를 받고 싶은 상대는 누가 있을까? 내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가족, 친구, 직장 동기 정도이다. 나의 힘듦과 고됨을 알아주고 보듬어줄 가족, 친구에게는 당연히 알려야 했다. 직장동기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지만 때때로 나의 여유없는 시간과 경제적인 필요를 이해시켜야 하기때문에 알릴 수 밖에없다.


원가족에게는 이혼 결정을 하기 전에 이혼을 하게될것이라고 말을 해서 인지 이혼의 이유와 과정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행복하지 않았던 결혼생활에 대해 가족들은 익히 알고있었기 때문에 나를 응원해주었고 지지해주었고 물질적으로 도와주었다. 간신히 버틸 수있게 나를 잡아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하다. 사실 이혼 전 상담가와 상담에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원가정의 문제가 현재의 나의 결혼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소리를 들었을때는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TV에 나오는 저 훌륭한 부모님처럼 자애롭고 현명하면서 경제적 능력까지 갖출 수는 없었던건지 모자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혼을 말했을 때 자식의 이혼이 본인들에게 미치는 고통은 숨긴채 나의 괴로움을 이해해주고 때로는 냉철하게 나의 잘못을 짚어주는 모습을 보며 남은 것은 감사함 뿐이었다. 이혼결정을 하기까지 아이에게 어떻게 말할까에 대한 고민으로 3일 밤낮을 먹지도 자지도 못할 때가 있었다. 그때 새벽이든 낮에 일하는 중이든 나의 전화를 받아준 나의 언니 역시 많은 지지를 해주었다. 이렇게 가족은 이혼을 당연히 이야기해야 하는 존재이고 최대한 그들이 통보처럼 받아들이지 않게 하기 위해 이혼과정에서 충분하게 설명을 했었다. 그래서인지 나를 믿어주었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또 내가 강단있게 진행을 했다.


그 다음으로는 친구들에게 말할 차례이다. 나 잘난맛에 살던 내가 이혼을 했다는 이야기가 퍼지는 것은 생각만해도 창피스러운 일이었다. 그나마 내가 직접 이야기한 사람들이 알고있는것은 다행이지 입에서 입으로 퍼져가는 이야기들을 막을 수 없기에 그렇게 퍼져나가는 과정만 생각해도 어두컴컴한 독 안에 들어가 외부세상과는 단절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이야기가 타인의 삶에서 위로가 되어버리고 흥미거리가 되는게 불보듯 뻔했다. 하지만 나와 친밀하게 관계를 맺고있는 사람은 이 이야기를 알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이와의 동반한 모임에서 곤란한 상황들에 처하는 것을 미리 에방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야기를 했더니 돌아오는 반응이 엄청 신선했다. "이제 돌싱글즈에 나가!, 안맞는거 오래 붙잡고 있을 필요 없다고 생각해. 내가 봐온 너는 넌 뭐든 잘 이겨낼 수 있어." 내가 이런 힘든 이야기를 툭 던져버리니 어떤 위로의 말이라도 해주려 그렇게 말한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가벼운 반응에 오히려 나는 '아! 그래, 다 별거아니구나. 사람들이 내 일에 그렇게 크게 신경쓰지 않는구나.'를 알게 되었다. 무엇이든 첫번째 경험이 중요하다고 첫번째 반응에서 이렇게 용기를 얻자 친한 지인 2~3명에게 더 이야기 할 수 있었다. 말하는 과정에서 앵무새처럼 똑같은 이야기를 계속 해야 하는건 지겹기도 하고 겨우 마음 깊은 방에 넣어놨던 것을 꺼내 상기시키는 게 고통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이렇게 말을 하면 할 수록 가벼워 지는 느낌이 들고 내 상황을 조금 떨어져서 멀리서 보게 되었다. 처음 가족에게 이야기 할 때만해도 '이혼' 이라는 눈덩이가 내눈 바로 앞에 있어 눈알을 굴려보고 고개를 이리저리 꺾어봐도 다른 것을 볼 수가 없었는데 친구 몇몇에게 이야기 하다 보니 이게 마치 내가 점점 뒷걸음질을 치다보니 눈덩이 위도 보이고 옆도 보이고 하는 느낌이었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 상호작용으로 내가 홀로 설수 있음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직장 동기이다. 나는 앞으로 아이를 홀로 키워야하기 때문에 치사스럽지만 한푼이라도 많이 벌어야하고 직장에 앉아있는 시간은 줄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직장 동료의 이해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이혼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도저히 나의 행동변화를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주말부부를 하게되었다고 말을 할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내 아이를 종종 볼일이 있는데 내 아이에게 아빠에 대한 질문을 하거나 물색없는 아이가 "엄마, 아빠는 이혼했어요."라는 말을 하게 될까 지레 겁먹고 이야기를 했다. 그들 역시 위로와 따뜻한 말을 해주었다. 어차피 연말정산할 때, 각종 서류를 제출할 일이 있을 때 알게될 것은 분명하기에 차라리 이렇게 말해둔게 마음은 편하다.





이렇게 모두에게 말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하고 든든한 내편이 여럿 생긴 것 같기도 하지만 언젠가 이 이야기들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 나에게 생채기를 낼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다. 지금은 나와 관계가 좋지만 관계가 틀어지면 분명 이 사실을 이용할 거라는 불신도 있다. 그리고 내 행동 어딘가에서 하자있는 부분을 보면 '아! 그래서 쟤가 이혼을 했구나'라는 확신을 가지게 될까봐 꺼림칙하다. 그럼 그때가서 '순진한 36살의 내가 그렇게 말을 하면서 많이 편안해졌구나, 고통이 내려놔졌구나. 그래 그때의 나라도 편안했다면 다행이다'라고 합리화하며 지내고 결혼의 실패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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