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불안을 겪고 있는 아들
올해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이다.
아들의 태권도장 문 앞에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친한 언니가 다가왔다. 언니의 아들은 우리 아들과 같은 태권도장에 다니고 있었기에 끝날 시간에 맞춰서 데리러 온 것이었다. 언니의 첫째 딸이 우리 아들과 같은 유치원을 다녀 아들의 7살 때부터 내가 친하게 지내면서, 좋아하는 언니들 중 한 명이었다.
아들들이 나오기 전까지 폭풍 수다가 이어지던 중 언니의 걱정스러운 한마디가 이어졌다. 언니의 아들이 이제 곧 유치원을 졸업하는 데 유치원 졸업여행으로 이번에는 서울대공원을 간다는 것이다. 우리 아들 때는 롯데월드를 갔었고, 롯데월드는 서울대공원보다는 작고, 그때 당시 롯데월드 직원 몇 분이서 아이들을 따로 관리해 주셨기에 그때 당시 우리는 마음 놓고 보낼 수 있었지만 서울대공원은 롯데월드에 비해 개방되어 있고, 크기도 커서 언니는 걱정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자, 작년 여름 그날이 생각났다. 내가 그 당시에 한겨울에 태권도 앞에서 한 시간째 아들을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이유. 바로 아들의 분리불안이 시작된 그곳, 서울대공원 말이다.
작년 여름 끝자락, 우리 가족은 아들의 또 다른 유치원 절친 가족과 함께 서울대공원에 놀러 갔었다.
신나게 놀고 난 이후 집으로 돌아오기 전 카페에 잠시 들렀고, 잠시 다른 곳에 있었던 나를 데리러 신랑은 아들을 아들 친구 가족에게 잠시 맡겨둔 채 나를 데리러 왔었다. 아들은 그때 뭔가 이상했나 보다. 생각보다 엄마 아빠가 긴 시간 동안 오지 않자 친구 엄마에게 나에게 전화를 해달라고 했고, 나는 시끄러운 놀이공원 소리 때문에 전화를 받지 못한 채 카페로 오고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우는 아이. 하지만 금세 그쳐 잠시 놀란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갔었는데...
일주일 후, 학교 거부, 학원 거부가 시작되었다. 바로 분리불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것이...
그때 전화를 받지 않는 엄마 아빠가 사고가 난 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계속 자기가 없는 사이에 엄마 아빠가 사고가 날까 봐 떨어질 수가 없다고. 그렇게 일주일은 학교도 가기 힘들어했고, 한 달은 학원도 다 쉬었다. 몇 달 동안은 엄마 없이 즉 나 없이는 아빠와 단둘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 일이 일어난 약 10개월 후까지도 학원은 가지만 엄마가 항상 가까운 곳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사실 아들은 1학년 1학기가 지나면서 점점 혼자 다니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원래 성격 자체가 집을 좋아하고, 엄마 껌딱지이긴 했지만 1학년 1학기가 지나면서 가까운 학원은 혼자 다녀오기 시작했고, 친구 집에도 혼자 놀다 오기도 했었다. 나는 그런 아들을 보며 '이제 점점 독립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그해 여름, 서울대공원 사건 이후로 유치원 때보다 더 심한 엄마 아빠 껌딱지가 돼버렸다.
본래 엄마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부끄럽다고 하지 않던 아들, 아빠가 회사에 가도 언제 집에 오냐고 묻지도 않던 아들이 하루에 몇 번씩 사랑한다고 말하고, 저녁때가 되면 아빠가 언제 회사에서 돌아오냐고 묻는다. 주말에는 엄마 아빠와 시간 보내는 게 가장 좋다는 아들. 엄마 아빠가 조금만 눈에 안 보여도 걱정이 한가득한 아들이 때로는 걱정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예전보다 더 표현해 주는 아들이 고맙기도 하고, 이 분리불안이 언젠가는 끝날 것이기에 마음 편히 이 시간을 즐겨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제 또 지금만큼 아들이 우리를 생각해 줄지 하는 생각에, 점점 더 크면 부모보다 친구가 더 좋고, 친국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더 중요한 시기가 올 텐데, 지금 우리가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아들의 인생 중에서 정말 짧은 시간일 텐데 조금은 귀찮더라도 아들의 사랑을 맘껏 받으면서, 맘껏 즐겨야 하지 않을까.
모든 아이가 시기에 맞게 자라는 건 아닐 테니, 우리 아들은 조금 그 시기가 늦게 오는 것일 테니, 서두르지 말고 아들의 보폭에 맞추어 지켜봐 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아들이 해주는 사랑한다는 말이 너무나 그리운 날이 올 테니까.
그리고 서울대공원을 웃으면서 찾을 수 있는 그날이 언젠가는 올 테니까 말이다.
그 일이 일어난 정확히 11개월이 지난 지금, 아들은 엄마아빠의 반강제로 독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는 그럴 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이제는 아들이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우리 부부는 아들을 서서히 준비시키고 있는 중이다(참고로 아들은 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을 곧 맞이한다).
그래서 학원 앞에서 엄마가 기다리는 일이 줄어들고 있고, 가까운 학원은 혼자서 다녀오기도 한다. 시작하기 전에는 두려워했던 아들도 막상 시작하고 나니 그 시간을 아들도 즐기고 있는 중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약 1년이 걸렸다. 아들도, 나도 힘겨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들은 없기에 난 이 시간들이 우리 가족에게 결코 헛된 시간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랑한다, 우리 아들. 그리고 엄마 아빠는 항상 그렇듯 언제나 너의 곁에서 널 응원한단다.